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노원구 월계2동의 한 임대아파트에 우편물이 쌓여있던 가구가 발견됐다. 이곳에는 치매 어르신 A씨가 살고 있었다. 서류상으로는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는 홀로 살았다. 관리비를 내지 않아 아파트에서 쫓겨날 판이었다. 구는 관리비를 지원해 재계약을 도왔고, ‘돌봄SOS’를 연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요양보호사가 방문해 생활을 돕도록 했다.

# 서울 노원구 상계 3.4동에 사는 B씨는 뇌출혈로 언어장애를 얻어 거동이 불편했다. 집 내부에는 방치된 쓰레기가 산더미였다. 수도와 난방까지 가동되지 않아 거주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임시거처를 마련해 B씨를 이주시키고 관리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긴급 생계지원, 주거지원과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연계했다. 현재 B씨는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상태라고 한다.

서울 노원구 동주민센터 통장들이 우편함을 살피고 있다. /노원구

이 두 사례는 서울 노원구 19개 동주민센터 통·반장 2400여명이 매달 두 차례 동네를 돌아다니며 대문을 두드린 결과이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았나 하면서 주민을 찾아 돕는 이른바 ‘대문 살피기의 날’에 따른 것이다. 통반장들은 이날에는 아파트·오피스텔·일반주택을 돌며 우편함에 고지서나 독촉장, 광고 전단 등이 쌓여 있는지 확인한다. 오랫동안 고지서 등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면 문을 두드려 확인에 나선다. 주민을 만나기 어려운 경우 관리사무소·부동산·이웃을 만나 상황을 묻기도 한다.

‘대문 살피기’ 사업은 노원구가 올해 초 시작했다. 기존 시스템으로는 고독사나 극단적 선택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통·반장들이 전 세대 ‘대문 살피기’에 나서는 것은 노원구가 전국 최초다. 구에 따르면 이를 통해 정부의 복지혜택을 못받던 2가구를 새로 찾아냈고, 6가구에게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했다. 약 200여 세대의 쌓인 우편물을 확인하며 일궈낸 성과다. 오승록 구청장은 “가까운 이웃의 위험신호를 적극적으로 살피며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도록 촘촘한 복지망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