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한 물막이판 시연 현장에서 이병선 속초시장이 직접 장비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속초시는 올해 총 351개의 물막이판을 확보해 침수 취약 지역에 배치했으며, 재해 예방을 위한 도시침수 대응 사업도 병행해 추진 중이다. /속초시 제공

강원 속초시가 민선 8기 출범 3주년을 맞았다. ‘시민은 하나로, 속초는 미래로’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병선 속초시장은 지난 3년간 속초를 단순한 관광 도시에서 ‘지속 가능한 100년 미래 도시’로 재정의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해왔다. 접경 지역 지정, 법정 문화 도시 선정, 콤팩트 시티 조성이라는 3대 전략을 축으로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2027년 개통을 앞둔 동서고속화철도와 동해북부선에 맞춰 관광·문화 인프라를 혁신하며 속초의 내실을 다지고 있다. 설악동 재도약, 청소년 교통 복지 등 시민 삶의 질 향상도 함께 추진 중이다. 이 시장은 “속초를 시민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도시, 다음 세대가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이병선 속초시장과 지역 청소년들이 정책제안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는 모습. 토크 콘서트 이후 청소년들의 교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청소년 무료 버스 이용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도시의 판이 바뀌는 전환기를 앞두고 있다.

“속초시는 오는 2027년 동서고속화철도와 동해북부선이 동시에 개통되는 전환기를 앞두고 있다. 이 철도시대가 속초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를 단순한 교통망 개선에 그치지 않고 도시의 정체성과 구조를 재편하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 그래서 ‘접경지역 지정’, ‘문화도시 조성’, ‘콤팩트시티 구현’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에 두고 시정을 운영해 왔다. 접경지역 지정은 굉장히 상징적인 일이다. 20년 넘게 요건을 갖추고도 지정되지 못했던 속초가 올해 드디어 공식 지정됐고, 이를 통해 연 150억 원 수준의 국비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 재원을 활용해 실질적인 지역 균형 발전, 특히 해안선뿐 아니라 내륙권까지 도시 전반에 걸친 인프라 확충과 관광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이병선 속초시장이 조양동의 주요 민원 현장을 직접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모습.

-속초가 지닌 문화적 정체성을 ‘음식’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속초는 단순한 관광지로 알려졌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실향민의 문화, 어업과 함께 살아온 지역 공동체, 그리고 다양한 시대를 통과하며 생겨난 생활문화가 매우 독특하게 녹아 있다. 이를 어떻게 도시의 가치로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다 ‘음식문화도시’라는 키워드를 찾게 됐다. 속초의 음식은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고 있다. 함경도에서 내려온 함흥냉면, 아바이순대, 물회 같은 해산물 중심의 음식은 물론, 닭강정이나 분식류까지 이 모든 것이 속초라는 도시가 품은 다양성과 상징성을 보여준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받으며 총 198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이 사업을 통해 속초만의 음식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켜 음식문화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콤팩트시티’를 조성한다고 했다.

“콤팩트시티는 작은 도시 안에서 시민이 효율적으로 이동하고 생활할 수 있는, 밀도 있고 계획적인 도시 구조를 말한다. 속초는 105㎢라는 작지 않은 면적에 설악산, 영랑호·청초호, 바다, 온천까지 갖춘 유일한 도시다. 이 자산을 적절히 연결하고 조율하면 굉장히 스마트한 도시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콤팩트시티는 동서고속화철도 개통 이후 속초의 대외 경쟁력을 결정할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시민 누구나 원하는 곳을 빠르게 오가고, 관광객은 보다 효율적으로 체류하며, 도시 안에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볼거리’가 많은 도시가 아닌, 살아보니 정말 좋은 도시로 만들고자 한다."

-한때 속초 관광의 중심지였던 ‘설악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설악동은 속초 관광의 출발점이자 상징적인 공간이다. 1970년대에는 전국적인 관광 명소였지만, 대형 숙박 시설과 트렌드 변화로 인해 한동안 쇠퇴기를 겪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설악향기로’가 개통된 이후 전환점을 맞았다. 스카이워크와 출렁다리를 포함한 순환형 산책로가 열리자 1년도 안 돼 35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다. 무엇보다 설악향기로는 시작에 불과하다. 설악동 재건의 핵심은 기능을 되살리는 데 있다. 옛 홍삼체험관 자리에 워케이션 수요를 겨냥한 복합문화공간을 조성 중이다. 휴식과 업무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설악산을 조망하는 족욕장과 힐링 시설까지 갖추면, 오래 머물 수 있는 지역이 될 것이다. 지금의 관광 수요는 해안가에 집중돼 있는데, 설악동이 다시 살아나면 도시 전반의 균형 있는 발전이 가능하다.”

-설악산 단풍철마다 반복되는 차량 정체도 해결했다는데.

“이번에 진입도로의 폭을 8m에서 12m까지 넓힌다. 자연공원법상 가능한 최대치고, 설악산 국립공원 지정 후 55년 만의 일이다. 동시에 1.3km 길이의 새로운 탐방로도 열어 분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시민 복지 정책이 눈에 띈다.

“청소년을 위한 교통 지원부터 시작해 학생들의 안전한 등굣길 조성까지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청소년 교통카드를 도입해 하루 두 번 무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배움터길 우회도로와 속초여고 후문 보도 신설로 학생들의 등굣길 안전도 강화했다. 지역 경제의 근간이 되는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창업지원금과 특례보증 한도 확대를 통해 지역경제의 근간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도시 인프라 개선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740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해 도시 전역에서 도시 침수 예방 사업이 추진 중이다. 또 원활한 상수도 공급을 위한 도수 관로 공사를 완료해 시민들이 언제든지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쓸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