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덕섭(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수가 지난 7월 30일 LIG시스템, P&K INC, 영풍제약, 서울경제TV 등과 3000억원 규모의 '명사십리 해양관광지 조성사업 투자협약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창군 제공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은 최근 명사십리 해변 일대에 3000억원 규모의 휴양·레저시설 투자를 유치했다. 고창군 상하면과 해리면에 걸쳐 있는 명사십리 해변은 길이 8.5㎞의 직선형 해안으로, 서해안의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관광 명소다. 고창군은 지난해엔 2만평에 이르는 서해 염전 부지에 3500억원 규모의 대형 리조트도 유치했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명사십리 해변은 조만간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셋비치로 거듭날 것”이라며 “6500억원 투자로 고창 곳곳에 관광단지가 조성되면 관광객 유치는 물론이고 스쳐 지나가는 관광이 아닌 체류형 관광지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창에 대규모 투자를 결심한 기업들은 고창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한다. 고창은 행정구역 전 지역(671.52㎢)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청정 지역이다. 2000년 죽림리 일대 고인돌 447기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데 이어 판소리(2003년)와 농악(2014년)이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고창 갯벌은 2021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고, 2023년엔 고창 병바위 등 지역명소 13곳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았다. 동학농민혁명 무장포고문까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면서 고창은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의 보물 7개를 보유하고 있다.

심덕섭 군수는 10일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이를 잘 보존해 후대에 물려주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며 “빼어난 자연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고창의 장점을 살려 앞으로 더욱 많은 관광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6500억원 대규모 관광 투자

고창군은 지난 7월 국내 기업 4곳과 명사십리 해양관광지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맺은 기업은 LIG시스템, P&K INC, 영풍제약, 서울경제TV다. 이 기업들은 2030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고창 명사십리 일대에 리조트와 숙박, 스포츠, 휴양·레저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고창군은 연말까지 타당성 용역을 마무리하고, 내년도에 관광지 지정과 조성계획 용역을 추진해 2026년 상반기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고창군 관계자는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마련하고, 프리미엄 쇼핑시설과 호텔을 지어 세계 최고의 선셋비치로 만들겠다”고 했다.

명사십리 관광개발은 지역의 숙원사업이었다. 명사십리 부지에 국유재산이 일부 포함돼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관광산업을 하는데 제한이 많았었다. 이에 심덕섭 군수는 기획재정부 등을 찾아 국유재산 매각을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면서 이번 관광투자 협약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다.

고창군은 지난해에도 대형 관광 개발 사업을 위해 ㈜HJ매그놀리아 용평호텔앤리조트와 실시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을 통해 용평호텔앤리조트는 3500억원을 투입해 고창군 심원면 만돌리 일대 6만6115㎡(약 2만평)에 ‘고창 종합 테마파크’를 조성한다.

고창 종합 테마파크에는 471실을 갖춘 리조트와 컨벤션 시설 등이 들어선다. 조만간 계획 설계 및 인허가 승인, 교통영향평가 등 사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2025년 공사를 시작해 2028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창군은 종합 테마파크 조성으로 600여 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관광 인프라와 상권이 형성돼 경제적 파급 효과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창군은 최근엔 ‘소규모 관광단지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부의 ‘인구감소지역 지원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에 선정되면 기존 관광단지의 개발부담금 면제 등 혜택을 준다. 관광기금 융자우대, 재산세 최대 100% 감면, 지방소멸대응기금 활용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471실을 갖춘 리조트와 컨벤션 시설 등이 들어서는 고창 종합 테마파크 조감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키자 대형 투자 이어져

‘고창 종합 테마파크’가 들어서는 서해 염전 부지는 당초 태양광 시설이 건립될 예정이었다. 이 부지를 사들인 업체가 염전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줄자, 일조량이 풍부한 염전을 ‘태양광 밭’으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고창군은 “청정 지역에 태양광 밭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해 규제를 강화했다. 염전 인근에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고창 갯벌’을 활용해 관광산업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 경관을 해치는 태양광 시설을 반드시 막아내야 했다.

고창 갯벌은 고창군과 부안군 사이에 있는 내만형(內灣形·육지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지형) 갯벌이다. 모래 갯벌, 펄 갯벌, 혼합 갯벌 등 다양한 퇴적 형태로 이뤄져 전 세계적으로 희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창군은 이 갯벌을 지키기 위해 업체를 설득해 예산 680억원을 들여 염전 부지를 매입했다. 재정 자립도 8.5%, 연간 군 예산이 7000억원대에 불과한 고창군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심덕섭 군수는 “태양광 시설 대신 친환경 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자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가 성사됐다”고 말했다.

청정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고창군은 대형 닭고기 육가공업체와 투자 계약까지 맺었지만, 지난 2022년 심덕섭 군수가 취임한 뒤 폐수처리 등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계약을 해지했다. 심 군수는 대신 친환경 ESG기업 유치를 약속했다. 대형 육가공 공장 유치로 고용유발 효과 등 순기능도 있지만, 환경오염이 우려되는 시설보다 ‘청정 고창’을 지켜내는 것이 장기적으론 더 큰 이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덕섭 군수는 “최근 10년 만에 이뤄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재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았는데, 이는 청정한 자연환경을 지키려는 고창군의 노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했다.

