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 색채의 거장 앙리 마티스(1869~1954). 서울 광진구 CxC아트뮤지엄에서 거장의 서거 70주기를 맞아 ‘앙리 마티스, LOVE & JAZZ’전을 마련했다. 이번 전시는 마티스의 인생 후반부와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자리로, 판화와 아트북, 포스터 등 150여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마티스는 노년에 암으로 투병하면서도 붓 대신 가위를 들고 종이를 오려 작품을 만들어내는 ‘컷 아웃(Cut-Outs)’ 기법으로 창작을 이어갔다. 특히 ‘재즈’는 마티스가 1943년 침상에서 무려 열두 달 동안 컷 아웃 20장을 만들고 컬러 판화 20점과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합쳐 완성한 아티스트북 형식의 작품. 전시에서는 당시 발행된 원본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로사리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재현한 작품도 눈에 띈다. 마티스가 컷 아웃 기법으로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식물, 태양을 표현했다. 로사리오 성당은 벽화, 제단, 촛대에 이르기까지 마티스의 손길이 스치지 않은 곳이 없다.
현대 예술가들이 2019년 마티스 탄생 150주년을 맞아 제작한 화병들도 이번 전시에 모았다. 이탈리아 디자인 거장 알렉산드로 멘디니가 마티스의 작품 세계에서 영감을 얻어 8가지 색을 입힌 ‘시누오소 화병’과 마티스의 단골 소재였던 지중해 풍경을 녹여낸 하이메 아욘의 ‘해양의 화병’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즐길거리도 풍성하다. 미디어룸에서는 ‘붉은 방’ ‘붉은 화실’ ‘커다란 붉은 실내’ 등 마티스의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구현해 마치 작품 안에 스며들어 있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프랑스 니스에 있는 마티스 마술관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공수해온 빈티지 포스터들과 대한민국 1호 컬러리스트로 알려진 김민경 작가가 마티스 작품을 이용해 선보이는 ‘디톡스 아트’도 전시돼 있다.
“마티스는 뱃속에 태양을 품은 것 같다”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앙리 마티스를 이와 같이 평했다. 암으로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면서도 예술에 대한 열정만은 태양처럼 타올랐던 그의 말년을 일컫는 말은 아니었을까. 전시는 12월 3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