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이형택(48) 테니스 감독이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았다. 선수 시절 이 감독은 US오픈 한국인 최초 16강 진출, 남자 ATP투어 한국인 최초 우승 등 테니스계 두각을 나타내던 전설적 인물이었다.
은퇴 후에는 테니스 지도자 겸 만능 스포테이너로서 후배 양성에 매진했다. 그러다 작년부터 앓던 무릎통증이 악화돼 이진규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찾았다.
진단 결과, 오른쪽 무릎관절 내측 대퇴과에 중등도 이상 크기의 연골결손(ICRS 4기)이 확인됐다.
이 교수는 수술 후에도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관절낭 절개 없이 관절경만을 이용해 무릎 내 염증치료와 연골재생을 병행할 수 있는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카티스템)을 적용했다.
수술 후 5개월, 이 감독을 괴롭히던 무릎통증은 말끔히 사라졌고, 일상생활로 복귀했다. 오른쪽 무릎엔 수술 흔적조차 없다.
이 교수는 축구·농구·배구 등 국가대표팀 주치의로 활동한 스포츠 손상치료 전문가로 알려졌다. 코리아오픈 국제테니스대회(WTA Korea Open) 총괄 닥터이기도 하다.
◇절개 없이 관절경으로 진행하는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
이 교수는 운동 선수나 스포츠 애호가들을 수술할 때 절개법보다 가급적 최소 침습적 방법인 관절경 방식을 고수한다. 회복 속도가 절개법보다 빠를 뿐더러, 흉터가 없기 때문이다. 그가 언급한 수술법은 관절경 방식이다. 관절경을 통해 닳은 연골을 정리, 뼈에 구멍을 뚫고 그 구멍 속으로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제인 ‘카티스템’을 주사하는 것. 이 치료제는 환자의 몸에 있는 본인의 줄기세포를 자극해 연골 분화를 촉진시킨다. 외부에서 들어온 줄기세포가 연골이 되는 게 아니라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가 연골로 분화하는 게 특징이다. 이 교수는 “연령 및 연골 손상 크기에 제한이 없고, 부작용이 없어 수술 이후에도 마음껏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기존의 치료법과 병행하면 더 좋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 한 40대 환자의 경우 양측 무릎의 골관절염 3기(연골병변 4기)가 진행되면서, 내반슬(오다리) 변형이 동반됐다. 극심한 통증에 수술을 결정, 양측 무릎에 근위경골절골술(휜다리교정술)과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을 동시 시행했고 6개월 뒤 성공적으로 회사 업무에 복귀했다.
단, 수술 후 6~8주는 목발 생활이 필요하다. 3개월이 지나면 일상 생활 복귀가 가능하다. 근육량이 보통 수준인 일반 환자의 경우 연골이 완전히 복원되려면 1년 정도가 소요된다. 물론 체계적인 재활 프로그램이 병행되면 회복에 더욱 효과적이다.
◇전문의의 종합적 진단 후 검증된 치료법 찾아야
이 교수는 환자의 관절연골 상태, 골관절염 동반 여부, 나이, 직업 등 모든 것을 고려해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무릎 관절증은 노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환자의 직업, 생활 습관, 외부 충격 등에 의해 젊은 나이에도 연골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게 중요한 만큼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배양된 750만 개 이상의 살아있는 줄기세포 투여하는 카티스템
이 교수가 처방한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제인 카티스템은 기증 받은 제대혈에서 추출, 배양된 750만 개 이상의 살아있는 줄기세포를 환부에 투여해 관절염 치료와 함께 연골 생성을 돕게 하는 치료법이다.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허가된 바 있다. 현재 3만 명이 넘는 국내·외 환자들에게 처방·치료되고 있다. 카티스템은 2014년 히딩크 전(前)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방한, 이 수술 치료로 무릎관절염 완치판정을 받게 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카타르, UAE 등 해외 유명 환자들이 한국을 찾게 되면서 한국의 줄기세포 의료수준을 달리 보게 됐다. 8년 뒤 히딩크 감독은 나머지 왼쪽 무릎도 같은 수술을 했다. 78세인 그는 현재도 골프와 테니스를 즐긴다.
◇테니스 레전드, 히딩크 감독과의 테니스 시합 꿈꿔
수술 후 이 감독의 무릎 통증은 사라졌고, 체계적인 재활 과정을 거져 수술 3개월부터는 미국 출장을 목발 없이 다녀올 만큼 무릎 상태가 정상 회복됐다. 이 감독은 “최근 방한을 한 히딩크 전 감독이 8년 만에 다시 테니스를 할 수 있게 됐다는 방송을 본 적 있다”며 “올해 10월경 일본에서 열리는 국가대항전 출전을 위해 열심히 몸을 만드는 중이며, 테니스를 사랑하는 히딩크 감독에게 국가대표급 테니스 레슨을 해줄 수도 있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