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강북시립어린이병원’으로 불리는 강북권 어린이 전문병원건립 사업의 중앙정부 투자 심사를 보류해 강북구가 반발하고 있다. 시 예산이 100%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사실상 강북구에 어린이병원이 들어서는 것이 무산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강북시립어린이병원 건립 사업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8년 강북구 삼양동에서 한 달 살기를 마치고 내놓은 ‘강·북 균형 발전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북부수도사업소와 도로사업소 부지에 2000여 억원의 예산을 들여 250개 병상 규모의 어린이 전문병원을 짓겠다는 게 원안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작년 10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가 해당 사업이 83억원 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타당성 용역 결과를 내놓으면서 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적자 사업으로 치부되면서 자연히 투자 심사도 보류됐다.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0월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북시립어린이병원 설립은)동북권역의 모든 자치구의 어린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될 수 있는 지역이 어디냐를 먼저 선정하는 것이 순서”라며 “(강북시립어린이병원 부지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단점을 보완할 방법이 지금은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이에 어린이 전문병원 설립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던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은 신강북선이 확정되면 모두 해결될 일”이라면서 “서울시가 주민들에게 약속한 사항을 꼭 이행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도 거세다. 병원 설립 부지 인근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김종원(43)씨는 “요즘은 응급실부터 소아과 진료가 가능한 곳이 적어 아이가 아프면 덜컥 겁부터 난다”며 “시장이 바뀌었다고 약속한 사항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누가 정부를 믿겠느냐”고 말했다.

자치구와 지역 주민들은 ‘원안 고수’를 외치고 있지만 사업이 지속 추진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병원 예정 부지도 서울시 소유인 데다가 전액 시비가 투입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사실상 자치구에서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북구의 한 관계자는 “계속해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적극 전달하는 것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