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으로 붐비는 도쿄의 명소 대신, 숨은 골목길을 탐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반가운 안내서가 나왔다. 일본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타미(Tamy)의 신간 ‘도쿄 골목 산책’은 번화한 관광지 너머 도쿄의 진짜 얼굴을 담아낸다. ‘트래블러스 노트(여행용 다이어리)’에 정성스레 그려낸 그림일기를 바탕으로 도쿄 골목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책이다.
작가는 도쿄 구라마에·닌교초·고마바·나카메구로 등 20개 지역 160곳 맛집과 소품숍, 로스터리, 와이너리 등 생활 속 공간들을 세밀하게 전한다. 흔히 알려진 장소보다는 현지인에게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동네 가게와 새롭게 생겨난 로컬 브랜드가 중심이다.
옛 도쿄의 정취가 남은 ‘미식의 거리’ 닌교초, ‘잡화 마니아’의 성지 구라마에 등에 얽힌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치 오랜 친구가 자신의 아지트를 소개해주는 듯한 친밀감이 느껴진다. 단순한 여행 가이드북에 그치지는 않는다. 도쿄의 지역 문화, 문구류와 민예품 이야기부터 인기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배경지까지 폭넓은 문화 콘텐츠를 다룬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타미의 손에서 탄생한 ‘그림 지도’와 ‘산책 일기’다. 인스타그램에서 13만 명이 팔로우하며 열광한 그의 그림체는 이 책에서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디테일한 삽화 덕분에 책을 들춰보는 것만으로도 도쿄의 골목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트렌디한 카페의 한 구석, 오래된 찻집 앞 간판, 직접 맛본 당근 케이크 등 페이지마다 작가의 시선과 감정이 오롯이 스며 있다.
느릿한 발걸음, 낯선 골목, 그리고 따뜻한 시선. 이제 ‘도쿄 골목 산책’을 떠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