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항공기 MRO(유지·보수·정비) 부문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MRO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는 한편, 비행 안전성도 올린다는 목표다. 특히 최근엔 항공기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장이 발생하기 전 미리 조치를 취하는 ‘예지정비(豫知整備)’에 힘을 쏟고 있다.

대한항공이 김포공항 인근 대한항공 본사에서 운영 중인 김포 격납고 모습. 김포 격납고는 중·소형 항공기 정비에 특화돼 있다. /대한항공 제공

◇영종도에 ‘신(新)엔진 정비 공장’

MRO는 정비(Maintenance), 수리(Repair), 점검(Overhaul)의 앞 글자에서 따온 말로, 항공 분야에선 크게 운항·기체 정비, 엔진 정비, 부품 정비로 나뉜다. 운항·기체 정비는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타이어, 엔진 오일, 소모품 등을 점검하는 경정비와 항공기 동체, 날개, 전기 배선, 객실 내부 등 기체 전반을 점검하는 정비를 포함한다. 엔진 정비는 항공기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을 다룬다. 중요도가 높은 만큼 풍부한 경험과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부품 정비는 항공기와 엔진에 장착되는 부품을 정비하는 업무다. 대한항공은 1969년부터 부품 정비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아왔다.

대한항공은 인천·김포·부산에 있는 격납고에서 항공기를 정비한다. 이 가운데 중·대형기 정비에 특화된 인천 격납고는 보잉 747 항공기 2대 이상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어 항공기 운용사 입장에서도 편리하다. 김포 격납고는 중·소형기 정비에 특화돼 있다. 김해국제공항 근처에 있는 부산 격납고에선 기체 정비를 주로 하고, 항공기 페인팅 작업도 할 수 있다.

인천공항은 최근 MRO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에 ‘엔진 정비 클러스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2027년 들어설 새로운 엔진 정비 공장은 지하 2층, 지상 5층, 연면적 14만211㎡ 규모다. 공사에 총 578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신(新)엔진 정비 공장이 문을 열면 아시아에서 가장 큰 항공 정비 단지가 된다. 자체 수리할 수 있는 엔진 대수가 연간 100대에서 360여 대로 늘어나고, 국내 항공 MRO의 해외 의존도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빅데이터 활용해 고장 예측

대한항공은 항공기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지정비를 확대하고 하고 있다. 예지정비란 항공기 부품이나 시스템에 결함이 생길 시점을 예측하고 실제로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정비를 뜻한다. 운항 정보, 항공기 부품 작동 상태 등 항공기가 수집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결함 전조 증상을 파악한다.

예지정비는 크게 4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항공기를 운항하며 데이터를 모은다. 이후 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해 불필요한 데이터를 거르고 사용하기 쉽게 가공한다. 이 과정을 마친 데이터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1차 분석한다. 이후 예지정비팀에서 해당 데이터를 정리·분석해 현장 정비사들과 함께 항공기 정비를 수행한다.

대한항공은 예지정비 필요성을 인식하고 작년 8월 예비정비팀을 정식 출범했다. 항공기 결함을 줄이고 운용 효율성을 높이는 게 목표다. 실제 예지정비를 통해 항공기 지연 운항과 결항 횟수를 줄여나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예지 정비로 항공기 지연 운항을 54건 예방했다. 항공기 부품·시스템 결함으로 인한 결항은 1건, 회항은 4건 예방했다. 대한항공은 “항공 MRO 산업에서 입지를 단단히 다지고 안전 운항으로 고객이 믿고 탈 수 있는 항공사가 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