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그 이름처럼 아동의 생존·보호·발달과 참여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전 세계 약 113개 국가에서 활동 중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은 최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튀르키예 대지진과 같이 긴급구호가 시급한 곳을 뛰어넘어, 종교·국가·정치적 이념을 초월할 만큼 선구적이다. 이를 위해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은 ‘자금’이다. 세이브더칠드런과 같은 인도적지원을 시행하는 NGO에서, 모금 활동과 자금 집행의 투명성은 생명과도 같다.
세이브더칠드런의 국제 인도적지원 모금 책임자(Head of International Humanitarian Fundraising) 레베카 데이비스를 만나 NGO에 필요한 ‘모금 업무’의 현실에 대해 들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국내 모금은 공식 웹사이트뿐만 아니라 카카오 ‘같이가치’와 네이버 ‘해피빈’ 등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30여 년간 모금 전문가로서 일해 온 레베카 데이비스는 캐나다 출신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의 차별성에 대해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집중한다는 것”이라며 현장의 경험담을 풀어갔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국제 인도적지원 모금 책임자 레베카 데이비스입니다. 30년 이상 모금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동 등 취약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왔고 콩고·아이티·소말리아·아이티·인도·요르단 등 여러 나라 긴급 상황에 대응해 왔습니다.
-다른 NGO와 차별화되는 세이브더칠드런의 강점, 그리고 전문성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세이브더칠드런은 113개국에서 2만5000여 명의 직원과 함께 전 세계 후원자분들의 믿음에 보답하고자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 등 모든 회원국은 조직 운영과 후원금 사용에 관해 아주 작은 부분까지 공개하고 내외부 감사를 철저히 받고 있습니다. 인도적지원의 대응에 있어서 국제적으로 인정된 기준인 품질과 책임에 관한 핵심 인도주의 표준(CHS)을 따르고 있습니다. 또한 연차 보고서와 글로벌 책임 보고서 등으로 기관의 구조와 재무제표를 공개합니다. 우리가 후원금을 통해 달성한 결과는 물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나아가고 있는 과정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집중합니다. 재난 상황에서 아동의 보호자에게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어보면 ‘교육’이라고 답합니다. 불안정한 환경에서 교육은 아이들에게 일상의 감각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우리는 긴급구호의 첫 시작부터 교육을 통한 아동보호 활동을 시작합니다. 교육이 생명을 살립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유엔인도주의조정국(UNOCHA)의 글로벌 단위 조정 시스템에 참여하는 국제기구 중 유일한 NGO로서 교육 분야를 리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현금 지원 프로그램’의 선두 주자입니다. 실제로 유엔(UN) 기금 외에 가장 큰 기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현금 지원은 재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존엄성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주는 것보다, 현금 지원이야말로 결국 그 지역 경제까지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특히 ‘유연기금(flexible fund)’인 인도적지원 기금(The humanitarian fund)’은 여러 국가에서 사람을 살릴 수 있습니다.”
- ‘유연기금’인 인도적지원 기금이란 무엇인가요?
“쉽게 말해 대상은 물론 국가·프로젝트·재난 등 목적을 가리지 않고 모으는 기금으로, 재난 발생 시 현장의 인도적 수요에 집중해 신속한 긴급구호를 가능하게 합니다. 언론이 주목하거나 특정 후원자가 지정하는 곳이 아닌, 정말 필요한 곳에 지원됩니다.
물론 지정 기금도 매우 중요하고 저희 또한 운용하고 있지만, 유연기금은 현장 수요에 맞춰 차별 없이 긴급하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더 유용합니다.
2022년 한국 후원자들이 세이브더칠드런 연간 인도적지원 기금 3위에 오를 만큼 많이 후원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2023년 연초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한국 등 30개국이 모은 200만달러의 기금을 24시간 이내에 즉시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만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아동과 가족을 현장에서 도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입니다. 인도적지원 기금을 통해 조건 없는 사랑을 표현해 주신 한국 후원자께 감사드립니다.”
