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2일 항소심 최종 12차 변론에 앞서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및 한국YWCA 연합회가 담배소송 지지 선언문 낭독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내외 담배회사를 상대로 2014년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 변론이 지난달 마무리되면서 항소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흡연의 연관성이 높은 폐암, 후두암을 앓는 고도·장기 흡연자의 치료비가 담배 제품의 유해성과 중독성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근거로, 담배회사가 그 책임을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국제 보건기구와 의료 전문가들은 흡연과 주요 질병 간의 과학적 인과 관계를 명확히 밝혀왔고, 다수의 역학연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흡연 피해자를 대리해 담배회사를 상대로 거액의 배상책임을 이끌어낸 캐나다 필립 트루델 변호사가 6월 12일 ‘2025년 국민건강보험 글로벌 포럼(NHIS Global Forum 2025)’에서 ‘담배 소송 특별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하지만 담배회사 측은 “강한 역학적 관련성이 있다 하더라도, 폐암의 직접적 원인을 흡연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자기통제 실패 측면에서 담배보다 SNS가 더 중독성이 강하다”는 내용의 국내 의학 전문가 의견서를 담배 소송 항소심 12차 변론에 제출하며, 과학적 사실과 국제 기준을 부정하는 주장을 펼쳤다. 이는 담배의 중독성과 위해성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의 근본정신과 상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FCTC 제5조 3항은 “담배산업이 공공보건 정책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하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관련 지침에서는 의료 전문가, 연구자, 보건당국 등이 담배산업으로부터 재정을 지원받거나 정책 결정에 개입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담배회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일부 의사들의 의견서를 제출받아 법적 공방에 이용했으며, 이는 전문가 윤리와 학문적 독립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공단은 국민 건강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에 따라, 예방의학·역학, 정신건강 분야의 권위 있는 학회와 전문가들의 공식 의견서를 성실히 제출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담배회사 측은 이들 의견서에 대해 “공단 이사장이 써달라고 부탁해서 만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비난과 함께 전문학회의 공식 의견의 진정성과 과학적 가치를 부정하며, 더 나아가 “이 소송은 과장된 금연운동일 뿐이며,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소송의 본질 자체를 흐리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제사회는 공단의 소송 취지에 공감과 지지를 보냈다. WHO는 최근 공단 담배 소송과 관련한 의견서를 통해 ‘흡연이 폐암의 주요 원인’이며 ‘담배가 강한 중독성을 지닌 제품’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WHO FCTC 사무국에서도 협약의 목적이 각국이 효과적인 담배 규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담배 사용과 관련 질병의 유병률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는 데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캐나다의 담배회사 상대 승소 사례를 포함한 자료와 함께, 당사국인 대한민국이 협약상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기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식 서한문을 보내 국제적인 연대와 함께 공단 소송의 정당성에 힘을 실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