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경기도 성남 판교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보통 캐주얼한 옷차림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종사자를 떠올린다. 성남시 판교는 수도권과 연결되는 편리한 교통에 직주근접 조건까지 충족해 기업과 인재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이다.

이처럼 산업의 전후방 연관 기업과 기관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집중돼 저절로 하나의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는 지역을 우리는 ‘클러스터’라고 부른다. 판교에는 1600여 기업이 입주해 있는데, 이 기업들의 연 매출 합은 10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클러스터는 산업-연구-주거 공간을 연결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조성하기도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역혁신클러스터가 대표적이다. 각 시·도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경쟁력에 맞게 특화산업을 선정, 발굴하면 해당 산업 육성에 필요한 기술 개발과 기업 유치, 기관 간 네트워크 구축 등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12월에는 지역혁신클러스터 활성화 방안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본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됐다. 중앙 정부가 주도했던 1기 사업(2018-2022)을 종료하고, 올해부터는 2기(2023-2027)로 개편된다.

개편 방향의 핵심은 첫째, 지역의 주도성이 대폭 강화된다는 것이다. 각 지자체가 스스로 발전 역량을 분석하는 진단 과정을 거쳐 1단계 혹은 2단계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2단계를 선택한 시·도는 기술개발 사업의 기획·평가·관리 업무를 자체 수행한다.

둘째 ‘기업과 인재를 모은다’는 클러스터 본연의 기능을 충족하는 것이다. 지역별 특화 산업과 관련한 기업, 연구 인력, 지원기관을 별도 목록화하여 관리하게 된다. 특히 인재 유입에 필요한 인력 양성 프로그램 수행을 의무화하고 지역 대학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마지막은 경쟁 촉진이다. 지역 주도성이 강한 2단계 클러스터는 중간 성과 평가를 실시해 역량이 우수한 곳에는 추가 예산을 지원하는 식으로 지역 간 경쟁을 독려할 방침이다.

기술 창업 중심지로 실리콘밸리, 금융 중심지로 월스트리트를 꼽듯이 우리도 특정 산업의 중심지 하면 떠올릴 지역이 많아야 하지 않을까. 뭉치면 강해지고 연계하면 힘이 된다. 기업·지자체·대학·기관이 결속력 있게 움직일 때, 지역혁신클러스터는 각 지역의 대표 산업이 자라는 거점, 매력적인 인재가 모여드는 성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