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와 지방 도시관리공단 노조와의 해묵은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다. 관내 주차장, 수영장 등의 공공시설을 관리하기 위해 세워진 지방공기업인 도시관리공단이 만년 적자로 ‘세금 먹는 하마’가 된 데다가 일반 공무원보다 높은 처우에도 파업·불법시위 등을 벌이는 바람에 ‘공단 무용론’ 마저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3일 강북구청 본관 정문 앞에서 공단 노조원들이 시위하고 있는 모습. 강북구는 노조의 지속된 시위로 본관 출입문을 두 달 넘게 폐쇄하면서 구청 직원들과 주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민선8기 강북구가 노조 첫 타겟···강북구 “노조 요구 과도”

작년 7월 구청장이 취임한 민선 8기 구청 가운데 강북구에서 처음으로 도시관리공단 노조의 파업이 벌어졌다. ‘처우 개선’이 요구사항이다. 지난해 11월 29일, 강북구 도시관리공단 노조는 ‘인력 충원’과 ‘초과근무수당 지급’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노조원들은 민원인인 듯 삼삼오오 구청 민원실로 들어온 뒤 1층 민원실과 3층 구청장실 앞을 무단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다. 이후 이순희 강북구청장과 구청 직원들이 노조원들과 충돌하며 상해를 입는 사고도 발생했다. 원래 공단 노조의 교섭대상은 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등의 임원진이다. 그러나 공단 노조원들은 이순희 구청장과의 협상을 원하고 있다. 이를 거부하면서 파업이 석달 가까이 장기화되자 구청 측이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카드를 꺼내 80여 명이던 시위 참여자들은 3명까지 줄어든 상태다.

강북구는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인력 부족이라면서 사업장에 따라 들쭉날쭉한 인력을 재배치하자고 하면 노조원들이 업무 난이도 등을 이유로 거부한다”며 “기본초과근무수당도 지난 2017년 공단과 노사간 합의에 따라 23시간 분의 초과근무수당이 기본급에 포함돼 대폭 임금이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다시 초과근무수당을 달라고 ‘억지’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강북도시관리공단의 처우가 정말 낮은 걸까. 지방공공기관 통합채용정보공개시스템 ‘클린아이 잡플러스’에 따르면 강북구 도시관리공단의 신입 평균 연봉은 3000만원 초반, 직원 평균 연봉은 4200여만원 수준으로 공단이 설립돼 있는 서울 24개 자치구 중 세 손가락 안에 든다. 한 관계자는 특히 “지난해 (공단)직원들의 임금을 행정안전부 지침상 인상 최대치인 3.3%를 인상했고 250%의 성과급도 지급한 상황인데 계속 떼를 쓰듯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로 인해 구청 일반 공무원들도 불만스러워한다. 공단 노조의 신입 연봉이 9급 공무원 초임 연봉보다 1~1.5배 많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구청에 근무하는 한 9급 공무원은 “구민들을 위해 일하는 건 같은데 급여 수준이나 인상폭이 비교되다 보니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우리도 시위를 해야 하나’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공단 노조의 불법 시위

서울 자치구와 도시관리공단 노조 간의 갈등은 한 두 해의 문제가 아니다. 2021년에는 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 노조가 ‘무기계약직 및 기간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구청장실 입구와 복도를 불법 점거했다. 지난 2020년에는 노원구 서비스공단 노조가 구청장실을 점거하고 40일간 농성에 돌입한 끝에 노사협상이 타결되기도 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도시관리공단 노조가 구청을 돌아가며 ‘구청장 길들이기’를 하고 있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도시관리공단 직원도 아닌 민노총 소속 사람들이 가담해 시위를 벌이고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들 사이에선 ‘강북구 다음엔 어느 구가 타깃이 될지’ 노심초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난 도시관리공단···설립 반대 목소리도 나와

‘시설관리공단’, ‘서비스공단’ 등으로도 불리는 도시관리공단은 서울에서는 1996년 강서구에서 처음 설립됐다. 현재는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에 모두 설립돼 있다. 문제는 적잖은 도시관리공단이 매년 적자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공기업으로서 수익을 내야 하지만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재정 악화로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의 적자를 내고 있다. 실제로 강북구 도시관리공단은 2021년 68억7000여 만원의 적자를 냈고, 인접한 성북구 도시관리공단도 2017년부터 줄곧 적자를 내다가 2021년도에는 90여억원이 마이너스였다. 그런데도 경영합리화 대신 노조파업에 시달리며 적자를 주민들에게 전가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이 공단 설립을 꺼리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2020년부터 도시관리공단 설립을 추진해온 전북 익산시는 ‘예산 먹는 하마’라며 공단 설립을 반대하는 시민연대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전남 순천시도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수년째 추진하고 있지만 줄어드는 인구 대비 들어가는 예산이 과도하다는 주민들의 목소리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게다가 그간 자치구가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으로 노사협상에 임한 것이 ‘순회 시위’ 문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재정난을 타개할 구체적인 계획 없이 노조가 요구하는 대로 들어준 게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치구들이 위탁한 사업이 적자일 경우 과감히 민간 업체로 위탁을 전환하거나 애초에 위탁 전부터 수익성과 필요 인력 등 적절성을 따져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