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단순 자동차 제조사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전기차를 넘어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 빠르게 확장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빅 블러(Big Blur) 시대’라는 말이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이종 간 융합이 빠르게 일어나는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작년 11월 현대차 울산 EV 전용 공장 기공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모습.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수소, 로봇 등 미래 산업에 다각도로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3위에 올라 있는 핵심 사업인 자동차 분야에서는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앞세워 계속 시장을 주도해갈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10년간 연평균 12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 중 하나는 그룹 전체의 역량을 키워 우리 사회가 ‘수소 사회’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게 기여하는 것이다. 2045년까지 자동차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탄소 배출 제로(0)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인 ‘HTWO’를 공개하고, 이를 중심으로 핵심 계열사들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수소 승용차 넥쏘의 후속 모델을 출시하고, AAM(미래 항공 모빌리티) 분야 계열사인 슈퍼널의 비행체나 현대로템이 만드는 트램 등 다양한 수소 모빌리티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 국내외 자동차 공장이나 현대제철, 현대건설 등에서 터빈을 돌리거나 열병합 발전을 하는 데에도 수소 사용을 확대한다.

또 인도네시아 정부와 유기성 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는 수소 생산 모델을 실증하는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미국의 ‘캘리포니아 항만 친환경 트럭 도입 프로젝트의 공식 친환경 상용트럭 공급사로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30대를 공급했다.

현대글로비스 미국 법인과 함께 조지아주에서 건설 중인 신공장 ‘메타플랜트’에도 친환경 물류 체계인 ‘HTWO 로지스틱스 솔루션’을 올해 말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트램, 선박, 경비행기, 발전기, 중장비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 중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6월 글로벌 CEO(최고경영자)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 의장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출범한 수소위원회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독일 BMW그룹 등 20여 나라 기업 140사가 회원사로 참여 중이다.

다각화의 또 다른 한 축은 로봇 분야다. 2021년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도 개발이 한창이다. 이 중 현대차그룹이 지난 4월 공개한 배송 로봇 ‘DAL-e Delivery(이하 달이 딜리버리)’ 로봇은 사람이 있는 곳까지 식음료 또는 물품을 빠르게 배달해 편의를 높여주는 배송 로봇 서비스가 실제 일상생활로 들어온 사례다. 달이 딜리버리는 사무실이나 쇼핑몰 등 복잡한 공간에서도 고객이 물건을 편리하게 수령할 수 있도록 배달한다. 4족 보행 로봇개 ‘스팟’, 지능형 물류 상하차 로봇 ‘스트레치’ 등도 산업 현장에 속속 투입되고 있다.

미래항공 모빌리티(AAM)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 ‘슈퍼널(Supernal)’은 2024년 초 CES 2024에서 차세대 UAM 기체 S-A2의 실물을 최초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전기 동력의 수직 이·착륙 기체다. 상용화 시 도심 내 약 60km 내외의 거리를 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