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은 글로벌 경기 침체, 경쟁 업체의 견제 등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신시장을 개척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력 기기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인증 기준과 엄격한 품질, 납기 조건을 요구하는 서유럽 전역으로 수주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 입증된 제품 경쟁력이 또 다른 시장을 차례로 발굴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5월 영국 스코틀랜드의 ‘스코티시 파워’와 850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영국 초고압 변압기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 송전 업체와 국내 전력 기기 업체로는 최초로 초고압 변압기 및 리액터 등 전력 기기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프랑스 송전 업체와도 지난해 첫 초고압 변압기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초 추가 수주에도 성공했다. 2020년에는 아이슬란드 최초의 디지털 변전소에 반도체 기반의 디지털 가스 절연 개폐기를 공급했고, 네덜란드에는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해 친환경 전력 기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유럽 변압기 시장 집중 공략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미국 멤피스와 경남 창원에 있는 초고압 변압기 공장에 증설 투자를 결정했다.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전체 초고압 변압기 생산 능력을 1.4배 확대하기로 했다. 2020년 인수한 테네시주 멤피스 변압기 공장은 증설해 생산 능력을 2배로 확대한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산, 송배전망 교체, 신재생에너지 투자 증가로 대형 변압기(LPT)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5년 이상 경과한 노후 변압기 교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초고압 변압기 마더플랜트인 창원 공장의 증설도 동시에 진행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신재생 발전 증가와 더불어, 전력 사용량이 많은 AI(인공지능), 전기차, 반도체의 인기가 급부상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전력망 인프라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시험실을 구축하고 생산 설비를 증설해 생산 능력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핵심 거점인 창원 공장은 국내 최초로 차단기 누적 생산 금액 10조원도 돌파했다. 두 공장의 증설이 완료되면 효성중공업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 능력은 현재 대비 약 40% 이상 늘어난다.
◇지능형 전력 기술로 글로벌 성장 동력 확보
효성중공업은 설비 투자와 함께 제품과 기술 부문에서도 AI 및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지능형 전력 기기 설루션(solution)을 선보이며 미래 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있다. 주요 기술로는 AI 기반 자산 관리 시스템 ‘ARMOUR+’, AR(증강 현실) 비전 검사 장비,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200㎿급 전압형 HVDC, 신재생에너지 및 데이터센터 전력 안정화를 지원하는 STATCOM 등이 있다.
‘ARMOUR+’는 기존 자산 관리 시스템에 AI를 접목해 전력 설비의 실시간 모니터링 및 예측 정비 기능을 강화한 기술이다. 스마트 에너지 관리, 데이터센터, 철도, 발전 등 다양한 산업군에 확장 적용이 가능하다. 한국전력의 예방 진단 시스템 ‘SEDA’와 결합한 통합 설루션 ‘ARPS’는 AI 기반 전력 관리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AI 산업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맞춰 전 세계 전력 인프라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효성중공업이 글로벌 전력 기기 핵심 공급사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