-어떤 경로를 거쳐 세이브더칠드런의 모금 전문가로 활동하게 되셨는지요? 또 이 일에서 어떤 때 가장 보람을 느끼시는지요?
“제가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토론토의 대학병원에서 ‘전화 모금(tele-fundraising)’을 시작했습니다. 전화로 여성 건강 관련 연구센터 설립에 필요한 모금을 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일로 모금이란 매우 강력한 도구이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변화까지 만들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활동가 정신(activism)이라는 것에도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이후 대학 졸업 뒤 장기이식센터를 위한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장기 기증 과정에 불평등이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습니다. 사회 경제적 지위가 우선순위를 좌우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석사과정에선 ‘의학 윤리’를 공부했고, 때마침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단체에서 ‘모금 디렉터’를 뽑아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인도주의 정신을 공유하는 세이브더칠드런을 알았습니다.
재난 상황에 가장 취약한 존재인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고 기뻤습니다. 누구도 원치 않지만, 우리 현실에는 기후 위기와 분쟁, 재난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해 30개국의 동료들과 일하며 우리의 전문성을 발휘하고, 조직이 하나 돼서 대중과 주요 기업 등으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모아 아동들을 도울 수 있을 때 보람이 큽니다.”
-다양한 현장 경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현장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의 모금 활동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셨나요?
“2021년 10월 아이티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아이티는 미디어의 관심도 낮고 오랫동안 재난·자연재해·부패 등으로 고통받는 국가였습니다. 한 섬을 기준으로 동쪽인 도미니카공화국은 유명한 휴양지이지만, 서쪽의 아이티는 매우 낙후된 ‘번영의 그림자’ 같은 곳입니다.
저는 현장 피해를 파악해 정보를 공유하는 대변인으로서 아이티에 파견됐습니다. 그런데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 도착해 보니 약속됐던 언론사 인터뷰들이 전부 취소됐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알고 보니 당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점령해서 모든 언론사의 관심이 쏠린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세이브더칠드런의 ‘인도적지원 기금’ 덕에 아이티를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도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는 유연기금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또 소말리아의 ‘여성 할례’ 현장 또한 심각했습니다. 당시 세이브더칠드런은 소말리아 난민촌 인근 지역 병원에서 아동 급성 영양실조를 치료하고 있었는데, 여자아이의 비명을 듣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출산 상황인 줄 알았는데, 가보니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은 10살 소녀였습니다. 지역 내의 할례 관습 때문에 성기의 일부를 절단했는데, 불결한 도구로 파상풍에 걸린 것이었습니다. 결국 아이는 과다 출혈로 세상을 떠났고 이후에도 할례 직후 구출된 아동 7명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소말리아에서는 7세에서 11세 여아 98%가 여성 할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런 상황에 맞서고자 인식 개선 활동에 힘쓰고 있고, 이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아동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인도적기금’이 사용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모금 활동은 힘든 업무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장 어려운 점과 함께, NGO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가장 어려운 점은 분쟁·폭력·재난 등 절망적인 상황에 자주 노출된다는 데 있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 대리외상증후군이라 불리는 일종의 트라우마 증상을 경험할 수 있고, 반복해서 노출되면 공감 피로(compassion fatigue) 때문에 감정적·신체적인 번아웃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흔히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만 경험하리라 생각하지만, 세상에 무언가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들 또한 이런 번아웃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끔찍하지만,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일들을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NGO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하려면 스스로를 보살피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전에는 활동가들이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감내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지만, 정신 건강의 중요성이 인식되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일은 인류애와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또 다양한 활동 국가에 대한 문화적 이해도 높아야 합니다. 전략적 사고로 동료들과 후원자들의 마음을 일깨워야 하고, 대중이 어떤 콘텐츠에 잘 반응하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여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많은 이들을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일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