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에린 보러 미국 육류수출협회 수출 및 경제분석 부문 부사장. 그는 전세계 육류 수출과 무역에 관해선 누구보다 빠삭하게 꿰고 있는 전문가이자 두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그는 “내가 사는 곳은 한국처럼 밀키트가 많지 않아 출장갈 때면 식구들을 위해 각종 소고기나 돼지고기로 만든 각종 바베큐나 샐러드로 냉장고를 채워놓고 오느라 바쁘다”고 했다. /미국육류수출협회 제공

“코로나 기간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놀랍게도 그 기간 동안 미국산 소고기, 특히 고급 프리미엄 냉장육을 즐기는 한국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어요. 코로나 기간 동안 건강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양질의 단백질과 미네랄 섭취를 위해 붉은 살코기를 챙겨먹는 사람들이 많아졌고요, 미국산 소고기가 품질이 좋고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것도 이때 많이들 인식하게 된 것 같습니다.”

미국육류수출협회 수출 및 경제분석 부문의 에린 보러(Borror) 부사장은 전세계 육류 시장과 수출 현황, 각국의 무역 정책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문가다. 미국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교에서 농업 경영학 학사 학위,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농업 경제학 석사 학위를 땄고, 2006년부터 미국육류수출협회에서 일해왔다. 현재 남편, 6살·8살 두 아들과 함께 북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테하마 앵거스 목장을 운영하는 목장주(rancher)이기도 하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에린 부사장은 “한국은 지난 3년 동안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미국산 소고기 수출국 1위를 차지했다”면서 “지난 7년 동안 한국 수입육 시장에서 미국산 소고기의 점유율은 줄곧 1위였고, 지난 2023년에도 점유율 52%를 기록했다. 지난 2008년 한국에서 광우병 시위가 벌어지면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공포가 심했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라고 말했다.

갈비류 등 냉동육을 위주로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던 한국이 냉장육 수입을 본격화했던 것은 1997년부터다. 한때 한국 수입육 시장에서 미국산 소고기 점유율은 70%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였다. 상황이 바뀐 건 2008년 무렵 이명박 정부 때다.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만연하면서 반(反)정부 촛불시위가 대대적으로 열렸고, 당시 미국산 소고기는 국내 수입육 시장에서 호주산에 밀려 1위 자리를 내줬다.

상황이 다시 바뀐 건 2017년부터다. 미국산 소고기가 안전하고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기 시작했고, 미국산 소고기는 국내 수입 소고기 점유율 1위 자리를 되찾았다. 2018년부터는 국내 수입육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넘겼다.

에린 부사장은 “협회 한국지사가 미국산 소고기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그동안 꾸준히 알려왔고, 스타 셰프들과 손잡고 한식과 접목한 다양한 조리법을 홍보한 덕분에 소비자들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육류수출협회가 작년 하반기 한국갤럽조사연구소와 진행한 ‘2023년도 소고기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미국산 소고기가 안전하다’고 한 응답자는 70.4%나 됐다. ‘미국산 소고기 섭취 의향이 있다’고 한 응답자는 69.6%였다. ‘일주일에 1회 이상 소고기를 먹는다’고 대답한 경우는 39.5%였다. 같은 해 상반기보다 3% 늘어난 수치다.

에린 부사장은 “한국의 육류 소비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그만큼 근력이 갈수록 중요한 성인들의 단백질 소비도 커지는 추세다.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는 트렌드도 고기 소비를 더욱 키울 것이다. 채식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채식과 육식을 오가는 소위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 더 많다. 육류 소비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다.”

에린 부사장은 한국 시장에선 갈수록 프리미엄 냉장육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고도 했다. “작년 한국 시장에선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 중에서도 냉장육 비중이 28.3%를 차지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상대적으로 냉장육 섭취가 많은 편이니, 한국의 소비 수준이 그만큼 올라갔다는 얘기도 된다. 이 수요에 맞춰 냉장육의 유통망을 넓히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에린 부사장은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 미국산 돼지고기의 소비도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미국에선 돼지 사료비는 떨어지고 돼지 수급은 늘었어요. 그만큼 가격도 좋아져서 작년 한국에서 매출은 15% 늘고, 시장 점유율은 6% 가량 늘었죠. 반면 유럽에선 돼지 생산량이 줄어드는 추세고요.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심화될수록 가격 경쟁력이 있는 미국산 돼지고기 수요는 계속 커질 겁니다.”

편집국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