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스마트농업은 시설재배(비닐 또는 유리로 된 온실)를 중심으로 성장·발전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노지(露地·지붕 따위로 덮거나 가리지 않은 땅)에 첨단 농업 기술을 적용해 노지 스마트농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재배면적 가운데 노지 농업 비중은 90%가 넘는다. 이 때문에 농업생산의 절대다수인 노지 농업을 변화·발전시키지 않고는 미래 농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없다.

경남 함양군에서 열린 2024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지구 현장 연시회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지구 지정에 이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농업 혁신에 힘쓰고 있다. 노지 스마트농업은 토양·기후·병해충 등 복합적인 생산 환경과 작물 생육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한다. 과학적인 영농 의사결정은 물론, 파종부터 수확까지 모든 과정의 자동화로 정밀농업을 구현하는 ‘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농업생산시스템’이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추진되는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지구는 △농업 자동화 △병해충 관리 △기상재해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 첨단 기술을 접목한다.

◇9개 지역에서 펼쳐지는 ‘맞춤형 스마트농업’

전국 9개 지역에서 운영되는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지구는 지역별 특성과 주요 작물에 따라 차별화된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양파에 자율주행 트랙터와 드론 방제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기계화모델(경남 함양군) △벼농사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디지털자동화모델(충남 당진시) △사과 농장에서 농업용 로봇이 방제와 제초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농작업모델(경남 거창군) △복숭아 농장에 디지털트랩 설치로 병해충 예찰 및 방제를 자동화하고, 농약 사용량까지 30% 절감한 병해충예찰방제모델(충북 옥천군) △콩 재배에 스트레스 관리 기술을 도입한 스트레스관리모델(경기 연천군)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간척지 관리 모델(전북 김제시) △연작지 관리 모델(전남 신안군) △고령지 관리 모델(강원 평창군) 등 각 지역 특성을 반영한 스마트농업 기술이 시범지구에서 구현되고 있다.

◇노지 스마트농업, 디지털 기술의 중심에 서다

노지 스마트농업의 핵심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밀농업이다. 각 시범지구에서는 사물인터넷(IoT)센서·드론·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작물의 생육 상태와 환경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분석한다. 이를 통해 농업인들은 작물의 성장 과정을 더 잘 이해하고, 문제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민간 기업의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KT·LS엠트론·대동·팜커넥트 등 다양한 기업이 △자율주행 트랙터 △드론 방제 △데이터 관리 기술 등을 제공하며 농업 디지털화에 동참하고 있다. 농진청은 민간과의 협업 모델로 시범사업 성과를 극대화하고, 더 나아가 전국 농업 현장으로 기술을 확산할 계획이다.

2024년 1년 차 기준, 시범지구에서 도입된 스마트농업 기술은 농업 생산성을 평균 12.7% 향상하고, 노동력은 58.8% 줄였다. 농업인의 소득도 약 15.8% 증가했다. 내년에도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기술 개선과 연구·개발을 지속할 예정이다. 또한 농진청과 지자체, 민간기업 전문가로 구성된 스마트기술지원단(9개소·40명)이 현장 중심의 문제 해결을 강화할 계획이다.

◇미래 농업의 비전, ‘지속 가능성과 효율성’

노지 스마트농업의 목표는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것 이상이다.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응하며 지속 가능한 농업 모델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다. 데이터와 기술이 결합된 이 혁신적인 접근법은 농업의 미래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권철희 농촌지원국장은 “이상기후 대응, 농작업 인력 최소화 등 지역 현안에 맞는 노지 스마트농업 기술 투입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농업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제성과 실용성을 갖춘 노지 스마트농업 표준모델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