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지난해 12월 열린 하계 올림픽 전북 유치 기원 체육인 한마음 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북도 제공

전북도는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 61표 중 49표를 얻어 예상을 깨고 서울시(11표)에 압승을 거뒀다. 무주를 내세워 2014년 동계 올림픽 유치 도전에 나섰으나 강원도 평창에 국내 후보 도시 자리를 내줬던 전북은 이번 승리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48년 만에 한국에서 하계 올림픽을 열기 위한 도전을 시작한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26일 “서울을 제치고 국내 후보 도시가 된 것을 두고 누군가는 이변 혹은 기적이라고 말하지만, 전북도민의 도전 정신과 헌신, 열정이 이뤄낸 당당한 성취이자 빛나는 성공”이라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세계 도시와 치열한 경쟁에 철저히 대비해 2036 하계올림픽을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후보 도시로 선정됐는데, 승리의 요인은.

“비교적 열세로 보였던 전북이 서울을 이긴 것은 올림픽 개최 방식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27년 만에 올림픽 구호에 ‘다 함께’를 추가하며 지속 가능성과 경제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북은 지방 도시 연대 전략을 통해 IOC의 기조에 적합한 비전을 제시했고, 이 전략이 대의원들의 표심을 잡는 데 결정적이었다. 물론 전화 설득에 대면 만남까지, 간절함과 진정성을 갖고 투표전에 뛰어든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유치를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IOC의 정책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혁신안을 통해 올림픽 개최 방식을 바꾸면서 단일 도시 개최가 아닌 분산 개최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라면 전북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지방 도시 연대 올림픽’이라는 전략을 세웠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경제적인 올림픽을 실현하고, 전국이 함께하는 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이 재도약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전북이 있는 것을 꿈꿨다.”

-유치를 선언했을 때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다는데.

“올림픽 도전을 얘기하니 처음에는 ‘생뚱맞다. 무슨 올림픽이냐? 전북이 되겠냐’ 이런 반응이 나왔다. 도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도지사가 된 이후 일관되게 강조한 것이 도전하자는 것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도전하는 과정에서 실패하면, 그것이 더 큰 성공의 자산이 된다. 거기서 교훈만 얻으면 그건 실패가 아니다. 전북은 실패의 자산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계속 도전하자고 했다. 도전하니까 결국 이뤄지지 않았나. 논어에 나오는 유지경성(有志竟成), 뜻을 세우고 끝까지 밀고 가면 반드시 이룬다는 말을 전북의 정신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도전경성(挑戰竟成), 도전하면 반드시 이뤄진다. 이 마음으로 계속 도전하겠다."

-대의원들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1대1로 만나서 설득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먼저 38개 종목별로 전북에 있는 회장들에게 전화를 모두 걸었다. 이들에게 서울에 있는 종목별 회장들을 빨리 만나보라고 요청했고, 중요한 설득 지점을 정리해 전달했다. 다녀온 후에는 꼭 반응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렇게 다녀온 후 보니 어떤 분들은 평소 수십 년간 교류해 온 분들도 있었고, 어떤 분들은 최근에야 알게 된 분들도 있었다. 당연히 반응이 각기 달랐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대로 동그라미, 세모, 가위표를 기록했다. 지지를 표한 분은 동그라미, 공감을 표시한 분에게 세모를 표시했고, 그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반응을 모두 기록했다. 이런 식으로 38명의 종목단체 회장들에 대해 ‘장부’를 만들어 몇 월 며칠에 누구를 만났고,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꼼꼼히 기록했다. 그다음에는 누구를 보내서 어떻게 설득할지를 고민했다. 회장들의 이력을 전부 분석해 그분들과 인연이 있는 사람을 찾아 또 보냈다. 한 사람에게 한 명만 보내는 게 아니라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15명까지 보내기도 했다. 확인 작업도 철저히 했다. 반응이 와도 정말인지 한 번 더 물어보라고 했고,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하고 나니 최종 투표일 당일에는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지난달 28일 대한체육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2036 하계올림픽 전북 유치를 위한 발표 준비를 하고 있다.

-연대 도시들은 어떤 역할을 맡게 되나.

“연대 도시는 단순한 경기 개최지가 아니라, 각 지역의 강점을 살려 올림픽의 완성도를 높이는 핵심 파트너다. 대구는 육상, 광주는 양궁과 수영, 충남은 테니스, 충북은 체조, 전남은 서핑 등 종목별 최적의 인프라를 보유한 지역에서 경기를 개최한다. 이를 통해 경기장 신축 부담을 줄이고, 균형 발전을 실현하게 될 것이다. 각 지역의 문화·관광 자원과 연계한 올림픽 이벤트도 마련해 ‘스포츠와 문화가 공존하는 올림픽’을 만들겠다."

-연대 도시 단체장들의 지지 영상이 화제가 됐다.

