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KIA전에서 승리를 거둔 SK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 모두 양말을 올려 신은 '농군 패션'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올 시즌 우울했던 SK 와이번스에 드디어 볕이 들었다. SK는 16일 KIA전에서 9회초 3점을 뽑아내며 7대6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6연승의 신바람이다.

불과 여드레 전인 지난 9일만 해도 SK는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날 키움을 상대로 프로야구 역사상 최다인 16개의 볼넷을 내줬다. 키움은 역대 두 번째로 선발 전원 볼넷 기록도 세웠다. 그렇게 SK는 키움에 4대13으로 패하며 구단 역대 타이 기록인 11연패의 늪에 빠졌다. 전날인 8일엔 10-2로 앞서다가 15대16으로 역전패하는 수모도 맛봤다. 10~11일 한화전을 모두 내준다면 꼴찌로 떨어지는 벼랑 끝 상황이었다.

그때만 해도 SK가 이렇게 반전을 이뤄낼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SK는 10일 한화전(5대1 승)을 시작으로 11일 한화전(4대3 승), 12일 롯데전(2대1 승), 13일 롯데전(3대1 승), 15일 KIA전(16대 1승), 그리고 16일 KIA전(7대6 승)까지 모두 잡아냈다. SK의 6연승을 키워드로 정리해 봤다.

◇ 농군 패션

11연패를 당한 뒤 SK 주장 최정은 선수단에 ‘농군 패션’을 제안했다. 농군 패션은 양말을 무릎까지 올려 신는 스타일을 말한다.

최정은 “내가 어렸을 때 분위기가 침체되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하나가 되어보자는 의미에서 고참 선배님들의 주도로 양말을 올려 신었던 기억이 있다”며 “그대로 배워서 이번에 제안하게 됐다. 선수들도 다 같이 해보자는 마음으로 동참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SK는 ‘농군 패션’을 하고 난 뒤부터 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농군 패션’의 모범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15일 역투하는 조영우의 모습. 그는 이날 생애 첫 선발승을 거뒀다. / 연합뉴스


◇ 퀄리티스타트

16일 KIA전에선 선발 박종훈이 5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그전까지 5연승을 달리는 동안 SK 선발진은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승리를 챙기는 기염을 토했다.

10일 한화전에서 박종훈이 7이닝 1실점으로 스타트를 잘 끊었고, 다음 날엔 문승원이 한화를 상대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12일 롯데전에서는 이건욱이 6이닝 무실점으로 빼어난 피칭을 선보였다. 13일엔 올 시즌 극도로 부진한 핀토가 오랜만에 6이닝 1실점으로 잘 던지며 승리 투수가 됐다. 15일에는 조영우가 6이닝 무실점으로 생애 첫 선발승의 감격을 누렸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에서 5.71로 10구단 중 가장 높은 SK는 연승을 달리는 동안엔 2.17로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았다. 박경완 감독대행은 “요즘 선발 투수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롯데전에서 수퍼 캐치를 선보이며 팀을 승리로 이끈 최지훈. / 중계화면 캡쳐


◇ 더 캐치

최지훈은 올 시즌 SK의 가장 큰 발견이다. 루키로 단숨에 주전 외야수를 꿰찬 최지훈은 올 시즌 타율 0.275, 18타점 13도루로 활약 중이다. 특히 연승 기간엔 25타수 10안타로 타율 0.400을 기록하고 있다.

최지훈이 가장 빛난 경기는 12일 롯데전이었다. SK가 2-1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9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롯데 김준태가 큼지막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우측 담장 뒤로 넘어가는 것 같았던 공을 우익수 최지훈이 점프해서 낚아챘다.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고, SK는 2대1 승리를 지키며 연승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야말로 팀을 구한 ‘수퍼 캐치’였다. SK 팬들은 “드디어 ‘짐승’ 김강민을 이을 후계자를 찾았다”며 기뻐했다.

15일 적시타를 때려내는 오태곤. 그는 SK로 트레이드된 후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 뉴시스


◇ 오태곤

오태식이, 아니 오태곤이 9월의 사나이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8월 KT에서 뛰던 오태곤은 포수 이홍구와 트레이드되며 SK 유니폼을 입었다. KT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던 오태곤은 SK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인 KIA전에서 3안타를 때려내며 트레이드의 성공을 예감하게 했다.

8월에만 타율 0.306, 1홈런 8타점으로 활약한 오태곤은 9월엔 타율 0.386, 2홈런 7타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16일 KIA전에서도 5회초 2사 3루 상황에서 3-3 동점을 만드는 적시타를 때렸다. SK에서 내야와 외야를 오가는 전천후 플레이어로 활약 중인 오태곤은 “어떤 자리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K 팬들은 두 형제의 이름을 따서 ‘항정살’ 브라더스라는 별명을 붙였다. 최항(왼쪽)-최정(오른쪽) 형제가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 / SK 와이번스


◇ 항정살 브라더스

결국 SK는 최정의 팀이다. 6연승을 달리는 동안 최정은 홈런 2개와 함께 6타점을 쓸어담았다. 5월까지만 해도 타율이 0.205에 불과했던 최정은 서서히 타격감을 끌어올리며 올 시즌 타율 0.261, 25홈런 75타점을 기록 중이다. 늘 꾸준한 그의 모습대로다.

최근엔 7살 터울의 동생 최항도 맹활약을 펼쳤다. 13일 롯데전에선 최정과 최항이 롯데 투수 박세웅을 상대로 나란히 홈런포를 터뜨리며 한 경기에서 한 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때린 최초의 형제가 됐다. 최정이 투런, 최항이 솔로 홈런을 치며 SK가 3대1로 이겼다.

최항은 15일 KIA전에서 홈런을 치며 2경기 연속 아치를 그렸다. 그 경기에서 2안타 2볼넷으로 네 번 출루하며 4득점 4타점 맹활약을 펼친 그는 경기 막판 어깨 탈구로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 곧 복귀할 전망이다.

상승세의 SK는 이제 선두 NC와 17~18일 인천에서 만난다. 17일 선발 투수는 SK는 문승원, NC는 루친스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