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UAE와 스위스 순방 마지막 일정은 취리히연방공과대학 방문이었다. 취리히연방공대는 아인슈타인의 모교(母校)이자 무려 2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이다.
이곳에서 윤 대통령은 글로벌 양자(量子) 석학들과 대화하며 국가 미래 전략인 ‘양자 기술’ 비전을 선포했다. 양자역학은 우리에게 생소한 개념일 수 있다. 실제로 관찰 가능한 범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물리나 화학적 관점에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을 규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과 괴리감이 있는 학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일상에서 액체와 수증기라는 두 가지 형태를 관찰할 수 있다. 물이 증발하기 전에는 액체와 수증기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관찰할 수 없다. 그만큼 우리 주변의 물체들은 눈으로 구별할 수 없는 무한한 내적 분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관찰 범위 밖의 ‘양자’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무한한 가능성만큼 현재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거듭되고 있으며 이런 기술의 사례 중 하나가 슈퍼컴퓨터보다 1만 배나 빠른 양자컴퓨터이다.
양자역학은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양자생물학의 미래이기도 하다. 1880년 큐리(Curie) 형제에 의해 발견된 압전효과(壓電效果·Piezoelectric effect)는 간단히 말해 물리적 힘(압력)을 가함으로써 전압을 발생시키거나, 전압을 가해서 변형시키는 것이다.
어린이 운동화나 샌들 중 발을 디딜 때마다 뒤꿈치 부분에서 불빛이 번쩍번쩍 들어오는 제품이 있다. 압전 재료를 통해 간편하게 이런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압전 재료에 힘을 가하면 양이온(+)과 음이온(-)의 위치가 변동되어 (+)와 (-) 전하가 치우치게 되고 전압이 발생한다. 이런 압전 성질을 띠고 있는 재료들은 나노기술과 접목하면서 ▲조직 재생 ▲신경 치료 ▲항암 치료 ▲스마트 디바이스 등 의료계의 주요 개발 분야로 떠올랐다.
최근 실험에 따르면, 몸에서 흡수 가능한 압전 물질을 연골이 손상된 토끼 관절에 삽입한 결과, 연골이 정상적으로 재생되었다. 즉, 토끼가 움직일 때마다 손상된 조직의 재생을 유도하는 전기적 신호가 발생한 것이다.
인간은 움직이는 동물이다. 인체는 움직일 때마다 에너지가 전기적 자극으로 바뀌며 끊임없이 손상되고 재생된다. 양자 생물학적 관점으로 봤을 때 굉장히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압전효과는 우리가 갖고 태어난 신체 특징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뼈는 받는 부하가 크면 클수록 더 굵어진다. 뼈를 구성하는 세포는 압전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받는 압력에 따라 뼈를 어떻게 구성할지 전기적 신호를 보낸다. 이런 압전 효과는 뼈뿐만 아니라 근육·내장·핏줄·신경·뇌 등 여러 인체 조직이 가진 핵심적인 특징이다. 202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아뎀 파타푸티언(Ardem Patapoutian)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신경과학과 교수는 우리 몸에서 압전 효과를 가지고 있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그게 바로 피에조(Piezo)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은 물리적 변형을 전기적 신호로 바꾸는 역할을 하는데, 이런 신호들이 몸의 수많은 생리학적 현상을 관장한다.
척추질환과 관절염도 예외가 아니다. 허리·무릎 등 관절에 위치한 피에조 1형 단백질은 특히 연골 재생을 유도하고, 노화도 방지한다. 하지만 피에조 1형 단백질이 극심한 스트레스나 압력으로 활성화되면 되레 관절 조직을 파괴하며 곧 퇴행성관절염을 유발한다. 그에 따라 근육에 위치한 피에조 2형 단백질이 비활성화되며 근육이 퇴화하고, 결국 다른 관절의 피에조 1형 단백질까지 악영향을 받게 된다.
무릎 관절염이 있는 환자는 단순한 무릎의 문제뿐만 아니라 척추 손상으로 과도하게 활성화된 피에조 1형 단백질의 나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반복되는 수술이나 손상은 피에조 1형 단백질을 과도하게 활성화하고, 그에 따라 나타나는 퇴행성 변화는 자칫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양극(兩極)의 성질을 띠고 있는 피에조 단백질은 적절하고 건강한 자극으로 이끌어야만 다시 조직 재생에 나선다. FIMS(기능적근육내자극치료)는 이런 생리학적이고 양자생물학적인 근거로 통증의 원인을 정밀 분석한 후, 피에조 단백질이 분포한 근육·연골 조직들을 적절하게 자극하며 치료한다. 즉, 근골격의 퇴화 예방뿐만 아니라 조직의 재생을 유도하는 스위치까지 켜주는 치료인 셈이다.
무엇보다 이로 인해 환자와 의료진이 가장 간절히 원하면서도 이루기 어려운 ‘재생(再生)’이 바로 눈앞에 와 있다. 우리가 이 변화의 주역이 될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