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에 부여하는 비콥(B Corporation) 평가 기준이 강화될 예정이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기존5개던 평가 기준이 9개 항목으로 세분화된다는 점이다. 새로운 평가 항목에서는 기업의 실질적인 행동을 더욱 강력하게 요구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비콥은 비영리 네트워크 비랩(B Lab)이 주관하는 글로벌 사회혁신 기업 인증 제도다. 2006년 미국에서 시작돼 세계적인 기업 지속가능경영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평가는 비랩이 개발한 사회환경적 임팩트 측정 도구 ‘BIA(B Impact Assessment)’를 활용해 이뤄진다. 우선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수치화한다. 인증을 희망하는 기업은 기업규모와 산업 영역에 따라 구성된 200개 이상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글로벌 인증팀이 답변 내용을평가, 검증증해총 80점 이상점수를 받아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BIA 문항은지속가능경영 트렌드를 반영해 3년마다 갱신된다.기업들은 이 기준에 따라 3년마다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현재 파타고니아, 밴앤제리스, 네스프레소 등 전 세계 98국에서 8596개넘는 기업이 비콥 인증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총 29개 기업이 가입했다. 비콥 멤버가 되면 매출에 따라 1000달러에서 5만 달러의 연회비를 납부해야 하지만 인증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한 달새 전 세계에서 200개 넘는 기업이 추가로 가입했다.

현행평가 기준은 ▲지배구조 ▲기업구성원 ▲지역사회 ▲환경 ▲고객 영역 등 5개다. 이 평가 기준으로는 기업의 실질적인 행동을 견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이번 개편안에서는 기업이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에 나섰는지를 기준으로 항목별 점수를 부여한다.

오는 2025년에는 변화한 ESG 경영 흐름에 따라 평가 기준을 9개로 세분화한다.구체적으로 ▲기업의 목적과 이해관계자 의사결정 구조▲기후위기 대응▲환경 관리 및 순환▲직장 문화▲공정 임금▲인권 존중▲대정부관계 활동 및 집합적 행동▲상호 보완적인 임팩트 창출 등이다.

환경 부문은’기후 위기 대응’과 ‘환경 관리 및 순환’ 항목으로 나눠졌다. 세부적으로는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실제 배출량(Scope 1·2·3)을 측정하는 등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실제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기존엔선택 사항이었던 요소가 필수로 전환된 것이다.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이 차선의 고려 사항이 아닌,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경영상의 과제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는 의의가 있다.

기업구성원과 관련된항목은 사원복지의 관점에서 ‘직장 문화’라는 더 개념으로 확장됐다. ‘기업은 구성원과의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 긍정적인 직장 문화를 조성하고, 의사 결정 시에는 근로자의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면서 기업구성원에 대한 소통과 존중을 더욱 강조한다.

기업 공급망 전체를 포함하는 ‘공정 임금’ ‘인권 존중’ 항목을 추가하는 등 사회적 이슈를 ESG 경영의 중요한 기준으로 설정한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특히 인권 존중 항목에서는 ‘기업은 근로자, 공급망, 최종 소비자 등 기업 활동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영향력을 검토하기 위해 인권 실사를 실천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기업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또 ‘대정부 관계 활동 및 집합적 행동’ ‘상호 보완적인 임팩트 창출’ 등 기업의 사회적 임팩트를 평가하는 기준을 두 가지 항목으로 분명하게 제시했다. 이 주제들은 기업의 가치 평가와 리스크 관리 영역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사회적 실천을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ESG 경영의 흐름은 이달 말 공식 발표되는 국내 ESG 공시기준 초안에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기후 분야부터 공시 의무화가 추진되며, 기업은 기후 대응과 위험 관리 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공시기준에는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시급한 문제와 관련된 항목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비콥 인증 개편은 내년 초 확정을 목표로 이해관계자들의 피드백을 받고 있다.기업, 비영리단체, 사회환경 분야 전문가 집단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최종안은 내년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