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악화되면 면역결핍으로 사망에 이르는 ‘에이즈(AIDS·후천면역결핍증후군)’라는 질병으로 이어진다. 국내 HIV감염인은 약 1만 5000명으로 추정된다.

HIV는 성접촉 등으로 전파가 되는데, 최근 전세계적으로 HIV 감염 예방 요법으로 ‘프렙(PrEP·Pre exposure prophylaxis)’이 주목받고 있다. 프렙이란 HIV감염 고위험군(파트너가 HIV감염인, 남성 동성애자 등)이 매일 하루 한 알 에이즈 치료제를 복용하는 요법이다. 이렇게 하면 HIV감염을 99% 예방할 수 있다.

HIV에 감염되면 감염자의 건강은 물론 타인에게 전파 위험도 존재하므로, 국민 건강을 위해 질병관리청은 이달부터 서울·부산을 중심으로 프렙 요법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HIV감염 고위험군에게 진료비, 약제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최재필 과장과 질병관리청 에이즈관리과 유정희 과장을 만나 프렙의 효과와 지원 사업에 대해 들었다.

질병관리청 에이즈관리과 유정희 과장(왼쪽)과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최재필 과장.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프렙(PrEP)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최재필 과장: HIV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에이즈 치료제를 매일 복용하면 약물 농도가 혈액 내 일정하게 유지돼, HIV가 들어와도 자리 잡지 못한다. 현재 프렙 대상자가 전국에 3000∼5000명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을 그냥 두면 결국엔 HIV감염증에 걸리게 되는데, 프렙 요법을 하면 신규 감염을 약 1000명씩 줄일 수 있다. 프렙은 미국, 영국, 대만 등 전세계 72개국에서 HIV 예방 요법으로 이미 사용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2012년 프렙 도입 후 10년 만에 HIV 신규 감염인이 67% 감소했다.

-프렙 대상자는?

최재필 과장: 대한에이즈학회에 따르면 프렙은 성적으로 활동적인 남성 동성애자, 남성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여성에게 권고하고 있다. 한 명만 HIV 양성인 커플에게도 프렙을 권장하며 이 경우엔 건강보험 적용도 받을 수 있다. 이 외에 주사 약물 사용자도 프렙을 통해 HIV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프렙 지원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유정희 과장: 파트너가 HIV 감염인이거나 남성 동성애자 등 HIV 감염 취약군이라면 프렙 처방이 가능한 병·의원(대한에이즈학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 가서 문진을 받고, 프렙 처방 대상자일 경우 선별 검사를 시행한다. 선별검사에는 HIV 항원·항체 검사, 신기능 검사, B형·C형 간염 검사가 포함된다. 이 검사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면 프렙 요법을 적용한다. 첫방문에는 30일 분 에이즈 치료제를 처방한다. 처방 후 1∼3개월 주기로 병원에 내원해 HIV 검사와 건강 체크 후 프렙 처방을 지속하게 된다.

-비용 혜택은?

유정희 과장: HIV 검사비, 프렙 처방 전 검사 전액과 프렙 약제비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다. 프렙 처방의 경우 비급여 때는 30정 기준 약 40만 원이 드는데, 지원 사업에 참여하면 본인부담금 약 6만 원만 내면 된다.

-프렙 지원 사업 대상자에게 한말씀

최재필 과장: 프렙이 활성화될수록 국내 HIV 감염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HIV감염 고위험군은 프렙이 내가 주도권을 갖고 나를 보호하는 HIV 감염 예방법임을 인식하고, 이 사업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프렙 지원 사업은 국민 모두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비용 효과적인 방법으로, 프렙 요법을 하는 사람은 ‘문란하다’, ‘감염인과 사귄다’는 부정적인 편견과 반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

유정희 과장: 에이즈 치료제는 전문의약품으로 개인 간 거래가 금지돼 있지만 지금까지 비용 등의 문제로 불법적인 구매가 이루어졌다. 프렙 지원 시범 사업 시행으로 인터넷에서의 불법적인 약 구매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프렙 지원 사업은 올해 서울, 부산에서 시행한 후 2025년 전국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