◇“노을대교 완공하면 고창 관광 업그레이드”

고창군은 지역 관광 산업을 키우기 위해 노을대교 건설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노을대교는 고창군 해리면 동호리와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를 연결할 전체 7.48㎞ 길이의 다리다. 완공 땐 부안에서 고창까지 62.5㎞를 우회해야 했던 이동 거리가 단 7㎞로 줄어든다. 다리가 놓이면 기존 70분 넘게 걸리던 거리를 10분이면 오갈 수 있게 된다.

노을대교는 대한민국 해안관광도로인 ‘Korea777(KR777)’ 위에 건설된다. KR777은 경기·충남·전북·전남을 잇는 서해안 관광도로로 국도 77호선과 동해안 관광도로인 7호선을 연결한다. 한반도 바다 전체를 여행할 수 있는 통합해안도로로 불린다.

고창군 해리면 동호리와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를 연결할 길이 7.48㎞의 노을대교 조감도.

심덕섭 군수는 지난 3월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만나 노을대교 조기 착공과 예산 증액을 위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심 군수는 최근엔 행정안전부 차관급 공무원(국가보훈처 처장)을 지낸 이력을 바탕으로 노을대교 조기 착공을 위해 본인의 중앙부처 인맥을 총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덕섭 군수는 “현재 노을대교 건립에 따른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는 서해안권 종합관광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노을대교가 완공되면 고창 관광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심덕섭 고창군수 인터뷰

심덕섭 고창군수가 인터뷰 하는 모습.

2022년 취임한 심덕섭(61)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수는 지난 2년 동안 ‘청정 고창’ 이미지를 활용해 관광 산업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그는 작년 ‘세계유산도시 고창 방문의 해’를 추진해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었다. 명사십리 해변 일대에 3000억원 규모의 휴양·레저시설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해엔 2만평에 이르는 서해 염전 부지에 3500억원 규모의 대형 리조트도 유치했다. 최근에는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에서 특별상까지 받았다.

심덕섭 군수는 10일 “앞으로 지역 주민들의 실질적 소득을 높이고,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군민 한 분 한 분이 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고, 고창을 활력 넘치는 곳으로 바꾸는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작년 고창 방문의 해 성과는 무엇인가.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세계유산 일곱 가지를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도시지만 ‘이게 아직도 세상에 드러나 있지 않더라’는 고민 속에서 방문의 해를 시작했다. 처음엔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3년 동안 코로나19로 억눌린 여행 수요가 폭발할 시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봄부터 벚꽃축제, 청보리밭축제, 바지락페스티벌, 여름에는 복분자·수박축제, 갯벌축제, 가을에는 50회를 맞는 모양성제까지 다양한 축제를 열었다. 특히 고인돌유적지와 선운사, 고창읍성 등의 입장료를 무료로 했고,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시티투어 버스도 운영했다. 그 결과 1000만명의 관광객이 고창을 찾아왔고, 올해도 작년의 감동을 잊지 못해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관광객 1000만명 시대가 열렸지만 숙박·교통 시설 등은 부족하다.

“고창군의 숙원사업 중 하나가 숙박시설 확충이다. 최근에 여러 곳의 기업들부터 6500억원 규모의 프리미엄 호텔급 투자가 이어지면서 복합레저관광도시로 변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게르마늄 온천으로 유명한 석정온천지구에 100실 규모의 호텔과 컨벤션도 건립되고 있다. 최근 문을 연 동호비치호텔은 32개 전 객실이 예약이 다 찼을 정도로 인기다. 노을대교가 완성되는 2029년에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더해져 서해안 관광특구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자신한다.”

-기업 유치 현황은.

“고창 신활력 산업단지에 ‘삼성전자 스마트허브단지’를 유치했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를 기본으로 하는데 500명 이상의 고급 인력 채용을 계획 중이다. 내년에 AI 특성화고가 지역에 들어서 관련 인재 양성도 가능해진다. 올해 하반기에 착공할 예정인 호남권 드론센터도 중요한 사업이다. 센터가 완성되면 연간 약 1만5000명 정도가 기기 인증 또는 교육을 받기 위해서 고창으로 온다. 양질의 일자리 기업을 유치해 청년들의 지역 유출을 막고 다른 지역에 있는 전문 인력들의 유입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한 지역 경제 유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오래된 터미널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꾼다는데.

“고창터미널은 지난 50년간 고창의 관문이었다. 하지만 고속철도가 등장하고 자가용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수요가 줄었다. 건물도 낡았는데 개인 소유인 탓에 행정에서도 어쩌지 못한 채 방치됐다. 취임 직후 터미널 활용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을 했다. 특히 터미널 주변 주차난이 심각한데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주거·상업·문화·터미널이 결합한 혁신적인 사업계획을 세웠다. 청년생활인구 유입을 위한 임대주택을 건설하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갔고, 건축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임시로 사용될 버스터미널도 마련 중이다. 특히 고창고에서 터미널 뒤편에 이르는 거리의 전선 지중화 사업도 진행해 한결 깔끔해진 도시환경이 만들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