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도시’. 경기 의정부시를 설명하는 새로운 말이다. 오랫동안 ‘군사 도시’로 불리며 낙후된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던 의정부는 이제 과거와 결별했다. 서울과의 뛰어난 접근성, 경기북부 행정 중심지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23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다수의 기업이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의 올해 화두 역시 기업 유치다. 김 시장은 LH 경기북부역본부 유치 등 전반기 성과를 발판 삼아 2025년에는 ‘일자리가 풍부한 도시’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일자리가 풍부한 기업 도시
의정부시는 기업유치를 통한 경기 북부 거점 도시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민선 8기 출범 직후 ‘기업유치팀’을 신설해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23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LH 경기북부지역본부, ㈜바이오간솔루션 등을 잇따라 유치했다.
방점을 찍은건 LH 경기북부지역본부가 의정부시로의 입주를 결정하면서다. 경기북부 등 13개 시군의 주거복지를 관할하는 LH 경기북부지역본부가 들어서면서 의정부시가 경기북부 중심 도시로서의 위상을 인정받은 셈이다. LH 경기북부지역본부는 의정부에서 전국 최초의 아이돌봄시설 클러스터 시범사업을 비롯해 의정부고산·의정부우정·의정부법조타운 공공주택지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법인지방소득세 납부를 통해 의정부시 세입도 대폭 신장될 전망이다. 의정부시는 LH 경기북부지역본부가 보다 빨리 안착해 안정적이면서도 속도감 있게 우리 의정부와 경기북부 발전을 위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의정부시는 데이터센터와 LH 경기북부지역본부 유치를 계기로 지역 내 유일한 산업단지인 용현산업단지를 미래형 첨단산단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00년 34만5546㎡ 규모로 조성된 용현산업단지는 지난해 기준 입주기업 123곳에서 2115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조성 당시만 하더라도 섬유, 조립금속, 기계장비 등 다양한 제조 업종이 들어서 의정부 지역산업을 이끌었으나, 수도권 규제 등 각종 중첩 규제로 확장성 부재와 시설 노후화 문제가 대두하며 동력을 잃은 지 오래였다. 의정부시는 제조업 위주의 용현산단을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첨단산업을 재탄생시키기 위해 고부가가치 첨단산업 육성과 근무환경 및 이미지 개선, 기업지원서비스 강화라는 3대 전략을 수립하고, 12대 실행과제를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서 투자기업들의 관심도도 높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 IT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장비를 한 건물 안에 모아 24시간 365일 운영하고 통합 관리하는 시설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과 인접해 전문인력 확보가 용이한 데다 이미 데이터센터의 핵심인 전력에 대한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시는 데이터센터 입주로 생산유발효과 3663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1274억 원, 취업유발효과는 1561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규제 해소 총력’…가용 용량 총동원
일자리 창출과 기업 유치를 위한 행보도 눈에 띈다. 김 시장은 취임 직후 기업유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가 하면, 전문가와 관련 부서 공무원으로 구성된 ‘기업유치 워킹그룹’을 꾸려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 발굴에 힘쓰고 있다.
그동안 의정부시는 편리한 교통과 인재발굴에 유리한 서울 최접경이라는 지리적 이점에도 과밀억제권역, 개발제한구역법, 군사시설보호법 등 중첩 규제로 지역 경제 발전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의정부시는 구리포천고속도로를 통해 강남까지 40분이면 도달할 수 있고, 향후 GTX-C 노선이 개통되면 강남까지 이동시간은 21분으로 크게 단축된다.
의정부시는 이 같은 중첩규제 해소를 위해 중앙부처 건의와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김 시장은 지난 2023년 5월 시청을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의정부의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관련법 개정 및 규제 개선 필요성에 대해 역설한 바 있다. 또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개발을 위해 경기도, 당정협의회 등 관련기관에 지침 개정을 요구해, 경기도가 국토교통부에 규제개혁 과제로 제출하기도 했다.
