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잠비아 응곰베(Ngombe) 지역에 있는 ‘호프 중학교’. 한 후원자의 기부로 지난 4월 들어섰다. 후원자는 생전 어려운 이웃 돕는 것을 좋아했던 남편을 기억하며, 개발도상국 아이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남편이 남긴 유산을 굿네이버스에 전달했다. 응곰베 지역 아이들은 호프 중학교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인근에 중학교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껏 공부할 수 있게 됐다.
유산기부 약속의 현장에 참여했던 권순균 회원은 지난 7월 아이들을 향한 후원자의 메시지를 대신 전달하고자 굿네이버스와 함께 이 학교를 방문했다. 권 회원은 “(유산기부) 후원자께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너는 소중한 존재’라는 말을 꼭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며 “그분의 유산이 어떤 변화를 만들었을지 큰 기대감을 안고 잠비아에 갔는데, 아이들에게 미소를 선물하고 싶다던 후원자님의 뜻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산기부 활성화 위해…굿네이버스, ‘더네이버스레거시클럽’ 운영
9월 13일은 ‘유산기부의 날’이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는 국내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해 2019년부터 9월 13일을 ‘유산기부의 날’로 지정했다. 유산기부는 기부자 사후에 유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익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굿네이버스 같은 공익단체에 기부하는 것을 말한다. 굿네이버스는 33년간의 국제개발협력사업 및 전문사회복지사업 노하우를 기반으로 학교 건축을 비롯해 식수, 보건, 재난 지원 등 후원자가 원하는 사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2019년 9월부터 굿네이버스는 유산기부자모임 ‘더네이버스레거시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52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유산기부는 사후에 공익을 위해 집행되기 때문에 후원금을 전달받은 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중요하다. 굿네이버스는 ‘더네이버스레거시클럽’을 통해 기부자 요구에 맞춰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약정서 및 유언장 작성부터 유언 집행, 사업 수행 결과 보고 등 유산기부 절차를 세부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법무법인 신우, 하나은행 등 전문가 그룹과 업무협약을 맺고 유산기부 관련 법률·세무 상담 및 자문 등 다양한 유산기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유산기부집행위원회 등을 통해 전문적이고 투명한 기부금 집행에 힘쓰고 있다.
◇보험, 신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유산기부 가능
현금이 아니더라도 보험이나 신탁 등 다양한 유형의 유산기부가 가능하다. 보험에 의한 유산기부는 매달 지불하는 보험료의 수익자를 기부단체로 지정해 가입하거나 기존에 가입된 보험의 수익자를 기부단체로 변경하면 된다. 이후 기부자가 매월 보험료를 내면 사후 지정 기부단체에 보험금이 전달된다.
신탁은 기부자가 금융회사와 자산신탁계약을 맺고 자산관리를 위탁하면서 사후 자산의 전부나 일부를 받게 될 수익자를 공익단체로 지정하는 방식이다. 민법에 따른 유언(유언장 작성, 공증 등) 절차를 밟지 않고도 기부자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 유산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고인의 생전 뜻 기리며 ‘추모 기부’ 실천 활발
고인이 된 가족의 뜻을 기리고자 조의금이나 유산을 고인의 명의로 전달하는 ‘추모 기부’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고(故) 박현희씨 아들(20대)은 생전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삶을 살던 어머니를 추모하며 지난해 남겨진 보험금 일부를 모로코 지진 피해 지역을 돕는 데 기부했다. 4년 전 어머니를 위한 추모 기부에 이어 소천한 아버지를 기리고자 두 번째 추모 기부를 결심한 회원, 세상을 떠난 남편의 이름으로 잠비아에 식수펌프를 설치한 회원 등 고인을 기억하며 유산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기부자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해 9월부터 추모 기부 캠페인 ‘리멤버, 굿네이버스(Remember, Good Neighbors)’를 시작했다. 소중한 사람을 기억하며 고인의 이름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캠페인이다. 조의금, 유산의 일부 등 소액으로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후원금은 굿네이버스 전 세계 사업국을 통해 소외된 아동과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캠페인 페이지에서 추모 기부에 참여하면 고인의 사진이 담긴 아크릴 액자를 리워드로 받을 수 있다. 100만원 이상 기부를 원하는 경우 후원 희망 분야를 선택할 수 있고 사업 결과 보고도 받아볼 수 있다. 1000만원 이상 후원자에게는 고인의 사진, 추모 메시지로 구성된 개별 추억 페이지를 제공한다.
김중곤 굿네이버스 사무총장은 “유산기부는 도움이 필요한 곳, 특히 소외된 아이들을 지원하고 고인의 생전 뜻을 나눔을 통해 기억한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며 “굿네이버스는 후원자들이 전한 나눔의 씨앗이 국내외 사업 현장에서 좋은 변화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