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도시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도, 일본의 오사카도 처음부터 글로벌 산업 중심지는 아니었다. 남양주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 수도권의 대표적인 주거 도시였던 남양주는 지금 ‘투자하고 싶은 도시’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달 5일 경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입체복합문화공원 및 콤팩트시티 조성 업무협약식에서 주광덕 시장이 연설하고 있다. /남양주시

변화의 핵심은 산업 생태계 전환과 도시 개발이다. 미래 첨단산업 기업 유치가 활발해지고,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젊은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다. 여기에 철도망을 중심으로 한 콤팩트시티 전략이 더해지며, 남양주는 수도권에서 가장 역동적인 성장 엔진을 장착한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산업생태계 대전환 신호탄… 첨단산업 중심도시로

남양주의 변화는 산업 생태계 전환에서 시작됐다.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동시에, 대규모 도시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산업 생태계 전환의 신호탄은 첨단산업 유치에서 포착된다.

최근 남양주시는 우리은행,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우리금융그룹 미래형 통합 IT센터 ‘디지털 유니버스’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는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 대규모 프로젝트로, 왕숙신도시 도시첨단산업단지에 들어설 예정이다.

디지털 유니버스는 금융 R&D 센터와 교육시설 등 최첨단 기술과 친환경 설계를 접목한 통합 IT센터로,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준공 후에는 300명 이상의 우리금융그룹 임직원이 상주하며, 약 3500명의 고용 창출과 4500억원 규모의 부가가치 유발이 기대된다.

세 기관은 IT 교육 및 인재 양성 사업,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디지털 혁신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신성장 사업 지원 등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남양주시는 디지털 유니버스가 들어서는 왕숙신도시를 중심으로 AI와 팹리스 산업 등을 포함한 ’2030 기업 유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대규모 복합상업시설 유치를 통해 첨단 융·복합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대형 공연장, 문화공원, 청년 예술공간 등을 포함한 문화벨트를 조성해 주거·상업·문화 공간이 어우러진 자족형 도시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기업과 인재가 모여드는 왕숙신도시

왕숙신도시는 남양주가 100만 메가시티로 성장하기 위한 첫걸음이자, 수도권 최대 규모의 3기 신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1·2기 신도시와 차별화된 개발 계획을 통해 자족형 신도시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남양주 왕숙신도시첨단산업단지 조감도.

왕숙신도시에는 디지털 유니버스를 비롯해 동북권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120만㎡에 달하는 넓은 부지와 GTX-B 노선 등 편리한 교통 여건을 바탕으로, 남양주시는 이곳에 3000개 이상의 기업 유치와 9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주택 6만6000호가 공급되는 왕숙신도시는 왕숙 지구가 2027년 상반기, 왕숙2지구가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주광덕 시장은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는 GTX-B, 9호선 등 뛰어난 철도교통망과 풍부한 전력 인프라를 갖춘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철도 위 첨단 도시… ‘콤팩트시티’

남양주 다산신도시는 경의중앙선으로 인해 도시가 남북으로 단절돼 있었으나, 이를 통합하는 ‘콤팩트시티’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철도를 덮어 그 위에 대규모 공원과 주거시설 등을 집약적으로 조성하는 복합 개발 방식을 추진 중이다. 이 방식은 국내 최초의 철도상부 입체복합개발 사례로 평가받는다.

콤팩트시티는 도시 중심부에 주거, 상업, 문화시설 등을 밀집시켜 무분별한 도시 확산을 막고,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개념이다.

남양주 다산신도시 콤팩트시티 안에 들어설 (가칭)정약용공원 조감도.

GH와 남양주시에 따르면, 다산신도시 내 정약용도서관에서 경춘로까지 600m 구간을 가로지르는 경의중앙선 복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구간 복개로 남북 생활권이 통합되고, 직주근접 환경이 조성된다. 2023년부터 총 1000억원이 투입됐으며, 올해 말까지 복개 공사를 마무리하고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8년까지 조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복개를 통해 확보되는 5만9000㎡ 부지에는 대규모 공원과 주거시설, 복합문화시설이 들어서고 사업비는 약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철도 상부에는 정약용 문화공원, 사계절 공원, 온가족 어울림 공원 등이 조성되며 인근에는 300세대 규모의 주거단지와 창업지원 공간, 기존 상권과 차별화된 복합문화시설이 들어선다. 여기에 더해 판교에서 운영 중인 기회발전소를 다산신도시에 도입해 ‘다산형 청년창업 기회발전소’를 유치할 계획이다. 기회발전소는 GH와 공유오피스 GARAGE 운영사 ㈜지랩스가 협업해 창업가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투자 교류회를 개최하는 오픈형 공유오피스다.

주 시장은 “콤팩트시티가 미래형 복합문화공원으로 시민들이 휴식과 힐링을 즐길 수 있는 남양주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수도권 첨단산업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

“산업·교통·문화·의료 전 분야에서의 ‘대전환’을 통해 수도권 미래도시로 도약하겠습니다.”

주광덕 남양주시장

주광덕 남양주시장이 남양주의 미래 비전을 선언했다.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구역 등 중첩 규제로 산업 발전이 더뎠던 남양주가 첨단 산업도시로 도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남양주시는 2025년을 ‘산업생태계 대전환의 원년’으로 삼았다. 남양주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2월 기준 남양주시 내 사업체 6만8272개사 중 제조업과 도·소매업이 절반 이상(52.7%)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정보통신업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이러한 산업구조를 혁신하기 위해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 및 첨단산업 유치 ▲첨단기술 기반 창업지원 생태계 구축 ▲산업·기술 융합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주 시장은 “산업생태계의 대전환을 통해 우량기업을 유치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 자립기반을 다지는 미래형 자족도시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3일 경기 남양주시와 ㈜우리은행,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왕숙지구에 미래형 통합 IT센터 '디지털 유니버스'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진은 주광덕(가운데) 시장이 업무협약 체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유치는 수도권 경제중심도시로의 도약을 가속화했다. 주 시장은 “기업 투자유치도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다”며 “상반기 중 앵커기업 역할을 수행할 국내 IT·콘텐츠 기업과 대규모 투자 협약이 이뤄지면, 남양주시는 수도권 첨단산업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주 시장은 “연도별 기업유치 전략과 홍보를 담은 ’2030 기업유치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예정”이라며 “하반기에는 기업 투자유치 설명회를 열어, 남양주시를 수도권 대표 투자처로 적극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가 산업생태계 전환의 원년이라면 지난해는 ‘교통혁명의 원년’이었다”며 “남양주 최초의 남북축 철도인 별내선(별내~암사)이 개통돼 잠실까지 27분 만에 이동 가능해졌으며, GTX-B 노선 착공과 GTX-D·E·F·G 노선 유치도 가시화됐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5개 전철과 5개 GTX가 연결되는 교통망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와 국지도 98호선, 시도 8호선 등이 완공되며 도로망 확충도 탄력을 받았다. 그는 “수석대교 조속 착공 등 교통 인프라를 확충해 수도권 최고의 교통허브 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양주시는 전국 최초로 철도 복개 상부에 입체복합문화공원을 조성한다. 주광덕 시장은 “경의중앙선 철도복개 및 공원 조성사업을 통해 5만8708㎡에 달하는 정약용공원(가칭)을 조성하고, 일·주거·문화·휴식이 어우러지는 신개념 공간을 선보인다”며 “남양주는 산업, 교통, 문화, 의료의 전 분야에서 대전환을 이루고 있으며,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혁신적인 미래 자족도시로 도약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