대규모 개발사업이 가능한 미군 반환공여지 개발도 강점으로 꼽힌다. 반환공여구역 캠프 카일은 을지대학병원, 가톨릭대 성모병원과 연계한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추진 중이다. 바이오클러스터는 40만㎡ 규모에 바이오·의료·연구 지식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의정부시는 원스톱 패키지 연구가 가능한 여건을 조성해 관련 기업을 유치할 방침이다. 토양 정화작업이 한창인 캠프 잭슨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첨단산업 및 자족시설 용지를 조성하고, 한미동맹 70년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캠프 레드클라우드(CRC)에는 ‘디자인 클러스터’를 조성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미래산업 핵심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동-서 잇는 의정부 역세권 개발…”유동인구 잡는다”
의정부시는 의정부 역세권을 현대적·고밀도로 재구성해 경기북부 경제 중심지로 재도약시킨다는 구상이다. 의정부 역세권은 각종 행정, 업무, 상업 기능이 밀집해 있는 반면, 철도와 공원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형태다. 이 때문에 동서 간 상권과 생활권이 분리돼 보행 환경이 불편하고 유동인구 유입이 저해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또한 의정부역 주변은 소규모 점포와 1980년대 이전에 지어진 노후화된 건물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향후 GTX-C노선이 개통했을 때에도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인접 도시로 모든 기능이 흡수될 우려도 크다.
이에 의정부시는 역세권 개발을 통해 과거 군사도시라는 낙후된 이미지를 벗어나 교통, 경제, 교육의 중심지로 탈바꿈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의정부 역전근린공원에 비즈니스 문화관광 허브 역할을 하는 호텔, 켄벤션, 업무시설 등을 집적한 고밀복합시설, 이와 연계되는 도심 속 입체공원(1~3층), GTX 시대에 대비해 지하철, 지하상가, 환승센터를 연결하는 복합환승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기존에 단절됐던 도심 동서축을 연결해 의정부역-지하상가-행복로-제일시장으로 이어지는 입체보행교를 조성, 역세권 전체 상권을 활성화한다는 전략이다.
김 시장은 “의정부 역세권 개발사업은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과제이자, 미래세대의 생활 기반을 결정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의정부 역세권 개발이 지속가능한 도시발전과 자연친화적 도시 구현의 기반이 되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근 의정부시장 인터뷰
“역세권 개발사업·경제자유구역 지정 성공시켜 지역 경제 활성화할 것”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 후보지로 경기 의정부 역세권이 선정되며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의정부 역세권 개발사업을 통해 도시 안에서 일하며 생활하는 콤팩트시티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김 시장은 “의정부는 경기북부의 교통 거점이자 경제 중심지임에도 불구하고, 도심 곳곳에 산재한 문제로 지역 경쟁력이 약화된 상태”라며 “노후화된 원도심, 낮은 토지이용 효율, 철도와 공원으로 인한 동서 간 단절 등이 그 원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GTX-C 노선이 개통되더라도 의정부의 발전이 아닌 인근 도시로 기능이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역세권 개발사업이 단순한 도시재생이 아닌 의정부의 핵심 경쟁력을 회복하고 강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도심 동서축을 연결하는 입체보행교를 만들어 상권 활성화를 도모하고 지역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의정부 역세권 설계 용역 예산 삭감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시장은 “예산 삭감은 분명 큰 난관이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의지를 다졌다.
김 시장은 개발사업의 성공을 위해 도시계획과 부동산 전문가, 관련 부서장들이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발족해 사업의 내실을 다지고 있다. 그는 “전문가들과 함께 도시혁신구역의 효율적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 시민들과 함께한 ‘미래가치 공유의 날’에서 사업의 필요성과 기대효과를 공유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정부 역세권 개발은 단순히 도시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전했다.
끝으로 김 시장은 의정부의 미래 비전에 대해 강조했다. 김 시장은 “미군 반환공여지를 활용한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의정부가 자족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과제다. IT와 바이오 등 신성장산업 육성을 통해 복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권을 구축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