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료제민(救療済民)’. 병을 치료해 국민을 구제하겠다는 이념으로 설립된 건국대병원이 올해 개원 94주년, 신축 병원 20주년을 맞이한다. 설립 이념을 기반으로 따뜻하고 다정한 ‘환자 중심’ 의료를 펼쳐온 이 병원은 올해를 기점으로 크게 변화할 예정이다. 오롯이 ‘다정 지수’를 높이기 위해 ‘첨단 미래형 병원’으로 전환한다.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새 외래센터를 증축하고 ▲MRI(자기공명영상)·CT(컴퓨터단층촬영) 등 검사 공간을 확충할 예정이다.
더 넓고 쾌적한 진료 라운지에 잠시 앉아 있으면, 이전과는 다른 속도로 빠르게 진료와 검사가 가능해진다. 새로 적용된 스마트 시스템으로 취소된 예약과 검사가 빠르게 파악되기 때문. 의료진과 대화도 더 따뜻하고 깊어질 전망이다. 행정 시간이 줄어 의료진은 환자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게 되고, 환자는 진료 전부터 받은 자세한 검사 결과 공유로 질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또 야간에 뇌출혈 의심 응급실을 찾아와도 AI 시스템이 환자를 탐지해, 섬세한 진료가 가능해졌다. 이 시스템은 최근 이미 도입됐다.
건국대병원 유광하 병원장은 “구료제민은 94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병원의 정신”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첨단 기술을 도입해 환자 삶의 질은 높이고, 의료의 깊이는 더해 새로운 100년을 열고자 한다”고 했다.
100년 변화의 출발점, ‘사람 중심’ 진료 철학
건국대병원의 다정함은 유명하다. 환자 만족도 점수가 매우 높다. 지난 202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 경험 평가에서 종합점수 90.08점을 기록하며, 전국 상급종합병원 47곳 중 6위를 차지했다. ‘의사와 만나 이야기할 기회’ 부문에서 특히 다른 병원 평균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유 병원장은 “환자의 불편한 사항을 지속해 확인하고, 사람·구조·환경 등을 개선해 왔다”며 “특히 친절한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을 강화했다”고 했다. 건국대병원에서는 환자 진료 시 좋은 사례와 나쁜 사례를 영상으로 제작해 의사에게 보여주고,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환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세밀한 노력을 한 덕분인지, 건국대병원은 20년간 병원의 위상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 2011년 상급종합병원에 처음 채택된 후, 5회 연속 유지하고 있다. 그 순위는 지속해서 올랐다. 미국 뉴스위크지에서 선정하는 전세계 탑 250 병원에도 2023년 이래 지속 포함됐다. 유광하 병원장은 “진료량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응급실로 오는 중증환자는 패스트 트랙으로 진료를 하고, 노인 환자 방문을 고려해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조정하고, 외래까지 안내하는 동행 서비스를 진행하는 등 세세한 노력을 한 결실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치료의 질을 높인 것은 기본으로, 우리 병원은 사망률이 매우 낮은 축에 속한다”고 했다. 건국대병원은 환자 사망률을 조금이라도 더 낮추기 위해 입원 환자의 주요 사망원인인 패혈증, 심정지 등의 발생 위험을 AI로 예측하는 신의료기술(AITRICS·에이아이트릭스)을 상급종합병원 중 가장 먼저 도입하기도 했다.
외래센터 증축… 2027년 완공 예정
신축 병원 20주년 기념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해 건국대병원은 외래센터를 증축한다. 기존 병원 부지 내에 지상 3층 규모의 외래센터를 신축할 계획이다. 오는 12월 착공해, 오는 2027년 완공 예정이다. 본관에 있던 일부 진료과가 신규 외래센터로 이전된다. 이전 후 본관 내부 남은 공간에는 최신 의료 장비가 도입되고, MRI·CT·초음파 검사 공간이 확충된다. 검사 대기 시간을 줄이고, 진료 시스템은 개선해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유 병원장은 “내원 후 복부 CT를 찍는 데만 한 달 이상 걸릴 때도 있는데, 증축 이후에는 진료 후 한 번에 바로 검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외래 공간을 증축한 이면엔 중증 난치성 질환을 더 전문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유 병원장은 “의료진을 충원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 더 전문화된 진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축 공간에는 먼저 AI 기반 자동화 설비가 투입돼,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해진다. 본관도 맞춰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또 외래센터를 증축하면서 철골주차장도 함께 조성돼 총 721대의 주차 공간도 새로 확보된다.
지난 2023년에는 중환자실, 수술실을 증설하기도 했다. 병원 옥상 정원을 중환자실로 변경하는 증축 공사를 시행해, 음압 격리 중환자실 12병상을 만들었다. 수술실도 3실 증설했고 회복실도 확장했다.
AI 도입으로 진단 앞당겨
앞서 말한 AI 기술은 ‘질환 조기 포착’에 초점을 맞춰 도입된다. 유광하 병원장은 “대다수 질환이 제시기를 놓쳐 발견되면, 큰 후유증을 유발한다”며 “특히 놓치면 안 되는 병을 중심으로 정밀 의료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한다”고 했다. 현재 뇌졸중을 탐지할 수 있는 AI 시스템은 이미 적용됐다. 환자 심전도로 예후를 조기에 확인하는 시스템도 도입될 예정이다. 한편, 건국대병원은 실제 심뇌혈관질환에서 특히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중증 환자 치료 특화 병원이다. 2008년 이후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 관상동맥우회술 평가 등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적정성 평가 1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나이·성별·가족력·생활 패턴·과거 검진 결과 등을 분석해 환자 맞춤형 건강검진 항목을 추천하는 AI 플랫폼이 곧 활용된다. 검진 전에는 어떤 검사를 해야 할지 상당히 고민된다. 꼭 필요한 검사 종목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자기가 알긴 어렵다. 유 병원장은 “불필요한 반복 검사를 줄이고, 환자 개개인에 맞춘 조기 진단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화된 데이터는 정밀 진단을 강화하는 연구에 활용될 예정이다. 치료를 넘어 환자 맞춤형 예방·정말 진단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력도 확장한다. 연구 공간이 확보될 예정이고, 전임상을 할 수 있는 공간도 구축할 계획이다. 유광하 병원장은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임상데이터 표준화 시스템(CDW)을 도입했고, 최근에는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연구중심병원이 될 수 있도록 연구 교수를 채용하고, 산학연병 공동연구를 위해 건국대학교와 협의하는 등 장기적인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임상데이터 표준화 시스템은 환자 나이, 성별, 검사 정보, 진단 기록, 처방 내역 등 방대한 임상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검색·분석 시스템이다. 이 모든 것들이 신축 병원 개원 20주년을 맞아 환자를 위한 최첨단 병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건국대병원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