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100주년인 2045년엔 우리 힘으로 화성에 태극기를 꽂겠다.”
지난 2022년 11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선포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우주 시대를 열기 위한 전 세계의 무한경쟁에 우리나라도 참전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그러면서 대선 공약인 우주항공청 신설을 강조했다. 오는 5월 27일 경남 사천에서 우주항공청 임시청사가 정식 운영에 들어간다. 우주강국을 향한 첫발을 떼는 것이다.
◇5월 개청…우주항공 분야 컨트롤타워 탄생
우주항공청은 경남 사천시 사남면 해안산업로 아론비행선박산업㈜ 사옥에 임시청사 형태로 운영에 들어간다. 9층 건물 중 2층을 제외한 전 층을 우주항공청 임시청사로 사용한다. 면적은 4860㎡다. 22일 경남도청 우주항공산업과 이종근 주무관은 “4월 초 철거에 들어가 중순쯤 완료한 후 리모델링 시공에 들어갈 것”이라며 “일단 임시청사 개관은 5월 말에 하지만 리모델링 일부 공사는 6월까지 가야 마무리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임시청사에는 본 청사 건립 전까지 우주항공 전문가 등 약 300명이 모여 미지의 영역인 우주 정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게 된다. 대한민국 우주항공 분야 총괄 및 컨트롤타워가 비로소 생기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5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으로 독자적으로 실용 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하지만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우주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기술력이 뒤진다는 평가다. 경제력에 비해 우리나라가 전 세계 우주경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하다.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격차를 줄이고, 우주경제 비전을 조속히 실현하는 데 있어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NASA처럼 국내 우주 분야 기관들 총괄
우주항공청은 행정과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소속 중앙행정기관이다. 지난 1월 진통 끝에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하면서 설치 근거가 마련됐다. 미국 항공우주국인 NASA를 모델로, 우주항공기술의 연구개발·핵심기술 확보, 관련 정책 수립·조정, 우주자원의 개발·활용, 우주항공산업 육성·진흥, 우주항공 관련 민군 협력·국제협력, 우주항공 분야 인재 육성 등의 업무를 맡는다.
여기에 천문현상과 우주환경 관측·연구, 태양 흑점·지구자기장 등 우주환경 변화로 발생하는 재난, 우주 공간에 있는 우주물체 추락·충돌 등 우주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미국 나사가 워싱턴DC 본부를 중심으로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지구관측·우주망원경 관리), 케네디 우주센터(우주선 발사시설), 제트추진연구소(무인 탐사선 연구), 존슨 우주센터(유인 우주계획 총괄) 등 우주 분야 여러 산하 기관을 총괄하는 것처럼 우주항공청도 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을 소속 기관으로 편입해 총괄한다.
최근 우주항공청 직제안이 확정됐다. 정원은 293명이다. 최근 우주항공청에서 근무할 직원을 뽑는 채용설명회가 진행됐다. 연구개발을 이끌 임무본부장 연봉이 대통령과 같은 2억 5000만원으로 책정돼 이목을 끌었다. 차관급(1억 4000만원)인 청장보다 대우가 좋다. 일반 임기제 공무원들도 동종업계 상위 20%에 해당하는 급여가 책정돼 채용 열기가 뜨겁다는 후문이다. 경남도는 우주항공청에 근무할 직원이 불편함이 없도록 이주 정착 장려금 지원부터 시외버스 노선 신설, 통근 버스 운행, 행정업무 지원 등 정주 여건 개선에 나선다.
◇경남은 삼각별 프로젝트의 한 축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대전과 경남 사천, 전남 고흥을 세 축으로 하는 우주산업 클러스터 삼각 체제를 통해 2045년까지 우주산업 규모를 100조원으로 키우고, 1000개의 우주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1%에 불과한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45년까지 10% 이상 끌어올리겠다고도 했다.
삼각 체제 구축사업에서 경남은 위성, 전남은 발사체, 대전은 연구·인재 개발을 주도적으로 맡는다. 삼각별 프로젝트는 3개 특구 간 연계를 위해 마련된 지역 협력형 인공위성 개발 프로젝트다. 위성 제작부터 발사까지 위성 개발 전(全) 주기를 클러스터 내에서만 해결해 우주길을 개척한다는 목표다.
경남도의 위성 특화지구는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한다. 총 사업비 2572억원을 투입해 시험인증 핵심축인 ‘우주환경시설’은 진주에, 특구 거점센터인 ‘위성개발혁신센터’는 사천에 구축한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경남도는 대한민국 우주경제 비전 중심이 되고 위성특화지구는 우주 강국 도약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기업과 인재가 모여드는 매력적인 글로벌 우주항공 복합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