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저출생·고령화와 지방 소멸 위기 등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가 도시 공간의 형성 및 활용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처럼 도시 외연을 무작정 확장하기보다 도시 기능을 얼마나 밀도 있게 재구성하느냐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청년과 기업을 끌어들여 지속 가능한 성장 거점을 마련하는 전략이 중요해졌다. 이와 함께 도시 서비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공간 재편도 필요하다.

스마트시티가 확산되면 다양한 도시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도시 운영 체계까지 마련될 전망이다. 스마트 기술 도입으로 교통·환경·안전 등 핵심 도시 기능이 더욱 정교해지고, 효율성 또한 극대화될 것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도시 공간 재편 필요

기존 용도지역 제도는 도시 기능을 주거·상업·공업 등으로 나눠 운용해 왔다. 급속한 도시화 속에서 개발과 보전을 균형 있게 실현하고 도시 공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 제도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도시 환경이 급변하면서 보다 유연한 토지 이용 체계와 다양한 기능을 수용할 수 있는 도시 공간 재편이 필요해졌다.

정부는 2014년 ‘입지규제 최소구역’ 제도를 도입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의 창의적 개발을 촉진해 기존 용도지역제의 경직성을 보완하려고 했다. 도시 공간 활용 폭을 넓힌 첫 시도로 의미가 컸다. 하지만 당시 △새 제도에 대한 생소함 △민간이 참여하기 불편한 구조와 복잡한 절차 △특혜 시비를 우려한 지자체 기피 현상까지 겹쳐, 지난 10여 년간 지정된 사례가 6곳에 그쳤다. 실제 현장에 적용하고 활용도까지 높일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해졌다.

싱가포르 정부는 1997년 개발사업자가 토지용도를 자유롭게 복합적으로 결정하는 '화이트존'을 도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8년부터 노후 항만 배후단지인 마리나베이를 주거·국제업무·관광이 결합된 세계적인 복합단지로 재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마리나베이 개발 전(위 사진)과 개발 후(아래 사진) 전경. /사진제공=marina-bay.com

◇공간혁신구역: 주어진 틀에서 벗어난 유연한 도시 구조로 전환

정부는 2023년 ‘입지규제 최소구역’을 대폭 보완한 ‘공간혁신구역’ 제도를 도입했다. 도시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시 내 다양한 기능을 융합하고, 직주근접, 고밀·복합개발 등 시대 요구에 맞는 새로운 도시 공간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특정 구역을 지정해 기존 토지·건축물의 용도 제한을 두지 않고, 용적률·건폐율 등 각종 개발 규제도 완화해주는 게 골자다.

특히 민간 사업자의 제안을 폭넓게 허용하고 직접 사업자로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민간의 개발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했다. 또 개발 계획은 각 지역에서 세우도록 하되, 지가 상승 등 규제완화 효과가 큰 만큼 남용 방지를 위해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계획을 승인하도록 했다. 각 지자체가 특혜 시비 부담에서 벗어나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정부는 공간혁신구역을 확산하기 위해 16곳의 선도사업 후보지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공간혁신구역은 △도시혁신구역 △복합용도구역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먼저 ‘도시혁신구역’은 기존 토지·건축물의 용도 및 밀도(용적률·건폐율) 규제가 없는 한국형 화이트존(white zone·무규제 지역)으로 만들어 고밀도 융복합 개발이 가능하도록 했다. 주차장·학교 등의 설치 기준도 지역 사정에 맞게 정할 수 있다. ‘복합용도구역’은 주거·상업 등 기존 용도지역을 변경하지 않고도 다른 용도시설이 허용된다.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은 철도역·터미널·체육시설 등 다중 이용 도시계획시설을 융복합 거점으로 활용하고 시설의 본래 기능도 고도화할 수 있다. 지자체와 민간은 3가지 유형 중 해당 지역에 필요한 맞춤형 유형을 선택해 새로운 도시 공간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공간혁신구역은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도시 기능 재배치로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기존 도시 내 낙후 지역 활성화와 신산업·창의적 공간 활용 촉진으로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보스턴시는 1997년 기존 용도지역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복합용도지구'를 도입해 주거·상업·준공업 기능을 혼합할 수 있도록 했다. 2000년부터는 항만 물류창고 등을 재개발해 주거, 업무, 공공·문화시설, 공원 등이 어우러진 수변지역으로 탈바꿈시키며 도시 재생을 추진했다. 보스턴시 혁신지구 개발 전(위 사진)과 개발 후(아래 사진) 전경. /사진제공=boston.com

◇스마트시티: 지능형 도시 운영 고도화

공간혁신구역이 본격 적용되면 미래 도시는 더 다층적이고 융합적인 형태로 진화하지만, 교통·물류·환경·방재 등 도시 문제 또한 복잡한 형태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도시 관리 체계가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시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도시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교통·환경·에너지 등 각종 정보의 수집·분석 플랫폼인 데이터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도시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또 첨단기술을 도시 인프라에 접목시켜 각종 데이터 수집과 서비스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거점형 스마트시티 △강소형 도시 △스마트 기술 설루션 확산형 등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거점형 스마트시티는 지역 기업 지원 등 적극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또 스마트시티 확산을 견인하는 거점이 된다. 강소형 도시는 기후 위기·지역 소멸 등 환경 변화의 대응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원격의료 △노인 돌봄 서비스 △교육 및 보육 지원 등 특화 설루션을 집약한 곳이다. 스마트 기술 설루션 확산형은 △스마트 주차 공유 △스마트 화재 감지 등의 설루션을 패키지로 묶어 주로 낙후 지역에 지원한다.

스마트시티가 확산되면 많은 도시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나아가 지속 가능한 도시 운영 기반이 만들어지고, 도시 간 서비스 격차 완화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 기술 구현으로 도시 기능은 더 정교해지고 시민의 삶의 질도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