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FTA 확산으로 세계 농산물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FTA 급증은 우리 농식품의 세계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우리 농축산업계는 세계인이 선호하는 농식품 맛과 품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때마침 다양해진 글로벌 K컬처(Culture) 수요에 힘입어 지난해 농림축산식품 수출은 사상 최고 실적인 90억3000만달러를 달성했다. 조선일보는 메가 FTA 속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수출 품목 및 업체의 성공 사례와 농식품 산업의 신성장 동력 창출 노력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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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전쟁’ 시대다. 식량 주권은 국가 경쟁력의 필수 요건이 됐다. 로열티(royalty·특허권)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버섯의 로열티 지급액은 총 20억원으로 추정된다.’우리 것’으로 믿고 있는 청양고추는 현재 독일기업이 종자(種子)를 소유하고 있다. 양파·양배추 종자는 70% 이상 일본 기업에 소유권이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 우리나라 신품종의 국내 점유율이 증가 추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하나의 종자를 키워 농산물로 시장 가치를 얻게 되면 수천 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교배를 통해 우수한 신품종을 개발할 수 있고, 이는 건강기능성식품 혹은 의약품의 중요한 기본자산이 된다. 농업에서 종자만큼 ‘고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산업도 드물다.

◇‘농업의 반도체’ 종자산업 적극 육성 노력

국내 종자산업은 오랜 세월 발전을 거듭해 왔다. 지난 5월 설립 50주년을 맞이한 국립종자원은 1976년 4.3%였던 식량작물의 정부 보급종 공급률을 2023년 현재 52%까지 끌어올렸다. 또 2002년 1월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 가입 20년 만에 품종보호출원 건수 세계 9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기준 449억달러 수준의 세계 종자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초 ‘제3차 종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에서 종자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새로운 우량종자 개발 및 전문 인력 양성 등을 위해 5년간 총 2조원 가량을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디지털 육종 기술 상용화를 위한 데이터 전문인력양성 △공공 데이터 민간 개방 및 민관 협력 강화 △네덜란드 시드 밸리와 같은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 △기업 주도의 종자 연구·개발(R&D) 전환 등이 포함됐다.

한편, 민간 차원에서 기술력과 상품성으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고 있는 한국 종자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아시아종묘 ‘한국 대표’ K씨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연구·개발

1992년 설립된 아시아종묘는 △경기 이천 장호원과 전북 김제에 육종연구소 △전남 해남에 채종연구소 △전남 영암에 품질관리센터 △경기 하남에 도시농업백화점 ‘채가원’ 등을 두고 있다.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는 아시아종묘를 ‘한국 대표’ K씨드(seeds) 회사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 달성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는 2024년 4월 기준 품종보호출원 227건, 품종보호등록 150건, 품종신고 1521여 건에 달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현재 주력 분야는 바이오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기능성 채소’ 종자 육성이다. 지난 9월에는 ‘혈당 상승 억제’ 효소인 AGI(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 성분이 풍부한 고추 품종으로 천연물 소재 건강기능식품 원료 ‘일릭시(ILIXY)’를 개발했다. 또한 최근 잠이 오는 상추 씨앗을 ‘천연 수면제 제조’ 바이오 업체에 공급하기로 확정했다.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개발된 아시아종묘의 미니 단호박 '미니강 1호'는 기존 일본 품종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아시아종묘 제공

일본 품종을 국산화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미니 단호박을 선호하는 요즘 추세에 맞춰 개발된 ‘미니강 1호’는 기존 일본 품종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아시아종묘는 인도와 베트남 현지법인을 각각 운영 중이며, 중장기적으로 중앙아시아 등에 추가 거점을 구축할 예정이다. 수출 주력 품종은 양배추·수박·토마토·단호박·오이·고추·멜론·무·배추 종자 등이 있다. 자색잎 기능성 청경채 ‘알피-1′은 ‘제18회 대한민국우수품종상’ 시상식에서 국무총리상(수출상)을 받았다.

수출액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17년간 해외에 우리나라 종자를 알리며 총 7462만달러의 종자 수출액을 달성했다. 2023년 기준 국내 채소 수출액의 11.1%에 달하는 643만달러를 수출해 ‘2023 K-food+수출탑’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중남미·중동·아프리카 등으로 수출 지역을 확장하며 매년 15%가량 성장 중이다. 류 대표는 “앞으로 농업은 수출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아시아종묘는’세계인의 먹거리’를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작지원 : 2024년 FTA 분야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