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길병원 이대영 병원장은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은 뼈를 깎지 않고 신경에 가해지는 압박을 줄이는 방법”이라며 “척추의 안전성을 유지해 나사못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척추 내시경 수술은 ‘최소 침습’을 목적으로 진화해왔다. 피부와 근육 절개 범위를 줄이면 환자 회복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술 과정에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척추 뼈 일부를 제거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국내 의료진이 뼈를 제거하지 않고도 척추관 신경을 감압하는 수술법을 개발해냈다. 이른바 ‘골 절제 없는 감압술’(NLBD, NFFD)로, SCI급 저널에도 게재됐다. 최근 척추관에 이어 추간공까지 골 절제 없는 감압술에 성공한 새길병원 이대영 병원장은 “피부만 적게 짼다고 최소 침습이 아니다”며 “뼈 절제도 최소화해야 진짜 최소 침습”이라고 말했다.

뼈 절제, 출혈 키우고 유합술 필요할 수도

디스크라 불리는 ‘추간판 탈출증’이나 ‘척추관 협착증’ 등의 척추 질환은 척추 구조 변화로 신경이 압박받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약물이나 주사 등 보존적 치료가 적용되지만, 통증이 잡히지 않는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은 작은 구멍을 통해 내시경과 수술 기구를 삽입한 뒤 신경을 압박하는 병변을 제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대부분 척추 수술은 뼈를 절제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척추뼈가 신경과 이를 압박하는 조직들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가 현미경으로 내려다보면서 진행하는 ‘미세 현미경 수술’은 신경 통로 옆이나 뒤에 있는 병변을 직접 볼 수 없어, 뼈를 절제해 ‘통로를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내시경 수술 역시 초기 현미경 수술의 술기를 그대로 이식했기 때문에 뼈를 일부 제거하는 게 표준처럼 정착돼 왔다.

문제는 뼈를 절제하면 출혈량이 많아지고 주변 조직의 손상이 커진다는 점이다. 척추뼈의 구조적 안정성까지 무너질 수 있다. 고령 환자의 경우 통증이 심해도 병원에서 수술을 끝까지 미루는 경향이 있는데, 이 역시 골 절제로 인한 부작용 탓인 경우가 많다. 이대영 원장은 “뼈를 절제하면 관절의 압력 분포가 바뀌어 불안정성이 생긴다”며 “약해진 척추뼈를 고정하기 위해 나사못을 사용하는 유합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시경으로 접근해 뼈·근육 절제 없이 치료 가능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은 말 그대로 뼈를 제거하지 않고 신경 압박을 줄이는 치료법이다. 척추 상부와 하부에 1㎝ 미만의 작은 절개를 내고, 이 부위에 내시경과 수술도구를 삽입해 치료한다. 척추뼈의 자연적인 틈새 사이로 곡선형 수술도구를 접근시켜 병변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뼈와 뼈에 붙은 근육을 절제하지 않기 때문에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최근에는 척추관에 이어 추간공까지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이 시행되고 있다.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은 수술 자체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다. 척추 질환은 대부분 노년기에 발생한다. 전신마취가 치명적일 수 있는 환자도 많다.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의 경우 절개 부위가 작고 환자가 느끼는 통증도 적기 때문에 하반신 마취로 진행할 수 있다. 이 원장은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을 적용하면 기존 감압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불안정성을 최소화해 추후 유합술이 필요할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며 “90% 이상은 하반신 마취를 한 채로 진행하며, 대화를 하면서 수술한다”고 말했다.

척추 수술, 미루기만 해선 안 돼

어떤 수술이던 수술을 집도하는 의료진의 역량이 중요하다. 특히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은 양손으로 내시경과 수술도구를 젓가락처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대영 원장은 지난 3년간 4300건(마디 기준) 이상의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을 집도했다.

최근엔 95세 환자에게도 하반신 마취와 무수면 상태로 척추 세 마디를 감압하는 수술을 적용했다. 보통 고령 환자는 척추 한 마디를 감압하는 것도 어렵게 여겨진다. 그런데 이 원장은 요추 4-5번, 2-3번, 요추 5번-천추 1번 세 군데를 모두 감압했다. 수술 시간은 통상 3시간이 걸려야 하지만, 실제로는 1시간 10분정도가 소요됐다. 이 원장은 “만약 뼈를 깎았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물론, 고령 환자의 척추 구조가 더 약해졌을 것”이라며 “여러 부위를 동시에 감압하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말했다.

그는 척추 통증이 심한 상태라면 근본적인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증 등 부작용을 우려해 수술을 미루면 더 큰 부작용이 찾아온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노화가 진행된 상태에서 수술을 미루면 같은 수술을 받더라도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라며 “협착의 진행은 운동·감각 신경 손상, 코어근육·균형 감각 저하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 역시 재활로 회복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술을 미루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새길병원 이대영 병원장.

“수술만 받으면 끝? 재활이 진짜 시작”

척추 수술은 어디까지나 척추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뿐이다. 협착이 발생하면 허리가 굽어지면서 복횡근으로 대표되는 속근육(코어근육)이 약해지고 균형 감각이 떨어지게 된다. 다시 잘 걷기 위해서는 협착 전 수준으로 코어근육을 강화해야 한다. 재활이 필수적인 이유다.

-수술만 받으면 허리가 회복되는 것 아닌가?

“아니다. 수술로 신경에 대한 압박을 해결하면 손상된 신경은 저절로 회복될 수 있으나 근육은 그렇지 않다. 정상적인 보행을 위해서는 척추 뒤쪽의 신경이 눌리지 않는 상태에서 척추 앞쪽 복횡근과 이를 조절하는 균형 감각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수술만 하고 재활을 안 하면 오히려 수술 전보다 더 빨리 망가질 수도 있다.”

-재활은 어떻게 해야 하나?

“재활 초기에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균형 감각과 속근육이 힘이 저하돼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한쪽 다리로 균형 잡으며 버티기’, ‘몸의 균형을 느끼며 앉았다가 서기’ 등 속근육을 느끼고 균형 감각을 높이는 훈련이 필요하다. 수술 후에 잘 못 걷겠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실제론 서는 게 잘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들이 흔히 잘못 아는 사실은?

“‘안 아플 때까지 쉬면 낫는다’는 생각이다. 많은 환자가 통증이 사라질 때까지 약을 먹고, 주사 맞으면서 재활은 미루는데 그렇게 하면 속근육이 약해져 결국 허리는 더 쓰기 어려워진다. 수술 후 재활을 안 하면 오히려 수술 전보다 더 빨리 망가질 수도 있다. 재활은 수술 다음 날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