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일리야 밀스타인의 전시(‘일리야 밀스타인 : 기억의 캐비닛’)가 서울 강남구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일리야 밀스타인은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뉴욕타임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해 명성을 얻었다. 돋보이는 색감과 화폭을 빈틈없이 채우는 맥시멀리즘으로 유명하다.
이 전시는 특별 제작한 신작을 포함해 오리지널 일러스트레이션 120여점을 선보이는 전시다. 전시는 작가의 내면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해 우리가 사는 세계로 다다르는 네 개의 섹션을 ‘캐비닛’으로 은유해 보여준다. 캐비닛은 수많은 기억을 불러내는 장치다.
네 개의 섹션은 연인이나 가족 등 인물 중심의 일러스트에서 시작해 공공장소나 번화가를 묘사하거나 풍경을 담은 그림들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작품들은 일상적인 주제를 다루면서 인간 정서를 연결시킨다. 여기에 작은 노트에 그려진 초상화, 시멘트 틈 사이 피어난 민들레꽃, 먹다 남은 생선 가시에 너저분하게 붙은 살점 등 디테일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잡는다.
작품 속에 숨겨진 유명 브랜드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작품 ‘쉬고, 마시고, 사랑하라(2022)’에는 소파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커플이 등장한다. 뒤편에는 한국 민화에서 볼 수 있는 산수화와 고가구 등이 있다. 그 옆에는 최신식 세탁기와 건조기가 눈에 띈다. 실제로 LG전자와 협업해 그려 넣은 제품들이다. 브랜드의 특색을 살리면서 작품성을 잃지 않는 것이 일리야 밀스타인만의 재주라면 재주.
‘책거리’라는 특별 섹션도 있다. 이곳에선 처음 공개되는 오리지널 드로잉들이 전시된다. 실제 작품의 토대가 된 작은 스케치 드로잉에는 아주 세밀하게 그려 넣은 각종 사물 등이 담겼다. 1인칭 공간음향기술을 적용한 스토리 몰입형 시네마틱 오디오 도슨트도 이용해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