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변비가 더 나빠지기 쉬운 계절이다. 추운 날씨에 바깥 활동은 줄어들고 체온 저하로 신체 기관이 위축돼 장운동 또한 둔화하기 때문이다. 또 난방으로 실내 공기가 쉽게 건조해진다. 이에 따라 몸속 수분까지 말라 대장의 소화를 돕는 장액이 줄어들게 된다. 나이 들수록 배변을 보지 못하는 횟수가 증가해도 일시적인 증상이라 생각해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는 동안 변비는 만성화된다. 장 속에 쌓인 대변이 대장을 막아 장폐색으로 악화할 수 있고, 심해지면 장을 절제해야 한다. 또 변비는 합병증을 유발해 뇌경색이나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만성 변비인 사람은 뇌의 노화가 더 빠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변비는 특별한 통증이 없어서 대부분 노화 증상이나 소화 장애로만 생각하고 방치하기 쉽다. 그 결과는 단순한 고통을 넘어 암보다 무서운 존재로 나빠질 수 있어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노년층 ‘이완성 변비’ 자주 발생…70대 이상 30% 변비로 고통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변비로 진료받은 인원이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70대 이상 3명 중 1명은 변비로 고통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 들어 장과 골반근이 노화되면서 변을 밀어내는 힘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소화 기능이 떨어져 부드러운 음식만 찾고, 식욕 저하로 먹는 음식의 양까지 적어지면 장운동은 더 퇴화할 수밖에 없다. 또 요실금과 배뇨장애 걱정 등으로 물도 잘 마시지 않아 변이 장 속에 오래 머무르게 된다. 이때 변의 수분이 흡수돼 딱딱해진다. 주로 노년층에서 자주 발생하는 ‘이완성 변비’는 초기 증세가 없지만 심해지면 아랫배에서 딱딱한 것이 만져진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배가 팽팽해지는 등 소화불량과 증상이 비슷해 착각하기 쉽다.
요양시설에 입소한 65세 이상 노인들 대상으로 ‘변비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70%가 ‘변비 없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변비 위험군(群)’으로 나타났다. △일주일에 2번 이하로 변을 본다 △네 번 중 한 번 이상 변을 볼 때 배에 과도하게 힘을 준다 △네 번 중 한 번 이상 변이 덩어리지거나 단단하다 △네 번 중 한 번 이상 항문이 막혀있는 느낌이 든다 △변을 보기 위해 ‘손 조작’이 필요하다 등 5가지 증상 가운데 2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변비로 진단해 관리해야 한다.
◇변비약 의존 위험…수용성·불용성 식이섬유 골고루 섭취해야
변비약에 의존하는 것도 위험하다. 변비약은 장기간 섭취 시 다른 약물에 대한 흡수장애를 유발한다. 대장의 운동 기능을 떨어뜨려 변비가 더 심해지거나 변실금(便失禁)이 나타날 수 있다. 변비 개선을 위해서는 충분한 식이섬유 섭취가 중요하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수분을 흡수해 △변의 부피 증가 △장운동 촉진 △장내 찌꺼기와 독소 배출 등에 도움이 된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장 속 수분과 만나 변을 촉촉하게 만든다. 딱딱해져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대변이 부드럽게 쑥 내려가도록 돕는다. 인체적용시험 결과 △변의 무게 증가 △변의 딱딱함 감소로 배변 시 통증 감소 △배변 빈도 증가 등의 효과가 확인됐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과일이나 해조류에, 불용성 식이섬유는 고구마·감자 등의 구황작물과 콩류에 많다. 하지만 소화가 잘 안되는 고령층에서 두 식이섬유를 음식만으로 섭취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수용성과 불용성 식이섬유를 골고루 함유한 건강기능식품으로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