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즈 레디(BUSAN IS READY·부산은 준비됐다)”
21일 오후 5시30분쯤 부산 부산진구 서면교차로 일대에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이렇게 외쳤다. ‘2030부산엑스포 유치 성공을 위한 출정식’이었다.
오는 28일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의 ‘2030월드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한국이, 부산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2030년 개최도시는 이날 BIE 총회에서 182개 회원국의 익명 투표로 확정된다.
범시민유치위원회 시민위원회, 범시민서포터즈, 범여성추진협의회 등은 D데이인 28일에도 오후 8시 30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시민 1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2030부산엑스포 성공 유치 시민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BUSAN KOREA, WORLD EXPO 2030(부산 한국, 월드 엑스포 2030)’. 요즘 프랑스 파리 시내엔 이 문구를 적은 택시 100대가 달리고 있다. 문구 옆엔 색동한복을 입은 어린이가 태극기를 들고 있는 깜찍한 모습이 담겨져 있다. 이 ‘부산 엑스포 택시’들은 지난 10월 4일부터 2030월드엑스포 개최지가 결정되는 오는 28일까지 파리 시내를 누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17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 페루·칠레·베트남 등 국가 정상들을 만나 부산엑스포 개최 지지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 회의의 기후위기 대응 ‘세션1′ 기조연설에서 “APEC 기후센터가 위치한 부산은 기후 위기를 비롯한 당면 해법을 모색하는 연대와 협력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엑스포 개최 후보지인 ‘부산 띄우기’를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2박4일간 APEC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가 20일 다시 출국, 영국 국빈 방문 후 프랑스로 가 ‘2030월드엑스포 부산 유치’에 막바지 피치를 올린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지난 13일 출국, 대통령 특사 자격 등으로 서남아시아 2개국을 잇달아 방문, 2030월드엑스포 부산 지지를 요청한 뒤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BIE 회원국 대표 등과 릴레이 교섭 활동 중이다.
현재 2030월드엑스포 개최지엔 부산을 비롯,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 세 도시가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부산시와 유치위원회 등 우리 측의 현재 판세 분석은 2강1중. 한국과 사우디 등 2강은 ‘초접전’ 상황이라 판단하고 있다.
조유장 부산시 2030엑스포추진본부장은 “유치 활동 초기엔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 사우디에 비해 열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면 정부와 유치위원회, 부산시, 민간기업 등이 ‘코리아 원팀’을 이뤄 치열한 교섭활동을 펼친 후 판세가 많이 좋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비롯, 총리·국무위원·특사·부산시와 13개 민간 기업 CEO·임직원들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세계를 누빈 거리는 합산하면 1640만8822km에 이른다고 유치위와 부산시 등은 집계했다. 이는 지구를 409바퀴 돈 것과 같은 거리다. 이들이 만난 사람도 각국 정상을 포함해 2300여명을 넘는다.
지지 공략 지점도 사우디와 다르게 잡았다. 사우디는 국부펀드를 활용해 공격적 투자를 약속하는 데 중점을 둔 반면 우리는 ‘맞춤형 협력’에 방점을 찍고 교섭 활동을 펼쳐왔다.
세계 경제사에 보기 드물게 불과 70년 만에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경험과 첨단 기술을 나눠 함께 나아갈 것이란 ‘부산이니셔티브’ 전략이다.
강철호 부산시의회 엑스포특위위원장은 “개도국들이 직면하고 있는 물, 식량, 에너지, 기후변화, 보건·의료, 산업·기술 등의 문제를 풀어가는 ‘솔루션 플랫폼’을 같이 만들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 2021년 7월 한국이 선진국 그룹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상승한 사례는 1964년 이 조직 설립 이래 처음이었다.
또 인류 공동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 힘을 모으고 국제사회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제 유치 전략은 파리, 베를린, 브뤼셀, 런던 등에 밀집돼 있는 BIE 회원국 대표들을 상대로 한 교섭에 맞춰져 있다. 20일 이후 윤 대통령이 파리에서 유치 활동을 펼치고 박 부산시장이 각국 대표들과 교섭 활동에 들어간 것도 그 맥락이다.
또 28일 BIE 총회 투표 절차에 맞춰 ‘2차 투표’에 집중하고 있다. 투표는 1차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하는 도시가 나오면 곧바로 개최지가 결정된다. 그렇지 않으면 3위 도시를 탈락시키고 1∼2위 도시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해 득표수가 많은 도시를 개최지로 확정한다.
우리 측은 ‘중동 국가들이 사우디를 지지하는 성향이 있어 1차 투표에선 사우디가 다소 강세를 보일 것이지만 2강 모두 3분의 2득표는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승부는 2차 투표에서 갈라질 것이라 판단, 1차 때는 아니라도 2차에선 우리를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교섭력을 집중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우리가 세계 3대 메가 이벤트(올림픽, 월드컵, 엑스포)를 모두 개최한 7번째 개최국이 되는 ‘역전 만루 홈런’의 순간을 맞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