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선(오른쪽)·박진규 부평힘찬병원 신경외과 전문의가 최근 치료한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풍선확장술 시술 방향성을 의논하고 있다. 풍선확장술은 효과적으로 유착을 풀어줘 좁아진 척추관을 넓혀주는 치료법으로 알려졌다. 시술 시간은 20분 정도로 매우 짧은 편이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척추는 우리 몸의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성인의 80% 이상이 척추 질환 등 허리 통증을 경험하는 상황. 대표적인 척추질환으로 척추관협착증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척추관협착증 환자 수는 164만5559명(2017)에서 185만5685명(2021)으로, 5년새 12.7% 증가했다. 주로 중장년층과 노년층에게서 많이 나타나지만, 최근 과도한 PC·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젊은층에게도 발병하는 실정이다.

풍선확장술 시술 중인 박 원장.
풍선확장술을 위해 카테터를 삽입한 모습. /부평힘찬병원 제공

◇척추관협착증 치료, 신경 주위 유착의 효율적인 제거가 관건

척추관협착증은 퇴행성 변화로 인해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오래 서 있거나, 걸을 때 신경이 눌리면 저릿저릿한 통증이 나타난다. 이때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일시적으로 좁아졌던 척추관이 넓어져 통증이 감소하기 때문에 걷다가 멈춰 허리를 숙이는 자세를 반복하게 된다. 앉아 쉬거나 누워있으면 증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기 쉽다. 서병선 부평힘찬병원 척추클리닉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이 땐 신경 주위에 염증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거미줄 같은 가는 섬유들이 서로 들러붙는 유착이 심해지며 통증의 커진다”며 “자칫 신경에 혈액순환이 잘 안되면서 염증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만큼 유착을 효율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풍선확장술, 유착 제거하고 약물 투입해 통증 감소에 효과적

물론 꼭 수술이 필요한 건 아니다. 보통은 ▲운동·물리치료 ▲신경차단술 ▲신경성형술 ▲풍선확장술과 같은 비수술적 치료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런 치료 중에서 ‘풍선확장술’에 주목하는 의료진이 많다. 풍선확장술은 카테터 끝부분에 풍선을 달아 이를 부풀려주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유착이 심한 부위에 효과적으로 유착을 풀어줘 좁아진 척추관을 넓혀주는 치료법인 셈이다. 부풀려진 풍선으로 물리적인 박리가 가능해 손상된 부위에 약물을 투입했을 때 더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풍선확장술이 지속적인 통증개선에 좋은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신진우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와 박진규 부평힘찬병원 신경외과 원장이 척추관협착증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풍선확장술과 신경성형술을 시행한 결과, 신경성형술은 개선효과가 시간이 갈수록 감소했지만 풍선확장술은 6개월간 통증감소와 기능개선 효과가 지속됐다. 해당 내용은 ‘임상의학저널’ 논문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박 원장은 지난 2013년 풍선확장술을 첫 시행한 후 2800건을 시술한 전문의다. 그는 “다양한 허리 질환의 통증 감소를 비롯해 기능개선 효과를 볼 수 있었다”며 “디스크나 만성적인 요통·하지방사통을 호소하는 환자, 신경성형술을 받고 통증이 재발한 환자, 척추 수술 후 유착에 의한 통증 환자에게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풍선확장술 시술 후 2년 이상 통증 감소효과 지속

특히 풍선확장술의 경우 시술 초기는 물론 장기적으로도 통증 감소의 효과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실제 힘찬병원이 2019년 3월부터 올 9월까지 풍선확장술을 받은 환자 70명을 대상으로 통증평가척도(VAS)를 조사한 결과, 시술 전 평균 9.3이었던 통증점수가 시술 2주 후 평균 5.4로 감소했다. 특히 시술 32개월이 지난 후 통증 점수는 평균 4.9로 시술 전보다 47% 감소한 것으로도 나타나 시술 후 2년 반까지도 치료 효과가 지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VAS는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강도를 0에서 10 중에 선택하는 것으로, 숫자가 높아질수록 통증의 강도가 강함을 나타낸다. 신 교수는 “풍선확장술은 신경성형술에 비해 더 넓은 부위의 유착을 제거해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재발률을 감소시키는 장점도 있다”며 “난치성 협착증 환자가 시술 후 1년이 지났음에도 통증과 증상이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풍선확장술의 시술 시간은 약 20분 정도다. 2시간 정도 회복 후 바로 거동이 가능하다. 카테터를 삽입하는 부분만 국소마취를 하기 때문에 후유증 및 정상 조직의 손상이 거의 없어 당뇨나 고혈압, 골다공증 환자, 고령자 등에게도 널리 적용할 수 있다. 또 환자와 통증의 유무를 직접 소통하면서 시술을 시행하기 때문에 환자의 만족도도 높다.

단, 보존적 치료에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거나 운동신경까지 손상을 받아 마비가 발생하거나 통증, 감각저하로 일상생활조차 힘든 경우라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