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과 녹색의 추간공 외측 공간은 해당 신경가지를, 청색과 내부 척추관 후방부 공간은 아래로 갈라지는 신경가지 부위를 추간공확장술로 한 번에 넓혀준다./서울 광혜병원 제공

#오랜 기간 척추관협착증으로 고통을 겪어온 L(77)씨는 최근 들어 증상이 심해져 걷다 쉬다를 반복하는 거리가 부쩍 짧아졌다. 그러던 중 서울 광혜병원을 내원, L씨는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을 진단 받았다.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은 척추관협착증과 같은 퇴행성 척추 질환에서 자주 발생하는 증상이다. 신경다발이 지나는 척추관이나 신경가지의 통로인 추간공이 좁아져 물리적으로 신경이 눌리는 위치에 따라 엉덩이, 허벅지, 다리 등의 다양한 부위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은 오래 서 있거나 허리를 꼿꼿하게 세워 걸을 때 증상이 더 심한 게 특징이다. 해당 동작이 척추관과 추간공을 일시적으로 좁히므로 환자가 더욱 불편함과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환자가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구부려 휴식을 취하면 반대로 척추관과 추간공이 약간 확장돼 증상이 잠시 완화된다. 그러면서 환자의 보행 패턴이 바뀌기도 한다. 통증을 줄이는 팔자걸음 형태로 절뚝이며 걷는 환자의 걸음걸이가 이에 해당한다.

박경우 서울 광혜병원 대표원장.

척추관협착증은 신경다발이 지나는 척추 중앙부의 척추관 혹은 신경다발의 양쪽으로 2개씩 갈라져 나가는 추간공이 좁아지고 신경을 압박해 주로 발생한다. 신경이 지나는 공간 주변의 뼈와 인대가 자연스러운 퇴행 변화의 결과로 두꺼워지고 탄력이 줄면서 일어나는 대표적인 척추 퇴행성 질환이다.

따라서 허리를 구부리거나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에 비해 오히려 오래 허리를 꼿꼿이 세워 걸을 때가 더 불편하고 힘든 경우가 많다. 종아리가 터질 듯하고 허리가 끊어질 듯한 증상이 나타날 때, 대다수가 허리를 구부리거나 쪼그려 앉아 다리를 주무르는데 이때 긴장된 척추관과 추간공이 이완되므로 증상이 잠시 완화됨을 느끼는 것이다. 진단은 정밀한 신경학적 검사와 영상 장비를 병행해 이뤄진다. 특히 간헐적 파행의 원인이 신경인지 또는 혈관인지를 정확한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표면적인 증상은 유사하더라도 심층적인 원인에 따라 그에 적합한 치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신경 압박이 주요 원인으로 판명된다면, 신경 압박을 유발하는 추간공 혹은 척추관의 물리적인 압박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박경우 서울 광혜병원 대표원장은 “추간공확장술은 특수키트로 추간공 내·외측 인대와 척추관 후방부 황색인대를 절제해 공간을 넓히고 신경 주변에 생화학적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배출한다”고 했다. 추간공 외측 인대를 절제하는 과정에서 확보된 공간은 해당 신경가지에 대한 압박을 줄이며, 추간공 내측과 척추관 후방부 황색인대를 공략하기 때문에 아래 마디로 갈라져 나가는 신경가지의 출발 부위 쪽이 눌리는 것을 풀어준다. 한 번의 공간 확보로 2개의 신경가지에 대한 물리적 압박을 줄여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