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림 제27대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은 "새마을운동은 고루한 옛것이 아니라 여전히 혁신 중인 현재진행형이다"라고 강조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제공

“새마을운동은 고루한 옛것이 아닙니다. 여전히 혁신 중인 ‘현재진행형’입니다.”

초록색 바탕, 노란 동그라미 속 새싹이 그려진 ‘새마을 모자’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이른바 ‘레트로(Retro) 아이템’이다. 그러나 ‘새마을운동’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살아 숨 쉬는 ‘현재진행형’으로 국내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근면(勤勉)·자조(自助)·협동(協同) 정신을 전파하고 있다.

‘젊은 새마을운동’은 우선 대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전국 73개 대학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현재 대학생들이 활동하는 65개 동아리가 운영 중이다. 2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 ‘청년 세대’가 주축인 ‘청년새마을 연대’ 또한 지난해 6월 출범해 새로운 새마을운동 참여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들은 저마다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공모사업·해외봉사·워크숍·단합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낙후된 지역을 잘살게 하는 새마을운동은 해외로도 수출됐다. ‘2024 지구촌새마을운동’은 세계 각국에서 새마을운동 추진 기반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시범사업국가와 시범마을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며, 지속 가능한 지구촌 공동체 실현에 힘쓴다.

올해 현황에 따르면 무려 45개국에서 국가별·과정별 맞춤형 새마을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김광림 제27대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을 만나 ‘근면·자조·협동’이라는 새마을운동의 기본 가치가 현시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젊어진 새마을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들었다.

'2024년 도미니카공화국-온두라스 새마을운동 초청 연수' 참가자들이 김광림(가운데)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등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새마을운동이란 무엇인지요.

“새마을운동은 우리 대한민국을 유일하게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바꾸는 원동력이었습니다. 또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의 성장·발전에도 경제개발계획 추진과 더불어 수레의 ‘양 바퀴’처럼 작동해 왔습니다. 새마을운동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경부고속도로 개통 △1988년 서울올림픽과 함께 건국 이후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힙니다. 이런 새마을운동을 제가 섬기게 되어 어깨가 무겁습니다.”

―새마을운동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저는 20대 초반에 대구에서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했습니다. 그때가 아마 1971년쯤이었을 겁니다. 교내 새마을운동 노래 경연대회가 열렸습니다. 풍금에 맞춰 아이들에게 ‘새마을 노래’를 가르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국회의원 시절, 선거운동 때 당에서 제공하는 ‘로고송’ 대신 새마을 노래를 동네마다 틀고 다녔습니다. 주민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많이 받았지요.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에 앞장선 것이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며, 후손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집안의 자랑이 되도록 하자’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말씀이 제 기억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54년의 역사를 지닌 새마을운동의 현시대 가치가 궁금합니다.

“1970년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는 우리 농촌의 혁신을 위해 새마을운동을 주창하셨습니다. 근면·자조·협동 정신을 바탕으로 한 새마을운동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국민이 자발적으로 전개한 실천운동입니다.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는 농촌개발운동 겸 정신운동이며, 국민대혁신운동이었습니다. 새마을운동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분명히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룩해 냈습니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浮沈) 또한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참으로 다행히, 새마을운동은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 곳곳으로 뻗어나갔습니다. 해외에서 새마을운동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아프리카가 빈곤에서 탈출하려면 대한민국의 발전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동남아시아·아프리카·동유럽 등 45개 개발도상국에서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이어졌습니다.”

―근면·자조·협동이라는 새마을운동의 핵심 정신이 지금도 필요한지요.

“근면·자조·협동 정신은 새마을운동이 시작되었던 초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꼭 필요합니다. 전 세계 인류에게 공통으로 필요한 기본 정신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는 매우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사회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건강한 공동체가 무너지고,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되며 이웃 간의 벽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땀 흘려 일하는 부지런함과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앞장서는 정신, 그리고 ‘우리’ 함께라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 이는 바로 근면·자조·협동이라는 새마을정신과 다름없습니다. 오히려 지금 이 시대에 새마을정신은 더욱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까지 퇴계학연구원 이사장직을 맡았습니다. 새마을정신과 상통하는 퇴계 이황 선생의 가르침은 무엇일까요.

“저는 오래전부터 퇴계학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최근까지도 퇴계학연구원에서 퇴계 선생의 사상과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누군가 퇴계 선생의 가르침을 한마디로 말하라고 하면, 저는 바로 ‘경(敬)’이라고 대답합니다. 퇴계 선생의 ‘경(敬)’ 사상에 따르면 끊임없이 나를 바르게 다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하늘의 순리, 타인과 사회에 대한 공경(恭敬)을 실천해야 합니다. 퇴계 선생의 사상과 새마을운동은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새마을운동은 타인과 사회에 대한 배려와 공경이 있었기에 54년간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전국 180만 새마을지도자와 회원들이야말로 몸소 ‘경(敬)’을 실천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사회 변화와 맞물려 새마을운동이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새마을운동의 발전 방향은 무엇인지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국내 새마을운동은 정권 변화에 따라 부침이 있었고 힘든 상황을 겪어 왔습니다. 앞으로의 새마을운동은 향약·두레·품앗이처럼 우리의 전통적인 공동체 문화와 퇴계 선생의 경(敬) 사상까지 접목해, 새로운 정신운동으로 추진돼야 합니다. 한편, 국내에 비해 지구촌 새마을운동의 성과는 매우 고무적이고 낙관적입니다. 아프리카·중남미·동유럽·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45개국에서 이미 새마을운동을 받아들여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도와 지구촌 새마을운동을 더욱 확산시키고, 인류 공영에도 이바지해야 합니다. 저는 그 중심에 우리의 청년 세대가 당당히 설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신임 중앙회장으로서 새마을운동의 변화를 위해 구상하는 것이 있는지요.

“먼저 관련 법령 정비로 법적·제도적 지원 체계를 확고히 할 것입니다. 대외적으로 정부·국회·지방의회·지자체 등과의 민관(民官) 거버넌스(governance)와 사회적 지원체계를 강화하고자 합니다. 새마을운동은 절대 빈곤에서 탈출하고자 했던 지역사회개발운동 겸 총체적 국가개발운동이었습니다. 그 정신 그대로, 저출생·고령화·지방소멸 등의 문제에 대응하는 국가정책에 보조를 맞추어 나가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새마을운동이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분열도 극복하는 민간 주도의 국민운동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광림 제27대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프로필

―1948년 경북 안동 출생

―1973년 제14회 행정고시 합격

―1994년 대통령비서실(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2003년 재정경제부 차관

―2007년 세명대학교 총장

―2008~2020년 제18~20대 국회의원

―2020~2024년 퇴계학 연구원, 국제퇴계학회 이사장

―2024년 7월 제27대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