<제5보>(56~68)=이 대국에 임할 당시 홍기표의 국내 랭킹은 39위. 그 전까지 3번에 걸쳐 국제 메이저 대회 본선에 출전했지만 승점을 올리지 못했다. 2009년 제14회 삼성화재배 32강, 2012년 제4회 비씨카드배 64강, 2017년 제22회 LG배서도 32강에 그친 것. 홍기표에게 이 바둑은 개인적으로 메이저 대회 본선 첫 승리이자 개인 최고 성적에 해당했다.

흑이 ▲로 갈라친 장면. 백이 58까지 엉성하게나마 도강(渡江)하면서 살아갔다. 좌상귀의 정답은 한 수 늘어진 패. 흑이 먼저 두어도 백이 먼저 때리게 된다. 59부터 64까지 그 코스로 가는 듯하던 홍기표, 갑자기 손을 돌려 65를 차지한다. 일단 흑세를 키우면서 패싸움의 타이밍을 노리겠다는 뜻. 현재의 전국적 형세는 흑이 좋다.

백은 좌상귀가 찜찜하지만 한 수로 해결할 도리가 없다. 그만큼 한가한 상황도 아니어서 흑의 손길을 따라가기로 한다. 광활한 우중앙 일대 흑 세력을 어떻게 분쇄할 것인가. 검토실서 참고도의 수법이 논의되고 있을 때(백 5 다음 A, B를 맞본다) 리쉬안하오가 66, 68을 들고나왔다. 흑진을 뿌리째 폭파하겠다는 수다. 좌상귀가 미결인 채 우중앙에서 한바탕 대형 육박전이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