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는 이른 봄 우리나라 들녘에서 자라는 야생초다. 봄 냄새 물씬 나는 나물이다. 편도선염은 물론 기관지염, 천식 등 염증 질환 치료에 도움이 돼 민간에선 ‘약용식물(藥用植物)’로 사용했다. 농촌진흥청(농진청) 연구진은 토종 나물 쑥부쟁이의 약용 기능성에 주목했다. 결국 늘 곁에 있는 친숙한 봄나물의 추출물에서 면역 과민에 따른 알레르기를 줄이는 개선 효과를 발견했다. 알레르기 비염 증상자 48명에게 쑥부쟁이 추출물을 6주간 먹게 했더니 재채기가 60%, 콧물이 58%, 코막힘이 53%, 콧물 목 넘김이 78%, 코 가려움이 7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토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쑥부쟁이를 건강기능식품(건기식) 기능성 원료로 인정했다. 2019년의 일이다. 국가 연구기관이 자체 연구를 통해 특정 약용식물을 건기식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은 것은 처음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27일 “쑥부쟁이는 국내 유일의 수입 대체 국내산 항알레르기 기능성 원료로, 농산물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농업기술원진흥원의 평가보고서를 보면, 쑥부쟁이를 건기식으로 개발해 활용하면서 66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523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했다.
농진청은 우리 농산물에서 기능성 원료를 발굴하고 있다. 급격한 기온 변화와 미세먼지 증가 등으로 알레르기 증상이 급증함에 따라 부작용이 적고 어린이나 만성질환자도 안심하고 복용하는 천연 기능성 소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민 삶의 질 향상은 물론 국가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국내 알레르기 환자는 893만 8000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기능성 식품을 활용하면 사회경제적 비용 2조2000억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30년까지 알레르기 의료비를 연간 5% 절감하면 6조5000억원을 아끼게 된다.
앞서 농진청은 지난해 7월 ‘식품보감’을 발간했다. 향토적인 먹을거리나 토종의 동식물이 건강과 환경에 좋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에 기반을 둔 의학 도서 ‘동의보감’이 소개하는 생물자원 중 식품으로 사용하는 428개 재료를 골라 효능과 가공 방법을 알기 쉬운 용어로 풀이했다. 음식 재료의 효능, 가공·섭취 방법, 식품의 궁합, 유래 같은 정보를 담았다.
쑥부쟁이 외에 삼채와 새싹보리 등도 건기식 기능성 원료로 주목을 받는다. 삼채는 미얀마가 원산지로 2010년 국내에 보급됐다. 삼채는 파와 부추를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이다. 단맛·쓴맛·매운맛 세 가지를 느끼는 채소다. 농진청이 연구한 결과 삼채는 뼈 건강에 좋았고, 기억력 회복과 치매 관련 지표를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능이 저하된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8주간 삼채 추출물을 먹였더니 삼채를 먹은 쥐가 먹지 않은 쥐보다 공간 지각 능력과 학습 능력이 51% 이상 개선된 것이다. 치매 원인 물질도 삼채를 먹은 쥐가 50% 이상 감소했고, 퇴행성 뇌 질환이 있는 쥐도 삼채를 먹고 나서 관련 기능이 20~54% 개선됐다.
농진청은 세계 최초로 새싹보리의 핵심 기능성 물질과 복합 기능성을 구명하기도 했다. 새싹보리는 보리의 새싹으로, 10~20㎝ 길이로 자란 어린잎이다. 특히 새싹보리가 비만과 간 기능, 고혈압 개선에 도움이 되는 복합 기능성 등을 과학적으로 알아냈다. 새싹보리 전용 보리 품종 ‘큰알보리1호’와 ‘싹이랑’을 육성하고 기능성 건강식품 개발과 상품화에 성공했다. 이밖에 새싹밀과 새싹귀리도 건강 기능성 성분이 탁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승돈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은 “농진청이 개발한 기능성 식품이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며 “그뿐만 아니라 농가 소득 증가에 도움이 되는 만큼 앞으로 연구 개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