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야구 대표팀은 이미 잘 알려져 있듯 선수 대부분이 ‘투잡’을 뛴다. 빅리거 출신으로 부모 출신지를 따라 합류한 에릭 소가드 등 프로 선수들도 포함돼 있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체코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퇴근 후와 휴일에 모여서 훈련하고 경기를 벌인다. 야구를 전업으로 하는 게 아니라, 야구가 좋아서 뭉친 사람들이다. 소방관으로 일하는 투수 마르틴 슈나이더는 “나는 압박을 받을 때 최선을 다한다. 그런 상황이 정말 좋다. 내게는 그런 상황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체코 선수들은 그라운드 안에서 프로 선수 못지않게 최선을 다한다. 앞선 중국,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탄탄한 기본기를 선보였다. MLB 관계자도 ‘믿을 수 없다’고 놀라워했을 정도다. 이들은 10년 넘게 함께 뛰며 호흡을 맞춰왔고 전문적인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해왔다고 한다. 미국 대학 야구에서 뛰고 지난 시즌 마이너리그에서 뛴 보이테흐 멘시크는 “우린 그라운드 밖에선 일반인이지만, 그라운드 안에 있을 땐 프로”라며 “여러분에게 그게 좋은 이야깃거리인 건 알지만, 우리가 필드에 있을 땐 다른 프로 선수와 똑같이 대해달라”라고 했다.
체코는 12일 낮 12시 도쿄돔에서 한국과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도쿄 라운드 3차전을 벌인다. 선발 라인업 중 2루수 에릭 소가드는 빅리거 출신이고 좌익수 윌리 에스칼라는 프로야구 선수, 중견수 마레크 흘루프는 미국 대학야구 선수다. 유격수 보이테흐 멘시크는 대학생이자 마이너리거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은 직업이 따로 있다.
4번 타자를 맡은 포수 마르틴 체르벤카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홍보 담당자다. 지명타자 페트르 지마는 무역회사 어카운트 매니저, 필리프 스몰라는 회계·컨설팅기업 회계사, 선발 투수 루카시 에르콜리는 체코 야구 PR 매니저다.
야구와 관련된 직업도 있다. 1루수 마르틴 무지크는 경기장 그라운드키퍼이자 유소년 팀 코치이고, 우익수 마테이 멘시크는 한 야구팀 관리자로 일한다.
체르벤카는 한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처음부터 본격적으로 싸우겠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신경과 전문의인 파벨 하딤 감독은 “어제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가 체코 팀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줘서 선수들이 기뻐서 잠을 설쳤을 정도”라고 했다.
체코는 전날 일본과의 경기를 밤 10시30분쯤 마친 뒤 오늘 다시 아침부터 그라운드에서 훈련에 나섰다. 하딤 감독은 “어제 경기가 길어졌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느라 선수들의 몸 상태는 그렇게 좋지 않다”며 “그렇지만 멘털 면에서는 강하고, 충분히 최선을 다해 싸울 수 있다”고 했다.
/도쿄=김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