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총장 서승환)는 1950년대 한국전쟁 시련 속에서도 대학 교육을 지속하며 인재 양성에 힘썼다. 이 같은 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해 연세대는 지난달 부산 영도구 부산보건고등학교에 연세대 영도캠퍼스 옛터 기념비를 세웠다. 부산보건고 교정에 자리한 기념비에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연세대 교훈이 새겨져 있다.
◇‘연세 정신’ 잇는 지식 나눔과 창의 혁신
연세대 전신인 연희대학교는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뒤 휴교를 거듭하다 1951년 1월 피란길에 올랐다. 그해 10월 부산 남향초 도움으로 학교 뒤편 언덕에 다섯 채 천막 교사를 지어 독자적으로 대학 교육을 재개했다. 1952년 지금의 부산보건고 자리에 있던 보리밭 845평(2783㎡)을 매입하고 시유지를 임차해 학교 부지를 갖춘 뒤, 국제연합 민사 원조처에서 지원받은 목재와 천막으로 임시 교사를 지었다. 1953년 휴전협정이 체결돼 서울로 복귀하면서 연희대는 부산 지역 학생들을 위해 분교를 남겨뒀고 1959년까지 분교로 운영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분교가 폐지된 뒤에도 부지는 부산연세실업초급대학, 한성여자실업초급대학 등을 거쳐 현재 부산보건고에 이르기까지 교육기관 터로 이어져 오고 있다.
지식 나눔이라는 연세 정신과 고등교육 매체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연세대는 지난 2021년 9월 온라인 교육 플랫폼 런어스(LearnUs)를 일반 대중에게 공개했다. 탈(脫)경계·초연결 시대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런어스는 1년 만에 2만3000여 명의 개인 회원과 4000여 고품질 교육 동영상을 확보했다. 연세대를 중심으로 20여 대학이 참여하고 있는 ‘온라인 공동 강의 네트워크’도 런어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올해는 이 네트워크 참여 대학 수를 50여 곳으로 늘리고 해외 대학까지 공동 강의를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온라인 강의 플랫폼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국제 캠퍼스, 대학 국제화 선도해온 연세의 새로운 기지
2010년 문을 연 연세대 송도 국제 캠퍼스는 제약·바이오 분야의 새로운 기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연세대는 신입생이 1년간 국제 캠퍼스에 거주하면서 정규 교육과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듣도록 하는 기숙형 대학(RC·Residential College)을 운영하고 있다. RC는 학습과 생활이 통합된 창의적인 공동체 교육을 통해 학습효과를 극대화하고, 공동체 문화를 통해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교육 모델. 연세대는 RC 교육을 통해 국제화교육·전인교육·창의교육을 실현하고, 글로벌 인재의 핵심 역량인 소통 능력, 창의력, 융·복합 능력,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수용력, 섬김의 리더십, 도전 정신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제 캠퍼스에는 지난해 국내외 제약·바이오 산업을 이끌어 갈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공간인 ‘K-NIBRT(나이버트) 실습교육센터’가 마련됐다. NIBRT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아일랜드의 바이오 공정 교육기관. 연세대는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 추진하는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사업인 ‘한국형 NIBRT 프로그램 운영사업’ 수행기관이다.
현재는 2024년 완공 예정인 바이오공정인력양성센터 건립에 앞서 시범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실습교육센터가 완공되면서 작년부터는 실습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공정 이론 및 실습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바이오 분야를 선도할 핵심 인재들을 키워나가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세계 초일류 대학을 향한 담대한 도전
연세대는 최근 각종 세계대학평가에서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023 QS 평가에서는 아시아 종합 사립대 중 최고인 세계 73위를 차지했다.
연세대는 2022년 연구비 수주액이 최초로 5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연구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 중이다. 국제캠퍼스 내에 만들어지는 ‘연세-IBM 퀀텀 컴퓨팅 센터’에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127큐빗 용량의 양자컴퓨터를 들여올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미국·독일·일본·캐나다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로 양자컴퓨터를 보유하게 된다. 연세대는 IBM의 양자 컴퓨팅 기술을 바탕으로 양자 분야 산업·연구를 활성화하고, 양자 컴퓨팅 활용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미래 양자 전문가 교육을 위한 인재 양성에도 힘쓸 예정이다. IBM 퀀텀 컴퓨팅 센터 유치를 통해 국내 양자 허브로 자리 잡게 되면, 산·학·연·병·관을 아우르는 양자 컴퓨팅 산업 생태계 조성에 핵심적으로 기여할 전망이다.
작년 12월에는 800병상 규모의 송도세브란스병원 착공식을 열고 첫 삽을 떴다. 2026년 완공이 목표다. K-NIBRT와 백신실용화센터 등 바이오 관련 사업에 이어 국제캠퍼스에 2800억원 규모 바이오랩허브 사업이 확정되면서, 산·학·연·병을 아우르는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