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학(建學) 120주년을 앞둔 동국대학교가 ‘한류학’ 중심으로 대학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취임 2년째인 윤재웅 총장은 “한류가 잠깐 흥했다 사라지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윤 총장은 △철학과 윤리 △전통성과 예술성 그리고 △대중성이 융복합된 ‘한류’로 인문학의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
윤 총장은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부터 동국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며 전략홍보실장, 사범대학장·교육대학원장, 다르마칼리지 학장 등을 역임하며 모교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런 애정으로 최근 동국 문학의 역사를 집대성한 저서 4권을 발간했다. 미당 서정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마지막 제자이자 미당 전문 연구자이기도 하다. 윤 총장은 끊임없이 어떻게 하면 동국의 고유색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제 종교는 동국대학교”라는 윤 총장에게 ‘한류학’과 2026년 개교 120주년을 맞는 대학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총장 취임 후 2년간 이룬 변화와 발전은 무엇인가.
“취임 후 무엇보다도 먼저 학생·교원·직원 등 모든 동국 구성원에게 동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어떻게 하면 동국의 색채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총장으로서 솔선수범하며 여러 활동에 힘을 쏟았다. 저는 평소 모든 분야에서 ‘혁신적 상상력’을 강조한다. 대학 운영도 모든 구성원이 ‘혁신적 상상력’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런 노력으로 대학혁신지원사업 2차 연도 평가에서 최우수 S등급을 받았으며, 첨단 분야 학생 정원 증원도 이뤘다. 또 인적자원 개방과 협력을 위한 융합연구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교육과 연구의 질적 개선을 도모했다. 숙원인 ‘인프라 확충’ 합의도 이뤄냈다. 내년 중 우리 대학 랜드마크가 될 건물의 착공식이 예정돼 있다. 그 안에 대규모 교육 및 연구 시설이 들어간다. 이로써 고질적인 공간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6월에는 ‘더 좋은 동국 더 나은 미래 후원의 밤’ 행사를 열었다. 동문과 불교계가 뜻을 모아 200억원 규모의 모금을 조성했다. 더 좋은 대학이 돼가는 모습을 보여드렸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118년 동안 35만 동문을 배출한 동국대의 저력을 보여주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총장 취임 때부터 ‘한류학’을 강조했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한류’는 잠깐 흥했다가 사라지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철학과 윤리 △역사적 전통성과 예술성 △대중성이 융복합된 한국 고유의 문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지난 10월 대한불교조계종이 주최한 ‘2024 한미 전통불교문화교류’ 대표단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이때 예일대학교에서 ‘한류’를 주제로 특강했다. ‘서정주의 시와 BTS(방탄소년단)의 노래’라는 주제로 강연했는데, 이곳에 몰린 학생들을 보며 한류 열기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류를 알지만 이를 학제적으로 연구하는 곳은 없다. 이에 우리 대학은 지난 7월 ‘한류융합학술원’을 교책연구기관으로 설립해 한류와 관계된 학문·문화·산업 등 다양한 영역을 연구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한류전문대학원도 준비하고 있다. 동국대에는 ‘한류의 바탕’ 학문이 많아 ‘한류학’을 다룰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K-명상, K-Buddhism을 선도하는 불교대학과 불교학술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영화영상·연극·문학·음악·미술 등 문화 예술 분야는 최고의 역량과 전문성을 자랑한다. 한류전문대학원은 △세계가 수용하고 공유하는 글로벌 문화 담론인 ‘한류학’ △디지털기술 발전과 생성 AI(인공지능)가 바꿀 콘텐츠 산업의 미래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엔터테크’ △소프트 파워 시대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문화 정책 및 비즈니스 분야’ 등을 토대로 특화된 융합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전문성과 현장성을 지닌 한류 인재 양성의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되고자 한다. 제공하는 강좌의 형태도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온라인 공개강좌), 온라인 전용 강좌, 해외석학 초빙 등으로 다양하다. 엔터테인먼트·콘텐츠 기업 연수 및 공동 교육 과정 개설 등으로 산학연(산업계·학계·연구 분야) 연계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도 있다. 한류전문대학원이 한류 교육의 혁신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 자신한다.”
―얼마 전 4권의 책을 동시에 발간했다.
“제 자긍심의 원천은 불교종립대학인 동국대다. 불교와 동국대는 제게 두 바퀴를 가진 한 수레다. 그런 점에서 제 종교는 동국대학교, 제가 공부하는 학교는 불교라고 표현해도 좋다. 1981년도에 입학해 40여 년 동국과 인연을 맺고 있다. 저는 동국대 총장이기도 하지만 동국문학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간 모교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고 동국정신의 실체를 밝히고 싶었는데, 개교 120주년을 앞두고 분위기 진작 차원에서 여러 책을 동시에 출간하게 됐다. 물론 임기 시작 이전에 쓴 글들을 모은 것이다. ‘동국문풍’은 동국문학의 전통을 인물 중심으로 재편한 기획서다. 박한영, 한용운, 정지용, 서정주, 조지훈, 장호 및 조오현 스님까지 동국의 흔적을 간직한 여러 문인의 작품을 분석했다. 풍문으로 전하는 전통을 실체적으로 입증하고자 했으며, 선배들의 정신적 유산이 후배들에게 어떻게 이어지는지 주목하고자 했다. ‘서정주학파 1, 2′는 서정주에 대한 21편의 논문을 집대성한 책이다. 저는 서정주 논문을 가장 많이 쓴 연구가이면서, 동국대에 미당연구소를 설치하고 고창에서 미당시문학관을 위탁 운영하는 행정가이기도 하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서정주학파’의 탄생을 위해 씨 뿌리는 마음으로 공부해 온 듯하다. 후배 연구자들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싶었다. ‘질마재 이야기’는 미당 서정주 문학의 기원을 찾아가는 여행기다. 그의 고향인 전북 고창을 중심으로 문학 형성 과정을 추적해 가는 재미가 있다. 딱딱한 논문으로 표현할 수 없는 시적 질감을 독자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학술논문보다 훨씬 공이 많이 들었다.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읽을 수 있어 미당 문학 입문서로 추천할 만하다.”
―2026년 개교 120주년을 맞는 동국대의 미래 발전 방향을 꼽는다면.
“의식의 대혁신으로 제2 건학을 구체화할 것이다. 이는 소프트파워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동국대는 서울의 중심에 있다는 지리적 강점을 가진다. 이를 건학 정신과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서울의 중심 △한국의 중심 △세계의 중심을 단계적으로 구조화하고, 교육과 연구 경쟁력을 이 구조 속에 배치하려고 한다. 불교학·한류학·문화예술 분야가 선도적으로 중심에 진입하고, 이공계가 뒤따르게 할 것이다. 특히 불교학과 한류학은 세계 일류(一流)를 목표로 성장시키며 이를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학생들을 중심의 인재, 즉 ‘주인공’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스스로는 물론 우리 사회와 세계의 주인공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전공의 벽을 넘나드는 융합 교육, 정신의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명상 교육 등을 특화해 경쟁력 있는 인재로 육성할 것이다. 이런 대전환을 위해서는 하드파워 보강이 절실하다. 인프라 확충을 대규모로 준비하고 있다. △이공계 중점 육성을 위한 건물 신축 △박물관 이전 신축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충무로관 개발 등 새로운 인프라 조성 사업이 개교 120주년 앞뒤로 결정되면 캠퍼스가 상전벽해처럼 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