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에서 구청장으로 변신한지 1년을 맞은 박강수(64) 마포구청장. 그가 마포구의 가장 큰 변화로 꼽은 것은 주민 복지와 관광정책이다. ‘효도밥상’과 홍대일대 ‘레드로드’사업으로 대표되는 두 정책은 박 구청장이 36년간을 언론계에 몸담으면서 갈고닦은 기획력의 총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마포에는 박 구청장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여러 개 실행됐다. ‘레드로드’ 조성 사업의 경우 경의선숲길~홍대~당인리발전소에 이르는 2km의 구간을 ‘레드로드’로 한데 묶어 특화 사업을 추진하는 관광 활성화 정책이다. 길바닥에 붉은 선을 그어 ‘이곳이 홍대 일대 관광지’라고 알리는 방식이다.
이 덕분에 코로나 등으로 주춤했던 홍대 상권이 기지개를 켰다. 마포구민들과 상인들이 직접 투표한 최우수 정책 1위로 꼽히기도 했다. 박 구청장은 “합정 로터리, 선교사 묘지 등 마포구 구석구석의 관광 자원을 연계해 줄 ‘마포순환열차버스’도 곧 선보일 예정”이라며 “젊은층들이 많이 찾는 관광 도시이미지를 굳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 정책이 외부 사람들을 마포로 찾아오게 만드는데 초점이 있다면, 복지정책은 마포구민들이 더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데 포인트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75세 이상 홀몸어르신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하는 ‘효도밥상’사업이다. 200여명이 4월부터 혜택을 받고 있는데, 상당한 호평을 받아 8월부터 구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민주당이 다수인 구의회가 해당 추경 예산을 삭감해버려 현재는 기본 식자재 등을 기부받아 충당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안도 마련했다. “식사 품질은 높이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반찬공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끼니당 5000원 선이던 비용을 최대 1500원까지로 낮출 수 있어서 더 많은 분들에게 식사를 대접할 수 있습니다.”
젊은 층을 위한 복지로는 지난 4월 문을 연 ‘마포나루 스페이스’를 예로 들 수 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호텔에 청소년과 주민들을 위한 스터디카페(공부방)를 들여놓은 것이다. 신축 호텔의 한 개 층을 기부채납 받아 지어진 이곳은 시설 이용료를 내면 최신식 열람실과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전무후무한 공공시설이다. 박 구청장은 이런 시설을 계속 확충할 계획이다. 지나친 사교육비용이 문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시설을 늘리면 공교육을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가장 혁신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계획은 이같은 구상들을 실천하는 주체를 ‘구청’에서 ‘주민센터’로 바꾸는 것이다. 박 구청장은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동주민센터에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생각”이라며 “상암재단, 공덕재단, 합정재단처럼 동마다 재단법인을 설립해 복지 시설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방식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이 설명한 재단법인은 평소 그가 중시하는 아이·청소년 돌봄, 노인복지, 장애인복지 등 자치단체의 복지 정책을 모두 아우르는 결정체다. 1층에서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위층에서는 어르신들이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효도밥상 경로당’, 상암동, 성산동 등 일곱 곳에 만들어지고 있는 청소년 스터디 카페, 장애인 특수 시설 등을 각각의 동에 설립된 재단에서 관리하고 운영하는 식이다. 자치단체로서는 최초로 시도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공직자도 이제는 기업가 마인드가 필요한 때입니다. 한정된 예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주민이 받을 수 있는 복지 서비스의 질이 차이 나기 때문입니다.”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효도밥상 사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인접한 영등포구, 서대문구는 물론 부산 지자체에서도 문의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