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굴뚝 없는’ 최첨단 산업분야를 장착하기 위한 시도로 1990년대 첨단과학산업단지가 조성되었다. 당시 광주를 산업도시화하려는 국가와 지역의 요구가 일치된 결과였다. 특별법에 따라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설립되었고, 광산업(포토닉스)이 추진되었다. 이어 인공지능(AI)산업을 단계적으로 육성해오고 있다. 올해로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사업’의 1단계를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시작될 2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광주 첨단3지구에 조성 중인 AI집적단지의 조감도. AI데이터센터는 지난해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제공

28일 광주광역시와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에 따르면 광주시는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총 사업비 4295억원(국비 포함)을 투입,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밸리’를 광주 첨단산업단지(북구 오룡동 1089번지 일원 첨단 3지구 내 대지 4만7246㎡)에 조성해왔다. 내년부터 오는 2029년까지 2단계에선 모두 6000억원을 투입, 밸리 조성을 마무리하고 광주를 대표적인 인공지능 중심 산업도시로 육성할 계획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신설하고, 관련 업무를 직접 챙기겠다”고 하자, 광주시는 즉각 환영하였다. 광주시는 “대통령 주재 국가인공지능위원회의 1호 안건으로 ‘광주 인공지능 2단계 사업 즉시 추진’이 가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 2027년까지 9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AI 반도체 혁신기업의 성장을 돕는 1조4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광주시가 추진하는 인공지능 산업 2단계 사업은 1단계에서 조성한 인프라를 활용하여 성과를 창출하고 확산하는 차원이다. 이 사업의 분야는 인공지능 인프라 고도화, 인공지능 데이터 활용 체계 구축, 도시규모 인공지능 실증, 인공지능 글로벌 생태계 조성으로 나뉜다.

최근 광주시는 첨단산단에 조성한 국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서 2단계를 추진하기 위한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은 “올해 실증·창업동, 초대형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준공 등 1단계 조성사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2단계 실증도시 구현을 통해 광주를 명실상부한 인공지능 중심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광주시는 2단계 구현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정부와 지역에 제시할 예정이다.

현재 광주시는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국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하고, 인공지능 분야의 인재를 각급 수준에서 양성하고, 기업들이 창업과 기술개발 등을 보다 체계적으로 도울 수 있는 체계를 조성해왔다. 2단계에서는 지역을 이끌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지난 1단계를 살펴보면, 광주시는 지난해 첨단산단 3지구에 국가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를 구축했다. 이 센터 설립에 총 950억원이 투입되었다. 컴퓨팅 연산능력 88.5페타플롭스(PF)이다. 1초에 8경 8500조번에 걸쳐 연산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산규모로 세 번째이다. 전체 연산량의 상당 부분을 작은 단위로 쪼개 개별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전용 할당제가 특징이다. 지난해 7월부터 기업들이 본격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태아 초음파 영상을 이용하여 생후 아기의 모습과 행동을 생성하는 모델’, ‘심혈관 위험 평가를 개선하고 상용화하는 모델’, ‘저탄소 스마트 건물을 위한 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에너지 관리 플랫폼 구축’ 등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성과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장이다. 광주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의 홍보관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센터와 함께 AI 실증지원센터도 구축했다. 사업비는 650억원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와 에너지, 헬스케어 분야에 실증 장비를 제공하여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토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AI 대형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도 112억원을 들여 올해 말까지 구축한다. 미래 완성차, 전장부품, 차량용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 산업의 필수요소이다.

인공지능산업을 이끌고 또한 지원하는 시설도 속속 추진되고 있다.

광주경제자유구역청은 첨단 3지구에 지식산업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지식산업센터를 세우면, AI 벤처기업 등 유망 중소기업에 공공임대형 입주공간을 제공하게 된다. 부지 5000㎡에 국비 160억원, 시비 141억원 등 총 301억원이 투입된다.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이다. 오는 2027년 12월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신석기 광주경제자유구역청장은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입주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과 전문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입주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실증 장비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연계할 예정이다.

광주에서는 인공지능 분야의 각급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인공지능사관학교 수료생들이 강기정 광주시장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미 광주에서 실무 인재를 키우는 과정은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최근 광주시는 인공지능 사관학교 제5기 교육생을 모집했다. 330명 모집에 712명이 지원했다. 광주를 중심으로 수도권, 기타 지역에서 응시했다. 학생들은 10개월 동안 1300시간 교육을 무료로 받는다. 3기생까지 916명이 과정을 마쳤고, 1~3기 졸업생 중 64%가 취업하거나 창업했다. 특히 올해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맞춤형 챗봇을 구축하는 초거대 언어모델 활용’ 등 최신 인공지능 기술동향에 맞춘 특화교육을 새롭게 제공한다. 인공지능 모델링,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 인공지능 플랫폼·인프라 분야에서 이론과 실습, 프로젝트 등 단계별로 교육을 받게 된다. 김용승 시인공지능산업실장은 “인공지능 기업과 협업해 현장에서 경험하고 역량을 쌓을 수 있는 실무교육 등 탄탄한 교육과정을 마련했다”며 “기업이 필요한 인공지능 전문인력으로 성장토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인공지능 분야의 영재를 키우기 위한 광주 AI영재고등학교가 신설된다. 오는 2025년 착공, 2027년 개교할 예정이다. 이 학교는 광주과학기술원 부설로 설치, 운영된다. 학교부지는 광주과학기술원과 가까운 첨단 3지구이다. 광주과학기술원, 국가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 AI 영재고가 서로 맞붙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에 관련 연구·교육시설이 집적된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와 관련,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조건을 두루 감안했고, 특히 지스트와의 접근성을 가장 먼저 고려했다”고 말했다. 총 1000억원이 투입된다. 건축면적 2만40㎡,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의 학습연구동과 기숙사동이 세워진다. 정원은 150명이다. 매년 50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교육과정은 3년이지만, 무학년·졸업 학점제로 운영된다. 이 고교가 마련되면, 광주에는 고교, 대학교(대학원), 실무인재 양성에 이르는 단계별 인재양성의 시스템을 완성하게 된다. 지스트에는 AI 대학원을 개설,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는 전남대, 헬스케어 분야는 조선대, 자동차 분야는 호남대에서 인공지능과 결합한 인재를 키우고 있다.

한편,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펀드조성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 2차 투자펀드’를 결성했다. 펀드 조성액은 1179억원이다. 앞서 광주시는 지난 2020년 1098억원의 1차 펀드를 조성, 기업에 투자해왔다. 광주에서 인공지능 산업 분야 창업기업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시는 이를 위해 AI 창업기업 지원센터 두 곳을 열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창업기업이 100개를 넘어섰고, 63개사가 창업지원센터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광주에 거점을 마련한 기업들도 127곳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