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山村)은 국가 균형발전이나 안전한 국토 조성, 산림 생태계 서비스 공급에 중요한 공간이다. 그러나 인구 유출과 고령화 가속으로 국내 대다수 산촌이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올해 초 발표한 ‘산촌 인구 추이와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산촌 인구는 137만명으로 집계됐다. 대전광역시 인구(144만명)보다 작은 규모인데, 더 큰 문제는 산촌의 89.8%가 ‘소멸 고(高)위험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2042년에는 전국 산촌 인구가 96만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탄소흡수의 바탕이 되는 숲 가꾸기를 위한 묘목 식재 기반 조성 실습 중인 산림 분야 특성화고 학생들. /한국임업진흥원 제공

산림 기능인력의 고령화도 심각한 문제다. 산림청과 통계청 조사를 보면, 임업 기능인 중 30세 이하는 1%에 불과하고, 31세~50세도 9%뿐이다. 10명 중 9명이 50대 이상이다. 임업 분야 취업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38.5%에서 2021년엔 42.9%로 증가했다. 이처럼 날로 심각해지는 고령화로 젊고 유능한 미래 산림인력 육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림청 산하 한국임업진흥원은 산림 분야 특성화고 2개교를 지정하여 맞춤형 현장 기능인력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특성화고는 특정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소질과 적성, 능력이 유사한 학생을 대상으로 현장실습과 같은 체험 위주의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학교다. 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국내 전체 특성화고는 졸업생 수가 줄고, 신입생 충원율도 2017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산림 분야 특성화고는 100%의 충원율을 달성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고등학교에선 산림 분야 특성화고로 전환하거나 관련 과정을 확대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한국나무종합병원에 취업한 산림 분야 특성화고 출신 정광섭씨가 리프트를 타고 정지전정작업을 하고 있다.

◇산림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의 활약상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의 적극적인 인력양성 지원으로 산림 분야 특성화고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고용 상황 악화에도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일반 특성화고 평균 취업률이 52.7%로 나타났지만, 산림 분야 특성화고 취업률은 64.7%로 12%포인트 높았다.

산림 특성화고의 높은 취업률은 취업 역량 강화와 실무교육 확대를 위해 산학겸임교사 채용(2인), 자격증 취득(533개), 교육기자재 확보, 인정도서 개발 같은 지원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의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해 일대일 멘토링을 지원하고, 선배와의 대화 같은 취업특강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론과 현장 간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현장학습을 강화하고, 산림분야 기본지식 배양을 위한 6종의 인정교과서를 개발·지원하여 산림 분야에 특화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에 취업한 송호선씨가 전시원 조성을 위해 묘종을 심고 있다.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산림 특성화고 학생들은 졸업 후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취업뿐만 아니라 수목 재배 및 관리(조경회사, 종묘회사, 나무병원 등), 수목 관련 기술분야(목재가공·제조업, 의약품 제조업, 식품업 등) 등 적성에 맞게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경북 봉화의 한국산림과학고를 나온 송호선씨는 평소 집 근처 서울식물원을 보며 ‘생활 속에서 자연을 가장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은 식물원’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러던 중 한국산림과학고에 진학해 학교와 가까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취업하는 꿈을 갖게 됐다. 꿈을 실현하고자 송씨는 산학겸임교사와의 상담으로 진로를 설계하고, 학교에서 지원하는 자격증 취득 교육은 물론 대외활동, 공모전 등에 참가해 실력을 키웠다.

송씨는 또 각종 실습으로 관수, 전정, 병해충 방제 등 식물을 생육하고 관리하는 역량을 갖추었고 결국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취업에 성공했다. 지금은 국립세종수목원의 사계절 온실 및 희귀특산온실 식물을 관리하고 전시원을 조성하며 과거에 자신이 느꼈던 ‘일상에서 자연과 연결되는 경험’을 많은 국민에게 서비스하며 성취감을 얻고 있다.

청주농고 학생이 산림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기계톱 실습을 하고 있다.

산림 특성화고 출신으로 민간 분야로 진출하는 학생도 많다. 정광섭씨는 졸업 후 한국나무종합병원에 취업해 나무를 미리 살피고 진단하여 적절한 처방을 내리고 관리하는 나무 의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산림 특성화고에서 수목 관리, 펄프 제작, 바이오매스 활용 등 현장 중심의 교육을 받았는데, 이를 통해 산림과 나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본인의 성향이 현장 업무에 적합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취업 컨설팅을 통해 적성에 맞는 나무병원을 찾아 재직 중인 선배와의 대화를 통해 취업을 확정했다. 정씨는 “특성화고는 인생의 전환점으로 앞으로 나아갈 이정표를 알려주는 곳”이라며 “신입생부터 목표를 설정하고 학교의 각종 지원 사업에 참여한다면, 특성화고 진학 목적에 맞는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 분야 특성화고의 미래

산림 특성화고는 앞으로 단순 취업자 수 증가가 아닌 학생들이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양질의 취업처를 발굴하고 연계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산림 분야 특성화고 학생이 기계톱을 이용해 벌목하는 실습수업을 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 탈(脫) 탄소 같은 국제적 현안에 따라 산림에 대한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임업의 기계화, 산림 분야의 디지털화 등 산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일자리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를 위한 기관과 기업 등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세계의 변화 흐름에 맞춰 젊고 유능한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며 산림분야 특성화고 학생들이 그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