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기업이 성장하려면 우수한 인재를 뽑고, 이들이 최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같은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인재 활용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주요 기업은 다양한 맞춤형 채용 제도를 운영하는 한편, 대학과 협업해 교육과정을 만드는 등 인력 양성 제도를 갖춰나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AI 시대를 맞아 구성원의 디지털 활용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우수 인재 확보하고 지원
삼성은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유일하게 신입 사원 공개 채용(공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청년들에게 공정한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 2022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수 인재를 확보한 뒤에는 이들이 최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직장 어린이집 12곳을 운영하면서 일·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돕고, 근골격계 질환 예방 센터와 심리 상담 센터 등 다양한 건강 증진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SK그룹은 “경영의 처음이자 마지막은 사람”이라는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의 유지를 경영 철학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운영하면서 장학금을 제공하는 등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길러왔다.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이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은 현재까지 장학생 5000여 명을 지원했다. 이와는 별도로 그룹 차원에서 구성원 역량 강화 플랫폼 ‘써니’를 통해 AI·미래반도체 등 2000여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임직원은 물론 대학과 협력사에도 써니를 개방해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직원이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해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사내 문화를 바꾸고 있다. 지난 6월 ‘현대 웨이’라는 기업 문화 캠페인도 발표했다. ‘협업’ ‘집요함’ ‘회복 탄력성’ 등 10가지 일하는 방식을 정해 직원들 스스로 실천하도록 장려하는 방식이다. 지난 9월 숭실대에서 현대차그룹 첨단융합안전공학과 운영을 시작하는 등 전문 인력을 키우는 데도 열성이다.
롯데는 우수한 실무형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6월 ‘I’M 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직무 수행 능력과 열정, 비전을 중심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CEO가 될 인재를 미리 선발해 3년간 훈련·검증하는 ‘GIANTs’를 통해 핵심 인재 조기 전력화에도 나서고 있다. 선발된 인원은 글로벌 역량, 리더십, 조직 관리 역량을 집중적으로 키운다.
◇사내 벤처, AI 교육으로 역량 끌어올려
기업들은 사내 벤처 제도를 통해 직원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의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포벤처스’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혁신적 사업 모델을 가진 직원들에게 초기 사업 비용을 최대 2억원 지원한다. 급여와 복리 후생은 종전과 동일하고, 창업에 실패해도 회사로 복귀할 수 있는 ‘창업 휴직 제도’를 통해 최장 3년간 창업 휴직이 가능하다.
CJ제일제당은 식품 사업 부문에선 ‘이노백’, 바이오 사업 부문에선 ‘R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대치동에 사내 벤처와 혁신 조직을 위한 공간인 ‘이노플레이’도 개관해 운영 중이다.
AI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기업마다 디지털 인재 키우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GS그룹은 지난달 서울 GS타워에서 거대 언어 모델(LLM) 앱 개발 기업 ‘라마인덱스’와 함께 글로벌 AI 트렌드를 공유하는 행사를 열었다. 라마인덱스는 LLM을 기반으로 한 앱을 더 쉽게 개발할 수 있게 돕는 종합 서비스 회사다. 이 행사에선 AI 엔지니어 100여 명이 모여 LLM 기술을 적용한 실무 경험과 업계 동향을 주고받았다. GS그룹은 외부에도 행사를 개방해 국내 개발자가 글로벌 AI 생태계와 교류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