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의 본 지정을 위해 대학과 지역의 역량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전북대 정문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전경. /전북대 제공

지난 9월 15일 전북에선 매우 의미 있는 산·학·관 협력체계가 출범했다. 전북의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2차전지 분야를 선도할 첨단산업 인재양성을 위해 전북대학교(총장 양오봉)와 전북도(도지사 김관영), 그리고 2차전지 기업 20개가 MOU를 체결한 것이다.

전북대는 이미 지난 4월 전북도와 협력을 통해 내년에 ‘배터리융합공학전공’을 신설키로 했다. 이번 산·학·관 거버넌스 구축으로 이 계획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협약 주체들은 전북대에 2차전지 산업 인재 양성을 위한 학과 설립 추진에 협력하고, 연구개발과 인력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정보 교류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앞서 전북대는 지난 6월 전북 지역에서 유일하게 ‘글로컬대학30 사업’(이하 글로컬사업) 예비지정 대학에 선정됐는데, 이번 거버넌스 구축으로 글로컬사업을 구체화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전북대는 범지역적 역량을 모아내는 글로컬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지역 맞춤형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새만금을 방위산업과 에너지 등의 첨단 전략산업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단 전북도의 계획에 발맞춰 글로컬사업의 큰 계획 중 하나로 ‘새만금거점 대학-산업 도시’(JUIC, Jeonbuk Universities-Industry City)를 구축을 제시했고, 지역의 대학들과 상생발전을 위해 공동운영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전북대는 JUIC 구축을 위해 지난 9월 19일 새만금개발청(청장 김경안)과 전북도와 3자 간 협약을 체결해 2차전지와 반도체, 방위산업 등 지역 첨단전략산업과 연계한 인력을 양성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9월 22일 전북 지역 10개 대학들과 협약을 체결해 지역대학 간 벽을 허물고 JUIC의 공동운영 체계를 구축했다.

지난 22일 전북도청에서 글로컬 대학 육성을 위한 전라북도-전북지역 대학 간 업무협약식이 개최된 가운데 김관영 전북도지사(왼쪽에서 다섯 번째)와 양오봉 전북대총장(왼쪽에서 네 번째)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글로컬사업의 핵심은 ‘지역발전’

전북대 글로컬사업의 목표는 ‘지역발전’이다. 현재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지역 대학이 하나 둘 무너지면 결국 지역소멸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역 대학과 상생은 이제 시대적 과제가 됐다.

전북대가 선정된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사업)’이나 캠퍼스혁신파크사업, 산학융합플라자사업 등 정부가 추진하는 가장 굵직한 대학 재정지원사업 역시 모두 대학과 지역의 상생이 핵심이다.

지난 6월 7일 2차전지 특화단지 유치 기원 포럼에서 전북대 양오봉 총장과 김관영 전북도지사, 전북대 학생들이 글로컬대학30 사업과 2차전지 특화단지 유치를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전북대의 지역 상생 계획엔 지역의 폐교 대학을 지역 재생 모델로 승화시키겠단 방안도 담겨 있다. 이 계획은 전북대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안한 아이디어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서남대 폐교로 어려움이 있는 남원시 역시 이런 계획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MOU를 체결해 서남대 캠퍼스 부지를 전북대가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고, 재원 지원도 약속했다.

전북대는 서남대 캠퍼스를 재생시켜 ‘전북대 K-컬처 학부’를 설립할 계획이다.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한국어학당과 단기 방문 외국인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남원의 특화산업인 판소리나 코스메틱, 전통목기, 드론 등과 관련한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터 공간으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이 계획이 완성되면 남원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의 대학 간 벽도 과감히 허문다

전북대가 제시한 ‘새만금거점 대학-산업 도시’의 운영 주체는 전북지역에 있는 대학 전체다. 전북대의 계획을 보면 글로컬사업 본 지정이 전북대만의 것이 아니다. 지역 대학들과 나누고, 함께 발전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북대가 강조하고 있는 ‘지역의 대학 간 벽 허물기’다.

전북대와 전라북도, 2차전지 기업들이 지난 15일 전북도청에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2차전지 분야 인력양성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이 때문에 전북대는 글로컬사업에 선정되면 전북대가 갖고 있는 교육 인프라나 연구시설 및 장비, 대학 내 편의시설을 전북지역 내 다른 대학 학생들에게 전면 개방할 계획이다. 특히 글로컬사업 본 지정 시 지원되는 1000억 원의 예산과 지자체 대응투자금 등을 이용해 대학 간 공유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역 대학과 공유 교육 콘텐츠도 개발해 함께 활용할 방침이다.

학생 교육에서도 지역이 빠지지 않는다. 첨단산업 분야인 2차전지와 방위산업뿐 아니라 지역 특화산업을 이끌 인재양성을 위해 지자체와 계약학과를 만들겠단 계획이다. 고창의 한옥 건축이나 남원의 뷰티산업, 부안의 에코농산업, 장수 농업시스템 등 지자체와 협의를 맺고 개설한 학과는 이미 탄탄한 기반을 구축한 상황이다.

◇기본 중 기본은 ‘학생, 또 학생’

전북대 글로컬사업의 또 하나의 중심축은 ‘학생’이다. 학생이 오고 싶고, 다니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대학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100개가 넘는 학과와 단과대학 간 칸막이를 과감히 없애고, 학생이 하고 싶은 전공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우선 계획은 105개 학과의 모집단위를 광역화해 60개로 줄이고, 최종적으론 무전공 모집을 정착시킬 계획이다. 전학·전과 확대와 다중 전공 신청자격 기준도 폐지할 예정이다.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한 외국인 유학생 5000명 유치와 이들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방안도 글로컬사업 계획에 담겼다. 전북대를 ‘글로벌 허브’로 만들어 학생들이 세계무대에서 꿈을 펼칠 기회를 넓혀주는 게 이 계획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온라인 국제캠퍼스에서 1년, 전북대에 3년을 수학하는 ‘온라인투오프라인(Online to Offline) 국제캠퍼스’와 해외 주요 대학과 공동 운영하는 국제캠퍼스 구축을 추진한다.

현재 전북대가 주도하는 아시아대학교육연합체(AUEA)를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의 대학까지 확장하고, 인도네시아와 모로코 등에 한국학 교육 및 연구센터도 설립키로 했다. 또한 전북지역 특화형 유학생 지역사업 현장실습 및 인턴제 도입과 유학생 가족을 위한 기숙사 확충 등을 통해 지역에 정주하는 외국인 늘어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