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eepwear(잠옷)'. ⓒFederica Del Proposto

설계 도면만 그리던 건축가가 돌연 예술가로 변신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페데리카 델 프로포스토 이야기다.

대학교 시절 건축을 전공한 페데리카는 취미로 그린 단편 만화로 유명세를 쌓는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다시금 전공을 살려 건축가로 활동하지만, 우연히 그린 한 점의 자화상을 계기로 일러스트레이터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일상에 찌든 초췌한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이었다. “당시 제가 살던 비좁은 아파트, 회색빛 낯선 도시, 파리에서의 삶 등이 한데 뒤엉키며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어요.”

작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페데리카는 일러스트레이션, 건축, 만화가 결합된 독특한 작품들로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해 엘르프랑스 등 패션매체와도 협업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금 송파구 신청동 ‘뮤지엄209′에 가면 페데리카의 아시아 첫 개인전인 ‘페데리카의 특별한 여정’을 만날 수 있다. 담백한 색조와 깔끔한 선으로 묘사된 평범한 일상. 어디서나 볼 법한 장면들이지만 작가의 개성이 녹아든 작품들엔 경쾌하고 색다른 멋이 있다. ‘페데리카의 특별한 여정’이라는 제목처럼 전시는 10년간 작가의 작품 여정을 소개한다. 그가 지나온 발자취를 따라가며 마치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전시는 모두 다섯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은 건축가에서 일러스트 작가로 거듭난 페데리카의 초기작을 선보인다. 두 번째 섹션에선 로마, 파리, 밀라노 등 세계 각지에서 머무르며 마주친 일상을 작가만의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들이 전시된다. 분주한 도시의 모습을 담은 대표작 ‘달리는 사람들’도 만나볼 수 있다. 세 번째는 페데리카가 손가락 부상을 당한 뒤 빠른 손놀림으로 인물 초상화를 그리는 방식을 연마한 결과물, ‘10분 드로잉’ 섹션이다. 틸다 스윈튼, 숀펜, 마돈나 등 유명인들의 개성 넘치는 초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여가의 순간들을 담은 네 번째 섹션에 이어 세계 각국의 인상적인 건축물과 풍경을 담은 작품들이 여정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한국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를 묘사한 단독 공개작도 놓칠 수 없다.

테크니컬 아웃라인 드로잉, 스토리텔링 스킬을 결합한 ‘페데리카 스타일’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일러스트레이션, 건축, 만화라는 세 가지 시각 예술의 특징을 작품 곳곳에서 찾아보는 것도 전시의 묘미다. 전시는 10월 2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