“대구시장과 전남도지사, 광주시장, 충남도지사의 영상을 최종 발표 마지막에 넣었다. 지지 영상을 통해 전북이 추진하는 올림픽이 단순히 한 지역의 행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도전이자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영상이 끝난 후 대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떻습니까? 대한민국 정치가 이랬으면 좋겠지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러나 올림픽은 다릅니다. 전북이 주도하는 지방 도시 연대 올림픽은 대한민국을 하나로 묶고, 재도약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화합 올림픽을 강조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2036 전주하계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대회가 아니다. 지역 균형 발전, 국민 통합, 정치적 연대를 실현하는 대회다. 매년 880여 개의 전국 규모 체육대회 중 88% 이상이 지방에서 열리지만, 정작 지방은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제 지방이 중심이 돼야 한다. 전북이 제안한 ‘지방 도시 연대 올림픽’은 대구, 광주, 충청권 등 지방이 힘을 모아 함께 만드는 대회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를 만들겠다. 또한, 2036 전주하계올림픽은 여야를 초월해 전국 지자체가 힘을 합쳤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이 함께하는 연대의 장이 펼쳐졌다. 이것이 올림픽 정신이다. 전북이 주도하는 올림픽이 대한민국을 하나로 묶고, 재도약하게 만드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경쟁했던 서울시와 협력 가능성은 있나.

“이제는 대한민국이라는 한 팀에서 함께 뛰어야 한다. 오세훈 시장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서울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최종 유치를 목표로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협력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대한체육회, 정부와 긴밀히 논의하면서 최적의 전략을 마련하겠다.”

-전북의 강력한 경쟁상대는 어느 국가인가.

“경쟁국으로 사우디, 카타르, 인도가 거론된다. 사우디와 카타르는 자금력을 앞세우고, 인도는 세계 최대 인구 대국과 첫 올림픽 개최를 내세우며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그러나 SOC 인프라 부족과 개최 도시 간 거리 문제가 약점이다. 대한민국은 서울올림픽, 월드컵, 평창동계올림픽 등 세계적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이 있다. 여기에 전북은 K컬처의 심장이자 RE100 실현이 가능한 신재생에너지 선도 지역이다. 지속 가능성과 경제성을 갖춘 도시로서 IOC의 기준에 가장 최적화된 곳이다.”

지난해 12월 2일 열린 2036 하계올림픽 전북 유치 기원 체육인 한마음 대회.

-올림픽 유치를 통해 기대하는 변화는.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서울올림픽과 월드컵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장 큰 자긍심을 안겨준 역사적 순간으로 꼽힌다. 최근 정치와 경제, 사회적으로 분열과 대립이 심각하다. 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을 다시 하나로 만들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열어야 한다. 경제적 효과도 크다. 전북은 약 28조원, 전국적으로 40조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관광산업 활성화,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확대, K컬처의 세계적 확산도 기대된다.”

-전북이 올림픽을 치르기에 시설과 SOC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북은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아시아태평양마스터스대회 등 국제 규모의 체육 대회를 치른 경험이 있다.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필요한 부분은 보완할 계획이다. 연대 도시와 적극 협력하겠다. 육상은 대구, 수영은 광주에서 치르면 되고, 충청권의 유니버시아드 시설도 활용할 수 있다. 신축이 아닌 기존 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비용을 아끼면서도 국제 기준을 맞출 수 있다. 교통 인프라도 충분하다. KTX와 고속도로로 주요 도시들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고, 전주의 수소버스를 포함한 친환경 교통 시스템도 준비 중이다.”

-새만금잼버리 파행으로 전북이 올림픽을 잘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잼버리 경험을 교훈 삼아 더욱 강해졌다. 부족했던 점을 철저히 분석해 교훈으로 삼았다. 잼버리 이후 전북은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를 주도적으로 유치해서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잼버리 때와 달리 전북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했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잼버리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신속한 의사 결정과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반영해 철저하게 준비하겠다.”

-올림픽에 대규모 재정이 투입된다는 논란도 있는데.

“회계사 출신이라 숫자에 강하다. 손해 보는 올림픽은 안 되도록 할 것이다. IOC도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며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방침을 세웠고, 우리도 89%의 경기장을 기존 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연대 도시와 협력이 확대된다면, 가장 경제적인 올림픽을 치러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올림픽 개최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48년, 반세기 만의 하계올림픽 재개최 그리고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금메달 10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올림픽, 국민 모두가 화합하는 올림픽을 만들어 낼 것이다.”

-앞으로 계획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사전 타당성 조사, 정부 심의 대응, IOC 협력, 국내외 홍보 등 전방위적 대응 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승인 절차를 완료하고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보증서를 첨부해 IOC에 유치 신청을 할 예정이다. 개최지 선정 방식은 IOC 미래유치위원회와 협상을 거쳐 우선 협상 도시로 선정된 후, 최종적으로 IOC 총회에서 결정된다. 현재로서는 미래유치위원회의 평가가 핵심 변수다. 전북이 국제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평가 대응에 역량을 집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