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과 나비 브로치, 에젠 푀이아트르 작, 프랑스, 약 1900년경. /롯데뮤지엄

세계 4대 주얼리 컬렉터 중 하나인 카즈미 아리카와(Kazumi Arikawa)가 40년에 걸쳐 수집한 보석 컬렉션이 한국을 찾았다. 잠실 롯데월드 타워 내 롯데뮤지엄에서 아리카와의 소장품 208점을 선보이고 있는 ‘디 아트 오브 주얼리(The Art of Jewellery):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 전이다.

카즈미 아리카와는 40여년간 세계를 돌며 동서양을 아우르는 역사적 보물 500여점을 수집해왔지만 별도로 전시회를 개최한 적은 없었다. 2018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그가 기증한 19세기 후반의 작품 3점이 잠시 공개된 것이 전부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카즈미 아리카와의 소장품을 대규모로 선보이는 세계 최초의 자리라고 볼 수 있다. 아리카와의 컬렉션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프라이빗 주얼리 컬렉션’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전시는 9개 섹션으로, 5000년 주얼리 역사 중 중요한 장면을 조명한다. 고대·중세·르네상스부터 17~18세기 유럽, 19세기 나폴레옹과 빅토리아 시대, 티아라, 십자가 등 각 시대에 따른 주얼리의 예술적 화풍을 읽을 수 있다.

(사진 왼쪽부터) ① 빅토리아 여왕이 포르투갈의 스테파니 여왕에게 선물한 팔찌, 영국, 1858년경. ② 펜던트, 뤼시앙 팔리즈 작, 프랑스, 19세기 후반. ③ 그리스도와 복음사가 십자가, 발레리오 벨리 작, 제작자 미상, 약 1515~1520년경. ④ 독일 뷔르템베르크 왕가의 토파즈와 다이아몬드 파뤼르(Parure). /롯데뮤지엄

전시 대표작으로는 르네상스 시대 거장 발레리오 벨리의 ‘CROSS(십자가)’가 꼽힌다. 예수가 죽음을 맞이한 성 십자가(Ture Cross)의 나뭇조각이 담긴 십자가로 전 세계에서 단 3점만 존재하며, 대중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가치가 높은 작품은 독일 뷔르템베르크 왕녀가 착용한 것으로 기록된 주얼리 세트다. 티아라·목걸이·귀걸이·브로치·팔찌 등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는 총 100개가 넘는 분홍색 토파즈가 사용됐다. 분홍색 토파즈는 열을 가하지 않아도 분홍빛을 내는 희귀한 보석이다. 이 밖에 기원전 330년에 만들어진 올리브 황금 왕관, 러시아 예카테리나 2세의 보석 컬렉션, 뷔르템베르크 왕가의 보석 세트 등 진귀한 역사 속 주얼리들도 눈여겨 볼 만하다.

한편 전시회 공간 디자인은 세계적인 건축가 쿠마 켄고(Kuma kengo)가 맡았다. 어두운 색감의 부드러운 패브릭(fabric·직물)에 밝은 빛을 가진 단단한 보석을 대비시켜 보석 고유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는 설명이다. 전시 공간 내부를 어둡게 꾸민 것도 같은 이유다.

김형태 롯데문화재단 대표는 “그간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던 주얼리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선보이는 전시”라며 “앞으로 다시 보기 힘든 방대하고 찬란한 주얼리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삶 속에서 보석같이 빛나는 순간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1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