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지난 7일 서울 충정로 본사에서 열린 창립 84주년 기념식에서 새 기업 아이덴티티(CI)를 공식 선포했다. /종근당 제공

올해 창립 84주년을 맞은 종근당(대표 김영주)이 50여 년 만에 기업 아이덴티티(CI)를 전면 개편하며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 7일 ‘제84회 창립기념식’에서 새 CI를 공개하고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장한 회장 등 주요 임직원이 참석해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새 출발을 다짐했다.

종근당은 이번 CI 리뉴얼에서 기존 심볼·서체·색상 전반에 변화를 줬다. 특히 해외 시장에 적용될 영문 CI는 기업명 ‘Chong Kun Dang’ 대신 약칭 ‘CKD’로 간결하게 표현해 국제적 활용도를 높였다.

◇종근당 심볼 70년 진화

종근당이 처음 CI를 도입한 것은 1950년대다. 초기 심볼은 화합물 구조를 형상화한 육각형 안에 희생·봉사·건강을 상징하는 십자(+)를 넣었다. 한국전쟁 후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국민 보건 향상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종(鐘)을 종근당의 심볼로 사용한 건 1960년부터다. 그 당시 종근당 디자인 공모전에 출품한 서울대학교 미대 학생의 작품이 당선됐다. 이 작품은 교회의 새벽 종소리에 착안했다고 한다. 한글 ‘종’자와 종의 단면을 단순한 선으로 조합해 ‘소리를 시각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시기의 심볼은 국내 최초 원료의약품 합성공장 준공 시점과 맞물리며 ‘우리 손으로 생명을 살리는 약을 만들겠다’는 종근당의 창업 이념을 시각적으로 담아냈다.

1960년대 후반에는 인간 존중과 우주의 완벽함을 상징하는 원도 추가해 심볼에 담긴 경영 철학을 확장했다. 종근당이 국내에서 최초로 의약품을 수출한 만큼 ‘완벽한 품질의 의약품을 생산하겠다’는 신념의 표시였다. 1970년대 초에는 심볼 테두리에 ‘서빙(SERVING) 휴먼(HUMAN) 헬스(HEALTH) 에브리웨어(EVERYWHERE)’라는 영문 슬로건을 넣었다. ‘종근당이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나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반영했다.

1970년대 중반에는 슬로건을 ‘베터 라이프 스루 베터 메디슨(BETTER LIFE THROUGH BETTER MEDICINE·더 나은 의학을 통한 더 나은 삶)’으로 교체했다. 중앙연구소 개소와 함께 우수 의약품 개발을 향한 종근당의 신념이 담긴 심볼이다. 더불어 화합·완벽·안정을 상징하는 원과 정사각형으로 형상화해 기업의 무궁한 발전과 실천 의지까지 표현했다. 여기에 한국 서예의 대가(大家) 일중(一中) 김충현 선생이 쓴 ‘종근당’ 글씨까지 조합해 얼굴 역할을 해왔다.

또한 청록파 박두진 시인 작품인 ‘우리의 기원’은 제약업 사명감을 함축적으로 담아 현재까지 종근당 주요 행사에서 공유되고 있다. 시조 시인 노산(鷺山) 이은상 선생으로부터 기증받은 축시 ‘백년을 오래거라 천년도 오래거라’도 종근당의 지속 가능한 영속성에 대한 염원을 담아 기념비에 새겨져 있다.

◇새로운 CI로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

새로운 CI는 기존의 형태와 상징성은 유지하되 디자인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정비했다. 종근당의 대표 상징인 ‘종’ 크기를 키우고 감싸는 원형 지름도 넓혀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했다. 원형 테두리 안에 삽입된 영문 슬로건 서체도 확대해 ‘인류 건강에 기여하는 기업’이라는 경영 철학을 시각적으로 강조했다.

또한 종근당이 자체 개발한 ‘종근당 미래체’를 새로운 CI에 적용했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돋움체와 굴림체의 조화로 부드럽고 역동적인 느낌을 구현했다. 종근당의 진취적 기상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오른쪽으로 상승하는 획을 통해 글로벌 확장성과 진취적 기업 이미지까지 담았다. 종의 초성인 ‘ㅈ’은 임직원의 단결과 미래 도약을 형상화한 요소다. 기존 서체를 둘러싸고 있던 사각 프레임은 없애 선명성과 가독성도 높였다.

로고 색상은 종근당 상징인 ‘청색(C100+M68+Y0+K12: 탄생·생명·희망 등을 의미)’을 유지하면서 명도(C100+M85+Y0+K0)는 한층 높여 기업의 밝은 미래와 친환경 이미지까지 동시에 반영했다.

◇전국 사업장 및 제품에 신규 CI 전면 적용

종근당은 신규 CI를 모든 제작물과 서식에 적용하고 있다. △서울 충정로 본사 △전국 각 지점 및 사무소 △공장과 해외법인의 옥외 간판을 교체했다. 임직원 명함과 사원증뿐 아니라 사내외 모든 시설물·제품 패키지도 신규 CI로 제작됐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새로운 CI를 통해 글로벌 제약기업으로의 도약과 종근당의 미래 비전인 ‘크리에이티브 케이 헬스케어 디엔에이〈Creative K-healthcare DNA(CKD)〉’ 실현에 속도를 내겠다”며 “한 사람에서 전 인류까지, 예방부터 치료까지 제약 기술 혁신으로 건강한 삶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