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기준을 수술에만 국한시켜선 안 됩니다. 수술은 치료의 시작일 뿐, 수술 이후에도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신경외과 전문의 고한승 목동힘찬병원 척추클리닉 병원장은 병을 종결시키는 열쇠를 올바른 치료와 사후 관리로 본다. 작년 국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은 18.2%로 나타났다. 오는 2072년에는 그 비율이 절반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 상황. 이에 고 병원장은 “고령층에게 주로 나타나는 척추관협착증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과거에는 전신마취에 따른 치료가 주를 이뤘지만, 요샌 수술 부담을 낮춘 비수술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목동힘찬병원은 척추 비수술 치료인 신경성형술과 풍선확장술 2만례를 돌파했다. 지난 24일 목동힘찬병원 2층 진료실에서 고 병원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신경에 약물 직접 주입하는 신경성형술… 최대 15분 내 끝나
고 병원장은 가장 먼저 척추관협착증의 위험성을 언급했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주변의 인대와 뼈가 두꺼워지는 등 퇴행성 변화로 인해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오래 서 있거나, 걸을 때 신경이 눌려 통증이 발생한다. 이 땐 신경 주위에 염증이 생겨 더 큰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는 “척추관협착증의 경우 약물·주사 같은 보존적 치료를 시행한 뒤 회복되지 않을 때 비수술 치료로 전환한다”고 말했다. 고 병원장이 말한 비수술 치료로는 신경성형술과 풍선확장술이 있다.
“신경성형술은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에 약물을 주입해 통증을 완화하는 방식입니다. 꼬리뼈 부위에 작은 구멍을 내 지름1㎜의 초소형 카테터를 삽입하면 되죠. 약물을 병변 부위에 직접 넣는 만큼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C-ARM이라는 특수영상 장비를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는데, 덕분에 정확도가 높은 편입니다.”
신경성형술은 10~15분이면 끝난다. 절개를 하지 않는 만큼 출혈에 따른 부작용 걱정을 덜 수 있다. 그만큼 일상생활로 빨리 복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신경성형술이 모든 환자에게 다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고 병원장은 “척추불안정증·전방전위증이 있거나, 척추관협착증이 심한 경우에는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환자의 상태와 증상에 따른 치료 선택지는 다양하기 때문에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 본인에게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좁아진 척추관 넓혀주는 풍선확장술… 여러 논문서 효과 입증돼
고 병원장은 풍선확장술의 장점도 언급했다. 풍선확장술은 카테터 끝부분에 매달은 풍선을 부풀려 유착을 풀어주며, 좁아진 척추관을 넓혀주는 방식이다. 부풀려진 풍선으로 물리적인 박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유착 부위가 넓은 경우에 더욱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풍선확장술이 지속적인 통증 개선에 좋은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신진우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박진규 부평힘찬병원 신경외과 원장 등 의료진이 발표한 SCI(E)급 저널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따르면, 척추관협착증 환자 30명에게 풍선확장술을 했을 때 6개월간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 등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났다. 환자 만족도도 높았다. 이 외에도 풍선확장술과 관련된 20여 편의 논문이 있으며, 현재도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고 병원장은 비수술 치료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시술 이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있어야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얘기다.
“비수술 치료로 통증이 개선됐다면,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좌식 생활은 척추와 고관절에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그렇기에 평소 바닥이 아닌 의자에 앉는 것을 권하고, 이때 허리를 꼿꼿이 세울 수 있도록 신경을 쓰는 게 중요합니다. 운동을 할 때도 고중량 헬스 같은 무리한 운동을 하지 말고, 걷기 운동을 생활화하는 게 좋죠.”
◇추간판탈출증 등 환자 비수술 치료 받아보니… 통증 강도 확 줄어
힘찬병원은 지난 2019년 3월부터 2023년 9월까지 풍선확장술을 받은 추간판탈출증·척추관협착증 환자 70명을 대상으로 통증평가척도(VAS)를 조사했다. VAS는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강도를 0부터 10까지 나눈 기준으로, 숫자가 높아질수록 통증의 강도가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조사 결과, 시술 전 평균 9.3이던 통증 점수는 시술 2주 후 평균 5.4로 약 42% 감소했다. 특히 시술 32개월이 지난 후 통증 점수는 평균 4.9로, 시술 전보다 약 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시술 후 약 2년 반까지도 치료 효과가 지속됐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보통 5~10% 정도지만, 고 병원장은 이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고 병원장은 “최근 들어 최소절개 수술법이 많이 시행되는 만큼 수술에 너무 큰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했다. 피부 절개를 최소화하고, 내시경과 미세 현미경 등 기구를 이용해 수술 시야를 극대화했기 때문. 고 병원장은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통해 환자들이 하루 빨리 건강을 되찾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