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퇴직한 김모씨는 오랜 직장 생활로 쌓인 스트레스, 잦은 음주와 좋지 않은 식습관 탓에 30년 넘게 ‘변비’를 앓아 왔다. 젊었을 때는 며칠 만에 화장실에 가도 조금만 힘을 주면 딱딱해진 변이 나오기는 했는데, 나이가 드니 아무리 힘을 줘도 변이 나올 기미가 없어 답답하다. 나이가 들면 직장까지 변이 내려와 있어도 충분히 힘을 주지 못해 항상 아랫배가 묵직한데, 이때 장 속에 쌓인 변이 점막을 막으면 영양분 흡수가 잘되지 않아 쉽게 피로하고 기력도 떨어지게 된다.
◇노인성 변비, 직장에서 항문까지가 문제인 ‘골반 출구 배출장애’
“가스가 차서 배가 풍선같이 부풀어 올라요” “변을 보려고 힘을 줘도 변은 안 나오고 배가 쥐어 짜이는 것 같아요”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너무 힘들어서 눈물만 나요” 등의 고통을 호소하며 나오라는 변 대신 눈물만 나오는 지독한 변비는 노인층에서 더욱 위험하다. 노년의 변비는 장이 노화하고 젊은 층에 비해 활동량이 줄며 발병하는 것이 특징인데, 단순 변비에 그치지 않고 여러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직장에서 항문으로 대변이 나오는 과정이 원활하지 못한 ‘골반 출구 배출장애’가 많이 생긴다. 대장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장 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 전달 물질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원인인데, 이러면 변이 잘 나오지 않아 불편하고 답답할 뿐만 아니라 더 큰 병이 생길 수도 있다. 변이 너무 딱딱해져서 항문이 찢어지는 치질뿐만 아니라, 변이 장에 오래 머무른 탓에 썩는 과정에서 염증이 발병하기도 한다. 또한 변이 장을 막는 장폐색 등 심각한 상황도 마주하게 된다. 심지어 변비 때문에 화장실에서 너무 오래 힘을 주다 보면 혈압이 올라가 뇌혈관이 터져 반신마비나 언어장애 같은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차전자피의 80%는 식이섬유, 숙변 밀어내고 대변 부드럽게
변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80% 이상 식이섬유로 이뤄진 ‘차전자피’는 장 속 유익균의 먹이가 돼 장내 세균층의 변화를 일으켜 장 건강 개선에 효과적이다. 인도와 중국에서는 기원전 1500년부터 ▲변비 ▲설사 ▲치질 ▲방광염 ▲고혈압 등 다양한 질환의 치료제로 사용돼 왔다. 식이섬유는 물에 녹는 ‘수용성’과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으로 나뉘는데, 각각 우리 몸에 다른 작용을 하기 때문에 두 식이섬유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대변의 수분 함유량을 증가시켜 변을 촉촉하게 한다. 딱딱할 때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대변을 부드럽게 쑥 내려가도록 하는 것이 수용성 식이섬유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장의 벽을 자극해 장의 연동 운동을 더욱 활발하게 한다. 물에 잘 녹지 않는 대신 수분을 흡수해 최대 40배까지 부풀어 오르면서 변의 부피를 증가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장내 찌꺼기와 독소 등을 흡착시켜 변과 함께 배출해 변비는 물론 장염과 대장암 등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두 식이섬유를 함께 섭취하면 배변 빈도와 변의 무게가 증가하고 변의 단단함은 감소해 배변 시 통증도 줄어든다.
정상적인 대장 기능을 위해서는 성인 기준 하루 평균 25g의 식이섬유가 필요한데, 한국인 67%는 식이섬유 섭취 부족 상태다. 필요량에 맞추려면 깻잎 550g이나 당근 1kg, 상추는 1.3kg 이상을 먹어야 한다. 하지만 음식만으로는 필요한 식이섬유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땐 수용성과 불용성을 골고루 함유한 건강기능식품으로 식이섬유를 보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